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최근 국내 자산 시장의 뚜렷한 변화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시중 자금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저축성 예금이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큰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떼일 일 없는 예금상품이 투자자들 사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하반기 자산 관리의 키워드는 ‘안전’이다. 안정성에 대한 선호는 주식, 부동산 가릴 것 없이 전 영역에 걸쳐 하반기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시장의 시계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자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나마 상반기에 호조세를 보였던 주식시장도 4월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주식시장이 경기선행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걸 감안하면 현재로선 하반기 강세를 예상하기 어렵다. 투자자들로선 여러 모로 돈 불리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안정성에 대한 선호는 전 투자 영역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의 심리는 주식보다는 채권, 부동산에 몰리게 마련이지만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How to Invest in 2nd half of 2010] 채권 등 안전자산 강세 집값 반등은 難望
안전자산 선호 언제까지 가나

최근 국내 자산 시장의 뚜렷한 변화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시중 자금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저축성 예금이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큰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떼일 일 없는 예금상품이 투자자들 사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5월 들어 순매도로 전환한 것도 주식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요인이다. 연초 이후 4월까지 약 11조 원을 매수했던 외국인 투자금은 5월 한 달에만 5조8000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5월 한 달 동안 11%나 하락했다.

하반기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채권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하반기에도 계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진수 동부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연구원은 “회사채는 현금흐름의 확실성에 고금리의 매력을 더한 상품이어서 하반기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4분기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개선이 맞물리고 신용 위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일 경우 회사채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대외 의존도가 낮은 발행사 중심으로 신용 위험과 업황을 고려한 투자는 저금리 환경에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성 자금은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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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투자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상반기 삼성생명, 만도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에 시중 자금 20조 원 이상이 몰린 것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들 공모주 청약 자금은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금이 공모 이후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으로 회귀했다는 데 있다. 유근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시장 급락 시 저가 매수에 대한 학습효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최근 자문사 랩 상품으로 자금 유입세가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이 같은 경향은 하반기에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국내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조금씩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600포인트 선까지 주저앉으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중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를 하회하자 주식형 펀드로 9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된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최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투자자문사 랩 상품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 원으로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지금으로선 남유럽 재정위기를 몰고 온 채권 만기가 집중되는 7월이 관건이다. 당장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중장기 글로벌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대표되는 인덱스 상품과 하락장에서 강세를 띠는 랩 등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ELS는 4~5월 모두 월 7조 원 어치가 발행됐다. 증시는 물론 원자재 값의 부침이 커지는 상황에서 1~3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이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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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정부 정책에 촉각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침체가 불가피하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가 5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세가격 지수도 5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수도권에 공급될 물량이 상당해 상승세가 계속되기 힘들다.

심리적으로도 극도로 불안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값 상승은 추후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데, 최근 이들 지표 간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집값 약세의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상당수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 집 마련에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하반기에도 분양가가 저렴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 대비 공급량은 대폭 늘어난다. 여기에 9월 건설업계 3차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상당수 건설사들이 퇴출될 경우 집값 하락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들 상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풀릴 기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를 비롯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내 각종 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시장에는 커다란 악재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역시 안전자산 선호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시세차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보다 임대수익 등 수익형 부동산 3인방인 오피스텔, 고시원, 상가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오피스텔과 고시원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데다 향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기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할인 분양과 선 임대 분양 등 각종 유인 카드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대형 상가도 관심 대상이다.

50억~100억 원대 중소형 오피스빌딩 역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구미를 당기고 있는 상품이다. ERA코리아가 조사한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강남권 평균 공실률은 12.1%를 기록해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공실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는 “강남 오피스의 매매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데다 매매 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데 상당수 고액자산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록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면서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최근 전체 보유자산에서 80%에 달하는 실물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상품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이 같은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