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상의 과거 가격 추이는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인지 주식은 주가 조회를 하면 알아보기 쉽게 현 주가는 물론 연중 최고치, 최저치도 함께 나오게 된다. 주가가 많이 빠져 있을수록 이 같은 가격 비교는 ‘수익 기대 심리’를 더 부풀리게 한다.

물론 수익 기대가 투자 결정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그러나 수익 기대 만큼 리스크(risk) 관리도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분산투자 역시 리스크를 관리하는 투자 기법이다. 안전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굴지의 에너지 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원유 유출 사태로 두 달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주가가 사고 전 60달러 선에서 최근 30달러를 밑돌며 시가총액의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투자 기간을 나누는 것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증시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보통 버블이 붕괴되면서 주가 하락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바닥이 어디냐, 혹은 언제냐로 집중된다. 그러나 바닥이나 꼭대기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특정 시점이나 특정 가격대에서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추가 하락이나 경기침체 장기화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경기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기간에 맞춘 ‘나눔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기다리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라 인내심이 필요하다. ‘증시의 비상식적인 상황은 투자자의 재력보다 오래간다’는 말이 있다. 분석이나 판단이 정확했다고 해서 증시가 그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 버블을 정확히 맞추는 타이밍으로 유명한 투자가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은 1980년대의 일본 증시 버블, 미국 부동산 버블을 경고했다. 또 뉴욕 증시 하락 직전인 2000년 1월엔 ‘테크놀로지 종목들이 지난 70년 중 가장 과열된 상태’라고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랜섬의 예측은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점이다. 일본 증시 버블 경고는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1989년 말보다 2년 앞서 나왔고, 뉴욕 테크놀로지 종목 버블에 대한 경고는 폭락 3년 전인 1997년부터 반복해 나왔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생된 금융위기는 2006년에 처음 경고했었다.

투자자는 투자 목표를 자산 증식과 자산 보호 중 어느 것에 두느냐에 따라 ‘증시의 과장된 움직임에 편승하느냐’ 아니면 ‘그랜섬과 같이 장기적 안목을 따라 자산 보호에 치중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적정 가격과 주가 변동 폭을 계산에 넣은 ‘나눔투자’는 필수적이다.

지금 뉴욕 증시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상환 문제, 세입 감소로 인한 지방 정부의 재정위기,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도미노 재정위기 가능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망 등 수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뉴욕 재정 전문가들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욕심은 투자의 해가 될 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은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각종 악재들이 해결되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Up-Front in US] '나눔투자'의 기술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 (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재 Excellence Asset Managemen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