부모에게 자식은 끝없이 지원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 지원이 부모의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꿈의 변천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어릴 때는 대통령, 초등학교 때 서울대, 중학교 때 서울에 있는 대학교, 고등학교 때 아무 대학이라도. 하지만 ‘내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광고처럼 자녀가 비범함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오고, 대출마저 힘들어 자녀의 대학과 꿈의 크기를 낮추거나 접어야 한다면. 재능 있는 자녀가 아니어도 이미 우리 사회의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진지하게 아이들 교육비 걱정을 해 보자.
[Risk Care] 공부 못해서 고마워
대학교육자금 계획

내 자녀가 또래보다 더 좋은 대학, 일자리를 갖기 바라는 열망은 교육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도시 맞벌이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75만 원. 이 중 교육비가 51만 원으로 소비지출의 18.5%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교육비 6.4%, 사교육비 4.2% 증가). 물론 평균치이기 때문에 각 가정의 실제 지출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크다.

한국교육개발원 최근 자료(2009)에 의하면 성적이 높을수록, 여학생일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서울 강남지역 초등학생 상당수는 3, 4학년 때부터 외고 입시준비를 시작한다.

원어민 영어회화, 영어·수학 선행학습을 통해 초등학교 졸업 때 최소한 중 2~3학년 수준의 실력을 만들어 놓아야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외고 입시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원비 수준은 모든 과목을 다 듣는다고 할 때 매달 최소 70~80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올해 서울지역 6개 사립외고의 수업료가 분기당 110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외고 준비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등록금의 두 배 이상을 학원비로 쓰는 셈이다.

실제 국내 대학 교육비는 연 1500만 원으로 추정된다. 10년 후 4년간 예상 비용은 약 6000만 원 이상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사립대 등록금 최고 수준은 1127만8000원인데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재 대학교육비를 실제 추세인 6.3%(4년간 평균 대학교육비 인상률)로 반영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1인당 1억 원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 결국 두 자녀의 대학 학자금은 2억 원인 셈이다. 게다가 어학연수와 해외 자원봉사가 취업 필수 스펙이라면 부모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으로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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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교육자금 계획

목돈이 들어가는 유학자금을 산정해 보면 미국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4만 달러 정도. 환율을 1200원 정도로 환산하면 연간 5000만 원, 유학 대학자금은 연간 7000만 원(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이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간 원화로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 유학을 보내는 주된 목적인 아이비리그 진학을 가정할 때, 대학 4년간 필요한 비용은 총 23만 달러 정도이므로 다시 2억8000만 원이 필요하다.

최근에 상담한 가정은 내년부터 8년간 큰아이의 고등교육을 위해 총 4억8000만 원의 현금흐름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까지 간다면 두 아이의 교육비로 적어도 연 8000만 원 이상, 9학년에서 대학원까지 10년이라고 가정할 때 총 8억 원 이상의 추가 지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 특히, 유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경영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유학생이 있다고 하자. 9학년부터 미국 경영대학원(MBA)까지 총 10년의 기회비용을 약 50만 달러라고 볼 때 이 학생이 훗날 연 10만 달러의 직업을 구한다면, 손익분기점의 시기는 5년이 소요된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차감한 수치가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놓고 교육비의 투자가치를 논할 수 있을까.

IMF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해외유학생 숫자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로 유학을 보내지 않아도 국내 대학의 국제학부를 통해 외국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영어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학비가 저렴한 캐나다, 싱가포르나 향후 국제무대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으로 보내는 것이 효용가치가 더 크지 않겠느냐고 제안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과연 자녀 교육은 투자일까, 소비일까. 한 생애를 조망해보면 여러 자금이 필요하다. 지금의 만족과 편이만 생각해 교육자금과 소비에 몰두하면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 노후엔 자녀에게 나머지 삶을 위탁해야 할 것이다.

그때 자녀가 부모에게 매월 100만 원씩 생활비를 드려야 한다면,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수 있다. 부모에게 자식은 끝없이 지원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 지원이 부모의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노후와 교육비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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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자금은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적지 않은 금액이고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감안할 때 다른 용도의 자금은 자녀 교육에 밀려 정상적으로 마련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무적 균형과 조화다.

평균 이상의 소득 수준에 남부럽지 않은 아파트를 가진 직장인들도 저축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경우가 많은데 공통적인 문제점이 과도한 사교육비다. 사교육비를 줄일 것을 권하지만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금흐름도 양호하고 자산도 좀 있는 가정은 구체적인 재무설계안을 보면 막연한 생각에서 깨어나 이제 좀 윤곽이 잡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이 돈을 필요로 하는 때에 필요로 하는 만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무설계이지만, 자기 자녀에 대한 주장이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부모의 노후생활비가 우선인가, 자녀 교육비가 우선인가는 재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원 상실 시 가장을 잃은 가족의 60%가 1년 이내에 생활고를 겪는다고 하니 가장의 보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최우선 핵심이다.

그리고 현재 재무구조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미래 필요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자녀의 교육비용으로 구멍 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요 체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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