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순 아토아트 그룹 회장

[Success Story]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꾼 미다스의 손
나이 서른아홉에 웅진그룹 내 최연소로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IMF 혹한으로 모두가 움츠리고만 있을 때 ‘울타리’를 버리고 과감하게 창업했다. 그것도 상류사회를 겨냥한 최고급 장식품 수입업이었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자신 있었다. 창업 15년, ‘아토아트’는 단 한 해도 매출에서 뒷걸음질 친 적이 없다. 사람들에겐 ‘레드오션’이었지만, 상류사회의 문을 두드린 그의 사업은 결국 ‘블루오션’이었던 것. 현재 5개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장혜순 아토아트 그룹 회장의 성공 스토리다.

장혜순 아토아트 그룹 회장의 이야기를 우연찮게 접했다. 이탈리아 장인들이 만드는 장식품을 수입, 청와대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귀한 손님’ 선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호기심이 발동했다. 독특한 사업 아이템과 그 사업에 물꼬를 튼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다.

“운이 좋게도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예전엔 조금 산다고 하면 300~500평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에 살았죠. 저희 집도 그랬어요. 집이 넓다 보니 자연 빈 공간이 많았고, 홈 인테리어에 워낙 관심이 많았던 친정어머니께서 여행 다니실 때마다 부지런히 수공예품, 장식품을 사다 모으셨죠. 이탈리아산 장식품, 카펫 등 영화 속에서나 봤던 물건들이 사실은 세상에 다 있는 것들이구나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유럽 장식품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IMF 때 하이클래스 겨냥한 ‘배포 창업’

작고 예쁜 것 좋아했다는 친정어머니 얘기를 하는 장 회장 또한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한 미모다. 1남 2녀 중 둘째로, 말 그대로 부유한 가정에서 ‘곱게’ 자랐을 것 같지만, 사실 그는 부모님(장 회장의 아버지는 서울 잠실 ‘엄마손백화점’의 창업자다)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업가 기질’로 밀어붙일 땐 무섭게 밀어붙이는 경영자다.

“고등학교 다닐 때도 ‘저건 히트할거야’ 하는 아이템은 6개월이나 1년 뒤에 반드시 히트를 치더라고요. (웃음) 어릴 적부터 물건을 보는 눈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무역을 해야겠다 싶었죠.”

홍익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6년 직장생활의 첫 단추를 끼운 곳은 대한항공의 국제여객지점. 입사 3년 만에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 5여 년간 두 딸을 낳고 키우며 ‘엄마손백화점’의 이사 직함을 달고 일을 병행했다. 그러던 중 1985년, 웅진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백화점 현장에서 ‘영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탓이다.

‘판매도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자 다른 기업에서 ‘한 수’ 배우자 싶었다. 그렇게 입사한 웅진그룹에서 이후 10년간 ‘한 우물’을 팠다. 어디 그뿐인가. 내친 김에 초고속 승진으로 그룹 내 여성 최초로 계열사인 ‘웅진웰’ 전무이사 자리까지 꿰찼다.

당시 나이 39세, 그는 최연소 전무이사로 기록됐다. 출판에서 시작해 식품부문으로 이어진 10여 년 웅진그룹과의 인연은 1994년 마침표를 찍었다.

“퇴사 후 2년간 준비하고 1996년 5월에 ‘아토아트’를 설립했어요. 경기가 그리 좋을 때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말렸어요. 한국에서 수공예 장식품 수입업이란 게 전무했던 터라 더더욱 말렸죠. 무턱대고 이탈리아 곳곳을 다니며 거래선을 뚫었어요.

이탈리아 최고의 장식예술품 회사인 ‘리니아 아르젠티’의 사장은 제 배포 하나만 보고 한국 독점판매권 계약서에 사인을 해주더라고요. 하면 될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뒤 IMF가 터졌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토아트는 IMF 때 더 잘되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선물 문화보다는 ‘봉투’가 일반적이었는데, 경기가 어렵다 보니 ‘봉투’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돈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고급 선물 아이템이 호응을 얻게 된 거죠. 이후 15년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금은 연평균 매출 1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 강남의 타워팰리스처럼 면적이 큰 고급 주택들이 늘어나면서 집 안 장식예술품 수요가 증가된 덕도 보고 있죠. 타워팰리스는 다섯 집 건너 한 집이 저희 고객이에요.”

(주)아토아트를 모기업으로 출발해 부동산 투자와 빌딩 임대 사업과 무역업무 대행을 하는 ‘혜창무역’과 친환경 액상 제설제를 생산하는 (주)즐거운미래 등 현재 장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는 5개에 달한다.

