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투자 유의점

이유 없이 급등하는 종목들은 투자하기 전에 BW·CB 행사가와 행사 가능 시기, 물량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막대한 신주 물량 부담으로 되돌아오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CB·BW 권리행사에 따른 신주 규모가 전체 발행주식 수를 넘어서는 경우까지 발생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8월 12일 코스닥시장에서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7일 연속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 업체는 7월 23~30일 특별한 사유 없이 63.1%나 급등했다가 8월 2일부터 8거래일 동안 75%나 추락한 것이다.

CB 전환 물량이 문제였다. 전체 발행주식 1190만 주의 두 배가 넘는 CB 전환 물량 2125만 주가 8월4일 상장된다는 사실이 7월 30일 장 마감 후에야 공시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물량 폭탄’의 충격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게다가 공시 며칠 전 급등할 당시 한국거래소(KRX)로부터 주가 급등의 이유를 묻는 조회공시 요구도 있었다. 회사 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답변만 내놨었다. 주가는 전환가액인 795원을 향해 한없는 미끄럼을 탔다.

KRX에 따르면 8월 들어 18일까지 CB의 전환권이나 BW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총 주식 수의 1%가 넘는 물량이 새로 상장된 종목은 18종목에 이른다. 이들의 신규 상장 주식 수를 합치면 5000만 주가 넘는다. 전기차 업체로 변신을 시도 중인 어울림네트웍스는 2일 BW의 워런트 행사로 전체 상장주식 수의 80%에 가까운 234만8700주가 새로 상장됐다.

6일 상장된 한와이어리스의 CB 전환 물량은 기존 상장주식 수의 37.3%에 이르고, 같은 날 상장된 CU전자의 BW 행사 신주도 22.8%에 달한다. 장외 전기차 업체 CT&T의 우회상장 통로인 CMS는 신주 비중은 1.3%였지만 우회상장 합병이 마무리되면 CT& T의 엄청난 CB·BW 물량이 추가로 상장될 것으로 우려된다.

CT&T가 우회상장 직전에 대규모 CB를 발행, CMS와 합병 이후 신주로 전환될 물량이 총 1억 주가 넘는다. CT&T 기존 주식에 대한 합병 신주 1억5400만 주의 68%에 해당하는 초대형 규모다.
[Market Issue] 예고없는 물량 폭탄, CB·BW 권리 행사
이 같은 주식 전환 대기 물량은 해당 종목의 주가를 짓누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로 8월 2일까지 4일 동안 28.8%나 올랐던 콘덴서 업체 성호전자는 3일 돌연 하한가로 추락했다. 업체 측이 그날 발행주식 수의 3.5%에 달하는 93만여 주가 신주인수권 행사로 18일에 상장된다고 밝힌 것이 부담이 된 것이다.

유전개발 업체 피엘에이는 7월 7일부터 8월 12일까지 9회에 걸쳐 신주인수권 행사 물량이 상장됐다. 이 기간 총 발행주식 수 8.2%가 증시로 유입됐다. 7월 26일 606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물량 부담에 8월 12일에는 특별한 악재도 없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업체 알에스넷은 7월 29일 당시 유통주식 수 1498만 주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0만 주가 BW 행사로 상장되며 10.86% 급락한 적도 있다.

메자닌 투자(CB나 BW와 같은 주식관련사채 투자.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작게 지은 중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mezzanine’에서 유래)의 투자자들은 보통 1년간 권리 행사가 금지된다.

인수자가 1년간 행사금지 조건을 내걸면 지분 변동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서다. 주식관련사채는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털, 사모투자펀드(PEF)가 투자자로 나선다.

최근에는 증권사들도 자기자본 투자 방안으로 주식관련사채를 인수하기도 한다. 지난 6월 23일 터치스크린 부품 업체 이엘케이의 BW 발행엔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두 증권사는 이엘케이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자닌 투자자들 입장에선 권리행사 기간이 됐을 때 주가가 행사가보다 높으면 당연히 차익을 실현하게 마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관련사채를 가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다 BW나 CB 행사(전환)와 함께 급락하는 종목들이 적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 없이 급등하는 종목들은 투자하기 전에 BW·CB 행사가와 행사 가능 시기, 물량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라임엔터는 CB 전환 물량 상장 직전 6거래일간 63.1%나 올랐고 알에스넷도 전체 주식 수의 3.9%에 해당하는 10만 주가 상장된다고 밝힌 7월 28일까지 6거래일간 40% 가까이 급등했다.

7월 30일 상장주식의 11%에 해당하는 21만 주가 워런트 행사로 상장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던 넷시큐어테크 역시 그날을 포함한 이전 11거래일 중 9일간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BW나 CB 행사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닌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KRX 규정에 따르면 권리자의 BW나 CB 행사에 따라 주식을 신규 상장할 때에는 KRX에 상장일 3거래일 전에만 보고하면 된다. KRX는 보고 즉시 공시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BW·CB 행사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일이라 너무 짧다는 것이다.

게다가 BW, CB 보유자가 권리를 행사했는지 여부를 신규 상장 보고 전에 KRX에 알리는 것은 코스닥시장에선 자율신고 사항이라 안 해도 그만이다. 심지어 유가증권 시장에선 신고 사항조차 아니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시장에 알릴 방법조차 없다.

사전 신고를 하면 KRX가 보통 신규 상장예정일 2주 전에는 공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다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프라임엔터와 하나마이크론의 사례를 봐도 하나마이크론이 물량도 적었지만 추가 상장까지 기간이 길어 주가에 충격이 적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KRX 관계자는 “BW나 CB의 행사 여부는 해당 사채 보유자의 의사에 달린 문제라 회사 측에 행사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만 BW나 CB 물량 폭탄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한다면 금융당국과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CB·BW 행사에 따른 추가 상장 공시는 KRX 공시시스템인 ‘카인드(kind.krx.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장 문제는 KRX의 고유 업무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인 ‘다트(dart.fss.or.kr)’에는 공시되지 않는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