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 회복, 중국 긴축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겠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3분기 침체, 4분기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고하저(上高下底: 상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가 대세였던 당초 기대치와는 달리 상반기 주식시장은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결과를 기록했다.

1900포인트를 넘어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지수 2000포인트 달성은 무난하리란 분위기였지만 코스피지수는 4월 1752포인트를 고점으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증시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2의 리먼 사태를 우려하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일단 증시는 연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 회복, 중국 긴축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겠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3분기 침체, 4분기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 주식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IS2000’을 꼽는다.
[How to Invest in 2nd half of 2010] 하반기 주식 키워드 ‘IS 2000’ 주목
인플레이션(Inflation)과 금리(Interest rate) 인상

인플레이션은 코스피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곧바로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물가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기 상승세가 약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것과 연구기관 발표 명목 임금상승률이 5~6%인 것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구매력을 감소시켜 소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How to Invest in 2nd half of 2010] 하반기 주식 키워드 ‘IS 2000’ 주목
그렇다면 물가상승기에는 어떤 종목이 강세를 보일까. 지난 5월 대신증권이 펴낸 ‘금리상승기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았던 시기 코스피 지수는 평균 3% 정도의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철강, 전기전자, 기계, 보험, 운수장비, 의약, 화학, 전기가스 업종 등은 초과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세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히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수출 관련 업종의 수익률이 좋았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수출 가격경쟁력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소비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통·섬유의복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재정위기(Sovereign risk)와 미국·중국 경제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단 고비는 3분기로 예상되는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가 만기되는 시기다. 여기에 중국발 긴축과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도 유심히 지켜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국가 부도 위험은 투자 심리의 위축을 초래했다. 리먼 사태 정도로까지 확대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현재까지 일단 시장의 반응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형국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고용 소득의 회복이 느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재정적자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유로 존도 당분간 재정 긴축이 불가피하다”면서 “문제는 세계 각국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해법 없이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국가 부도 위험의 이슈는 유로 존 내 일부 국가들의 단기유동성이 아니라 장기 채무상환 능력과 의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미 유로 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80% 선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 취약 국가들은 100%를 넘어서고 있다. 채무(국가 부채)가 소득(GDP)의 일정 수준(임계치)을 넘어서면 부채가 부채를 낳는 ‘부채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뇌관은 그동안 세계 경제 침체를 사실상 홀로 지탱해왔던 중국 경제의 긴축 여부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경기 과열과 내수 둔화를 동시에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더디다 보니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내수 부양에 총력을 기울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수급 상황이 안정적인 데다 금융기관들의 담보대출 금액이 적어 금융 시장과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록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격한 경기 위축을 가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많은 부분을 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How to Invest in 2nd half of 2010] 하반기 주식 키워드 ‘IS 2000’ 주목
지수 ‘2000포인트’ 달성 여부

그렇다면 관심은 하반기 주가가 ‘어느 정도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인가’다. 3분기 약세와 4분기 강세 기조로 볼 때 전반적인 평가는 185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2000선 돌파 여부도 중요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당장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기는 힘들겠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내년 1분기 주가가 빅뱅(대폭발)으로 치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주식시장은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른 이익 개선이 실현되는 2000년대 전반부 저(低) 주가수익비율(PER) 시대와 유사한 패턴을 그리고 있다”면서 “4분기 이후 시작된 주가 상승이 2011년 상반기에는 지수 2000을 돌파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우리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5월 6일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12개월 예상 PER(1년 후 기대 이익에 근거한 주가수익비율)는 9.4배(코스피 1700 기준)에 불과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기업이익(EPS) 증가율은 올해 58%, 내년에는 6%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선진국 시장보다 10~15% 선의 할인율을 적용해도 1850포인트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대다수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유망 종목은 무엇일까. 미국만 해도 최근 시가총액 기준 상위주의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고 소비재 성격의 주식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소비자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는 애플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누르고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IT 기업들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중국 내수시장 확대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얻는 홈쇼핑, 게임, 인터넷 업종들의 장기 유망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코스피 목표지수를 1950으로 예상하면서 “글로별 경쟁력이 높은 대형 우량주들의 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부품주, 자동차주는 선별적인 투자가 예상되며 4분기 밸류에이션이 적정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