특히 3년 전 인수한 (주)즐거운미래는 7여 년의 연구 끝에 자동차 부식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염화칼슘을 대체할 친환경 액상 제설제를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캐나다·러시아 특허권 획득에 이어 카자흐스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향후 아토그룹의 매출 증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Success Story]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꾼 미다스의 손
청와대 국빈용·청와대 귀빈용 선물 납품

장 회장은 손을 대는 사업마다 ‘재미’를 봤다. 사업가이자 재력가인 아버지의 ‘피’가 그토록 진했을까. 그저 복과 운을 타고 났다고 한다면 신(神)이 다소 불공평한 것 아닌가.

“하하하. 아버지 재산은 오빠한테 갔죠. 제 사업은 제가 이룬 거예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부동산도 제가 사면 값이 다 올랐어요.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 아니죠. 그만큼 발로 뛰면서 물건을 많이 봐야 ‘감’이 생기는 거니까요. (웃음)”

장식품 수입업, 부동산 관련 사업, 패션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열정을 쏟는 것은 모기업인 ‘아토아트’다.

꾸준한 거래선 개발로 현재는 이탈리아 내 40여 개 회사의 한국 독점판매권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이탈리아 현지로 주문 제작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른바 역수출이다.

‘아토아트’는 현대·롯데·신세계백화점과 AK플라자 등 전국 주요 백화점 10여 군데 매장에서 은 소재 이탈리아 명작 컬렉션과 이탈리아 명품 클래식 가구 등을 판매 중이다.

선물 납품 거래처도 삼성물산을 비롯해 포스코, 삼성전자, GS건설, LG생활건강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주요 클라이언트에는 ‘청와대’도 포함된다.

“청와대도, 대기업도 국빈이나 귀빈은 한두 해 손님으로 모시고 끝나는 대상이 아니잖아요. 10년, 20년 꾸준히 만나야 하니 매번 선물 아이템이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죠. 제가 바로 그런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는 사람 아니겠어요. (웃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회갑연 때는 은촛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는 국빈용 선물로 평화를 상징하는 지구본 은장식품을 공급했었죠. 저희 고객 중에는 VVIP도 많은데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최고의 컬렉터라고 할 수 있어요.”

아토아트는 10년 이상 된 ‘단골’ 고객도 많다. 여기에는 선물을 받을 대상과 목적, 선물에 담을 메시지를 제안하는 장 회장의 탁월한 센스가 한몫을 한다. 선물을 통해 ‘사랑’, ‘평화’, ‘성공’ 등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예술장식품을 보급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홍콩과 대만에 거래선을 뚫었다. 외관만 보고서는 30만 원짜리 액자와 차이가 없는 10만 원짜리 ‘실속’ 실버액자 등도 취급한다.

아토아트가 현재 취급하는 품목의 가격대는 백화점 판매가 기준 홍콩 및 대만 수입품이 10만~50만 원, 이탈리아 작가 수공예 작품은 1000만~1억5000만 원선이다.

국내 최초 장식예술품 전문 갤러리 오픈
‘아토아트’는 설립 15년 만에 5개의 계열사를 둔 ‘아토아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장혜순 회장은 큰딸의 경영 수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아토아트’는 설립 15년 만에 5개의 계열사를 둔 ‘아토아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장혜순 회장은 큰딸의 경영 수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요즘 또 다른 ‘사고(?)’를 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는 9월 서울 청담동에 완공할 ‘아토아트 갤러리’가 그것. 이탈리아 정통 클래식 가구를 비롯해 작가들의 은 수공예품, 홈 인테리어를 위한 패브릭 제품과 벽지, 장식 소품 등을 전시할 장소로 ‘아토아트’와 대중의 본격적인 소통(疏通)을 위한 공간이 될 예정이다.

“장식예술품 전문 갤러리로는 국내 최초가 될 겁니다. 관람과 구입이 한 장소에서 가능해요. 최고급 명작 작품에서부터 신혼부부를 위한 모던한 콘셉트의 소품, 패브릭, 벽지 등 홈 데코를 위한 종합 갤러리로 구상 중이에요.”

한 마디로 15년의 ‘아토아트’ 역사가 총망라될 공간이다. 그런데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라는 갤러리 얘기가 채 마무리도 되기 전에 그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 얘기로 화제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모자와 주얼리를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에요. 셋업은 이미 끝난 상태고 어떤 형태로 어디서부터 판매를 시작할지 고심 중인데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의 얼굴에 빛이 나는 이유다. 늘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그의 노하우를 한 수 배운다면 보톡스는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장혜순

홍익대 무역학과
대한항공 근무
(주)웅진그룹 근무·웅진웰 전무이사 퇴임
현재 아토아트 그룹 회장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