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rga Chefe, Ethiopia

커피 예가 체프는 원시 자연의 순수한 산물이다.
커피 예가 체프는 원시 자연의 순수한 산물이다.
커피를 마주하기도 전에, 그 땅의 신비로움에 빠져 들었다. 적갈색 옥토에 생명의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운무에 휩싸인 예가 체프와의 첫 만남이다.

작은 시골 도시는 차분하고 온화하다. 약속의 땅, 에티오피아에서 신의 기운을 강하게 느낀다. 흙과 어우러진 커피의 기운이 향기로 전해져 온다. 커피란 토양이 탄생시킨 신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의 결정체, 커피 예가 체프의 숨결 속으로…

수도 아디스 아바바(Adis Ababa)를 출발해 중남부 도시, 예가 체프 지구까지 이틀이 걸렸다. 솔직히 아디스 아바바를 출발하면서는 예가 체프(Yirga Chefe)의 존재조차도 실감하지 못했다. 해발 고도 2500m까지 끝없이 이어진 산길을 달렸다. 무언가 다른 기운이 감지되는 순간, 이곳이 커피의 본고장 이르가 체페(현지인 발음)란다.

예가 체프의 신비로운 도시 분위기를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커피 농장을 찾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당연히 농장이 있으리라 믿었던 터였다. 그러나 원주민을 찾아 커피 농장의 존재를 물으니, 모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곳 예가 체프의 커피는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야생커피이기 때문이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황토라기보다 적토에 가깝다. 비옥한 옥토가 주는 풍성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흙 때문에 신발은 엉망이 되고, 걸음도 편치 못하다. 그래도 산길을 굽이돌아 오르고 또 오른다.
[The Explorer] 바람도 머뭇거리는 땅, 야생 커피의 고향
계곡 속 작은 개울을 하나 건넌다. 어린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다. 그냥 홀랑 벗고 흐르는 물에 온몸을 맡긴다. 자연이 주는 축복이며, 숲 속에 사는 존재의 자연스러움이다.

그 자연스러움이 부러울 따름이다. 다시 산길을 계속 오르니, 작은 오두막이 하나 보인다.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그 깊은 곳에 있다.

촌로가 집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다. 얼굴색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몰려와 내게 이야기를 전한다,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듯 아프다고.
[The Explorer] 바람도 머뭇거리는 땅, 야생 커피의 고향
흙 집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노파가 지친 기색으로 누워 신음한다. 가슴이 아프다, 어려운 사람의 삶은 왜 이리 더욱 더 깊은 고통의 연속인가. 예가 체프의 산골 마을에선 흔한 풍경이란다.

다시 산길로 접어드니, 젊은 아낙이 커피나무를 베어 가지고 내려온다. 땔감으로 쓰려고 베어 온 모양이다. 이곳에선 커피나무도 그저 땔감일 뿐이다.

산속의 삶은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존재한다. 커피가 우리에겐 취향이지만, 그들에겐 삶을 이어가는 방편이다.

드디어, 산 정상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하를 내려다보는 정글은 촉촉하다. 황토 대지의 흙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온다. 숨조차 싱그럽다. 이곳이 커피의 본고향, 예가 체프다.

인공의 손길도 없고, 경작을 위한 문명의 도구도 없다. 하늘이 허락한 자연 속에 대지의 지력과 하늘의 충분한 습기, 적당한 태양의 온기로 커피 예가 체프는 탄생되고 있었다.

1. 예가 체프 시골마을의 전형, 염소와 이이들 모두 평화롭다.
1. 예가 체프 시골마을의 전형, 염소와 이이들 모두 평화롭다.
2. 야생 커피와 함께 공존하는 에티오피아 현지인의 삶도 야성이다. 3. 커피나무를 땔감으로 베어오는 현지 아낙네
2. 야생 커피와 함께 공존하는 에티오피아 현지인의 삶도 야성이다. 3. 커피나무를 땔감으로 베어오는 현지 아낙네
커피 세리머니, 에티오피아의 숨결을 느끼다
4. 현지인들이 따서 보여준 그린 생두의 빛깔이 곱다.
4. 현지인들이 따서 보여준 그린 생두의 빛깔이 곱다.
순박한 사람들, 옥토의 충만한 기운, 따사로운 태양 아래 그렇게 숨 쉬듯 존재하는 예가 체프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었다.

가장 고급의 성스러운 식물은 대자연의 너그러운 생명력 속에서, 평화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자연의 순결한 힘, 오직 그 생명력으로 자라고 있었다.

그린 원두의 신비, 예가 체프 커피 생두를 직접 손으로 만져 본다.

