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iquitous familly name, Lurton

[Wine Column] 보르도 와인업계를 대표하는 뤼통가 사람들
보르도 와인업계에서 뤼통 가문을 모르면 간첩이다. 보르도에만 뤼통 패밀리 소유의 샤토가 수십여 개에 달한다. 데일리 와인부터 샤토 디켐까지 뤼통가(家) 사람들이 만드는 와인의 종류는 100여 종을 가볍게 넘긴다.

여전히 9개의 샤토를 소유하고 직접 와인을 생산하는 앙드레 뤼통, 두 남동생 루시앙과 도미니크, 여동생 시몬느에게서 난 24명의 자녀 중 17명의 뤼통가 젊은이들이 와인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다.

뤼통 가문이 오늘날 보르도의 대표적인 와인 명문가가 된 데에는 앙드레와 루시앙의 공이 크다. 샤토 보네(Cha teau Bonnet)와 샤토 브랑 캉트냑(Chateau Brane-Cantenac)은 뤼통 가문에 퍽 의미 있는 샤토다.

앙드레의 아버지 프랑수아는 장인으로부터 이 두 개의 샤토와 함께 샤토 레이니에, 샤토 마고의 지분 40%를 상속받아 장남과 차남에게 하나씩 물려주었고, 형제는 이것을 기반으로 지금의 뤼통 제국을 건설했다. 형제는 지금도 각각 샤토 보네와 샤토 브랑 캉트냑에 머물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뤼통 제국의 탄생! 앙드레와 루시앙

앙드레의 본거지는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이다. 앙드레가 지금의 페삭 레오냥으로 불리는 그라브 북쪽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65년 ‘샤토 라 루비에르(Ch. La Louviere)’를 매입하면서부터다.

보르도의 다른 마을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그 시절, 그라브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라브는 ‘샤토 오 브리옹’, ‘라 미시옹 오 브리옹’, ‘카르보니외’, ‘도멘 드 슈발리에’ 덕에 그나마 사람들 기억 속에 간신히 존재할 수 있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그 땅의 특별함을 알아챈 이가 바로 앙드레였다.

풍족하진 않지만 살아가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던 그라브 북쪽의 샤토 주인들을 하나로 묶는 일도 쉽지 않았고, 풀어내야 할 법적인 난제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페삭 레오냥이 원산지 호칭 승인을 얻게 될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그라브 남쪽 사람들의 반대는 예상보다 거셌다.

20여 년이 넘게 이어온 투쟁 끝에 1987년 마침내 페삭 레오냥은 원산지 호칭을 받았다. 500헥타르 남짓하던 당시의 포도밭 면적은 오늘날 세 배 가깝게 확장됐고 오늘날 페삭 레오냥의 위상은 오메독의 주요 원산지 호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Wine Column] 보르도 와인업계를 대표하는 뤼통가 사람들
앙드레가 페삭 레오냥에 들인 공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 난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백 헥타르의 포도밭을 앞장서 지켜낸 이도 앙드레 뤼통이다.

매번 어찌나 강경하게 대응했는지 일부 사람들에게 앙드레 뤼통은 대단히 호전적인 인물로 각인돼 있기까지 하다.

앙드레에게 자식과도 같은 그 땅 페삭 레오냥에서 그는 그의 주요한 와인 대부분을 오늘도 그의 손으로 생산하고 있다.

마르고 2등급에 빛나는 샤토 브랑 캉트냑을 물려받은 루시앙은 마르고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1992년 루시앙은 그동안 11개로 늘린 샤토를 10명에 이르는 자녀들에게 분배를 마치고 이듬해 네고시앙 회사, 루시앙 뤼통 에 피스(Lucien Lurton et Fils)를 설립했다.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유통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아울러 이곳은 배분된 11개의 샤토가 흩어지지 않고 아버지 루시앙의 정열이 대를 이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998년 ‘테르와르의 정열(La Passion des Terroirs)’이란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이곳의 총사령탑은 경영학을 전공한 루시앙의 4남 곤자그가 맡고 있다. 보르도의 특급 와인을 비롯, 보르도 아펠라시옹 와인을 취급하며 이제는 어엿한 보르도의 대표적인 네고시앙으로 자리매김했다.

곤자그는 2등급 ‘샤토 뒤포르 비방(마르고 AC)’의 소유주일 뿐 아니라 그의 아내 클레르 비라르 뤼통(Clair Villars-Lurton)은 3등급 ‘샤토 라 페리에르’, ‘샤토 라 구아그’(모두 마르고 AC)와 3등급 ‘샤토 오 바쥬 리베랄(포이악 AC)’ 그리고 ‘물리(Moulis)의 보석’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샤토 샤스 스플린(Ch.Chasse Spleen)’의 오너 CEO다.

루시앙의 자녀들이 소유한 샤토는 바르삭과 소테른, 페삭 레오냥, 엔트레 두 메르에도 고루 퍼져 있다. 양조학자인 둘째딸 마리 로르는 10남매 중 가장 많은 세 개의 샤토(Ch. Villegeorge, Ch. Duplessis, Ch. La Tour de bessan)를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크뤼 부르주아급이다.

보르도를 넘어 세계로! 뤼통가의 젊은 세대

보르도를 넘어 세계로! 뤼통가의 젊은 세대앙드레의 두 아들 자크와 프랑수아의 행보는 애초부터 프랑스 국경을 벗어났다. 양조학을 전공한 자크는 졸업과 동시에 2년간 호주와 미국의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아버지 앙드레 곁에서 모든 샤토의 와인 생산을 도우며 자연스레 아버지의 열정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지금 그가 ‘화이트 와인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때의 혹독한 경험이 밑거름이었으리라.

반면 경영학을 전공한 프랑수아는 모에 에 샹동에서 세일즈 매니저로서 첫 커리어를 쌓았다. 현재 칠레,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도멘 프랑수아 뤼통의 전신인 JFL(Jacques et Francois Lurton)은 형제가 1988년에 독립적으로 만든 회사다. 보르도에서 다룰 수 있는 품종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이것은 자크의 최대 불만사항이었다.

마침 영국의 한 유통회사로부터 자신들만의 와인을 제작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기회로 자크가 형을 불러들이면서 형제의 본격적인 탈(脫) 보르도가 시작됐다. 2007년 비록 형제는 각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Wine Column] 보르도 와인업계를 대표하는 뤼통가 사람들
슈발 블랑에 이어 샤토 디켐의 경영까지 맡고 있는 피에르 뤼통은 앙드레와 루시앙의 남동생 도미니크의 장남이다. 양조에 관한 공식적인 학위는 비록 없지만 양조학의 대가 에밀 페노와 큰아버지 앙드레로부터 양조를 직접 배웠으니 이에 관한 그의 실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1998년부터 남아공에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모겐스타의 양조 컨설팅을 맡고 있고, 슈발 블랑이 아르헨티나에서 새롭게 론칭한 슈발 드 장드(Cheval des Andes) 프로젝트의 총책임도 맡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샤토 레이니에는 동생 마크가 운영하고 피에르 본인은 90년대 말 자신이 직접 샤토를 구입했다. 낮에는 회사 업무를 보느라 샤토 마르조스에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란다.

글 김혜주 알덴테북스 대표 사진 아영F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