그린의 설렘, 붉은 원두의 찬란한 빛깔, 예가 체프 생두는 태양의 신비를 머금고 고요히 숨죽여 탄생되고 있었다. 그 신비롭고 광대한 에티오피아 남부 깊고 깊은 산속에서 말이다.
5. 원주민은 하루에도 수차례, 커피 세리머니를 통해 커피를 마신다.
5. 원주민은 하루에도 수차례, 커피 세리머니를 통해 커피를 마신다.
산골 부부의 집을 찾았다. 커피를 유기농으로 생산해 뉴질랜드로 수출한다는 작은 집이다. 주인의 깊고 그윽한 눈매가 마치 커피 향을 닮았다. 젊은 아내의 표정도 온화하다.

사심 없고 욕심 없는 삶의 진정한 평화를 보는 듯하다. 동네 아이들도 모두 모여들었다. 산속으로 찾아 든 이방인을 마냥 신기해한다.

주민들과 함께 커피 세리머니를 준비한다. 이들에게 커피 타는 일은 하나의 의식이다.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을 준비한다. 생두를 화덕에 로스팅하고 작은 절구에 빻는다.

직접 끓인 물에 커피를 내려, 소박한 탁자 위로 예를 갖춘다. 깊은 산속에서 야생 예가 체프를 마신다. 에티오피아의 숨결을 목구멍으로 느낀다.
6. 생활 터전, 오두막에서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한다.
6. 생활 터전, 오두막에서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한다.
나는 커피를 잘 알지 못한다. 예가 체프의 존재도 이곳 에티오피아에 와서야 알게 됐다. 작은 시골마을 예가 체프의 느낌도 신비롭고, 커피 예가 체프의 존재도 감동이다.

한국을 떠나 카타르, 케냐와 수단을 거쳐 도착한 에티오피아. 다시 그곳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를 떠나 이틀 만에 당도한 커피의 제국, 예가 체프.

커피 예가 체프는 하늘이 허락한 영롱한 이슬과 광대한 대지 위로 따사롭게 스며드는 태양이 창조한 대지의 마술이다. 가슴이 벅차다.

순박한 사람들의 눈망울에 감동하고, 거대한 자연의 포근한 품속에 있어 행복하고, 세계인이 열광하는 커피, 예가 체프의 순수를 마시게 돼 더 감동한다.
7. 야생 커피의 고향, 예가 체프의 풍족한 원시림
7. 야생 커피의 고향, 예가 체프의 풍족한 원시림
TIP

● 에티오피아 입국 정보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 루트가 많아졌다. 우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유해 에티오피아로 들어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있고, 중동 최고의 항공사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도하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갈아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이집트나 케냐를 들러 그곳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항공 이용 시 공항에서 입국 비자가 20달러(USD)다. 케냐, 수단 등을 통한 육로 입국 시에는 반드시 그 나라에서 비자를 취득하고 입국해야 한다.

● 에티오피아 여행 정보

아디스 아바바에는 적절한 요금의 여행자 숙소가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내륙 교통은 수도 아디스 아바바 버스 터미널에서 남쪽 각 도시로 연결된다. 예가 체프도 이곳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이 풍족감을 전해주는 에티오피아 여행은 현지인을 고용한 렌터카 여행을 권한다. 렌터카로 현지인과 함께 에티오피아 남부의 대자연 깊숙이 들어가 보자.

●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업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지로 커피라는 이름 자체가 에티오피아의 도시 카파(Kaffa)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커피 경작에 있어 전통을 중시하며, 일부 국영 농장 이외에는 커피나무들이 일반 다른 수종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그늘에서 자연 생태로 자라나고 생산된다.

커피는 곧 에티오피아인들의 생활이며, 국가 총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33만 개의 소규모 자영 커피 농가와 1만9000여 개의 국영 농장이 존재하며, 약 1200만 명의 인구가 커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 에티오피아 커피의 특징

에티오피아 커피는 종류가 다양하다. 시다모, 모카하라, 예가 체프, 리모, 아리차 등. 이들 커피는 상태별로 G1, G2, G4 식으로 구별되는데 다른 지역의 커피들이 상태가 좋을수록 맛이 좋은 것과 달리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상태가 좋은 G1이면 그 나름의 맛이 있고 G4이면 또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종류별로 그 특색을 이해하고 잘 볶아 향을 잘 표현하면 에티오피아의 커피들은 전부 맛있다는 것이다.
천국의 땅, 에티오피아. 야생 커피의 고향답게 웅혼한 자연이 거대하고 신비롭다.
천국의 땅, 에티오피아. 야생 커피의 고향답게 웅혼한 자연이 거대하고 신비롭다.
[The Explorer] 바람도 머뭇거리는 땅, 야생 커피의 고향
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