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수 U-health산업협회 회장

[Health Care] 60대 몸짱의 무위자연 건강법
최병수 U-헬스산업협회 회장은 건강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타고난 건강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젊은 직원들의 부러움을 살 때가 많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는 클럽에서 색소폰을 부는 최 회장의 신바람 나는 인생을 소개한다.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전국 4만 개 사업장, 100만 근로자의 근로환경과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다.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옛 이름)에서 20여 년 공직생활을 한 최병수 회장은 1983년부터 대한산업보건협회에 몸담아 왔다.

보건협회 일을 하면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은 보건 전문가이기도 하다. 비의사로는 최초로 지난 2005년 협회장으로 추대돼 현재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그는 또 하나의 감투를 썼다. U-헬스(U-health)산업협회 회장직이 그것이다. U-헬스는 유비쿼터스와 원격 의료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 Care)의 줄임말로 유비쿼터스 건강관리라고도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U-헬스산업협회는 예방적 차원의 건강관리에 주력한다. U-헬스산업협회는 원격 진료와 상담 등 차세대 예방의학에 초점을 둔 단체다.

“근로자들의 불행은 곧 국가의 불행입니다. 그들이 행복해야 국가와 사회가 행복한 거죠. 행복하려면 건강이 우선돼야 합니다. 저는 상품 하나를 수출하는 것보다 근로자 한 명의 건강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건강을 꼽는다. 최 회장도 마찬가지다. 집안이 화목하려면 온 가족이 건강해야 하듯이, 회사가 안정되려면 근로자들의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타고난 건강에 젊어 몸에 밴 운동

그렇다고 자신의 건강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건강을 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 회장은 그런 점에서 적임자다. 올해로 일흔을 바라보는 그이지만, 외모는 10년쯤 젊어 보인다. 속은 겉보다 실해서 신체 나이는 50대다.

그런 이유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비결이라고 특별히 내세울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음식을 가려 먹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해 술을 안 마시는 것도 아니다. 몸이 원하는 대로 먹고, 술자리도 잦다.

그럼에도 신체나이로는 40대 중반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를 봐도 최근 5년간 수치가 똑같이 나왔다. 강연 준비를 하며 최 회장은 건강 비결이 무얼까 고민해봤다.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보며 그는 네 가지 정도의 건강 비결을 도출해냈다.
[Health Care] 60대 몸짱의 무위자연 건강법
첫째, 타고난 건강이다. 토양이 좋아야 곡식이 잘 자라듯 건강한 체질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웬만큼 관리를 해서는 타고난 건강을 따를 수 없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젊을수록 그렇다.

둘째, 긍정적인 사고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는 한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만약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더라도 “내 몫이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넘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몸속에 건강한 호르몬이 나온다고 그는 믿는다. 그 호르몬 덕에 몸이 건강해지면 생각과 판단도 명료해지고, 그러다 보면 일이 더 잘 풀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셋째, 운동이다. 그는 젊어서 조깅, 산악자전거, 웨이트 트레이닝 등 웬만한 운동은 다 했다. 지금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90kg은 너끈하다. 그 덕에 60대에도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한다.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수영장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사람들이 몸만 보고 40대인 줄 알아요. (웃음) 몸이 괜찮다는 걸 아니까, 젊은 직원들이 저랑 목욕탕 가는 걸 꺼려합니다.”

1년 1000병 이상의 술에도 끄덕 없는 이유

마지막으로 그는 악기 하나 정도는 꼭 하라고 권한다. 지인들 사이에서 그는 ‘색소폰 부는 회장님’으로 통한다. 색소폰을 분 것은 10여 년 전이지만, 젊어서부터 그는 끼 많은 청년이었다.

목소리가 좋고 노래를 잘해 여기저기 곧잘 불려 다녔다. 군대시절에는 기타며 오르간까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 인기를 끌었다.

공직에 몸담은 후 한동안 감추었던 끼를 그는 10여 년 전 다시 펴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멋스럽게 즐길 수 있는 악기가 뭘까 고민하다가 번뜩 떠오른 악기가 ‘색소폰’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도 내기 힘들었다.

함께 색소폰을 시작한 동료들 중 일부는 3개월도 안돼 백기를 들었지만, 그는 달랐다. 불고 또 불었다. 학원에 못가는 날은 가까운 노래방으로 연습장을 대신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색소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어느 곳에 가든지 색소폰을 들고 다닌다. 색소폰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색소폰만한 악기도 없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도 색소폰 하나면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다.

색소폰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색소폰을 불면 심폐기능이 좋아질 뿐 아니라 단전호흡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정신 건강에도 보탬이 된다.

“술 깨는데 색소폰만한 게 없습니다. 제가 술자리가 잦습니다. 한번은 아내가 제가 콩자반 짚는 걸 보더니, 술을 그렇게 마시면서도 수전증 없는 걸 보면 더 마셔도 되겠다고 그래요. 그때 제가 한 해 몇 병의 술을 마시는지 계산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한 해 마시는 술이 1000병이 넘더군요. 맥주 450병, 소주 400병, 위스키 200병 정도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건강한 건, 즐겁게 마시고 색소폰을 불면서 장시간에 걸쳐 마시기 때문인 듯합니다.”
[Health Care] 60대 몸짱의 무위자연 건강법
그는 지금 생각해도 색소폰을 배운 게 잘 한 일이다 싶다. 색소폰은 나이 들어 얻은 귀한 친구 같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도 생각날 때마다 그는 색소폰을 분다. 그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도 악기를 배우라고 권한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악기를 배우는 게 인생과 비슷해서 고비를 잘 참아내야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음악사랑은 자식대까지 이어진다. 큰딸은 미국 맨해튼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다. 둘째딸은 음악은 아니지만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막내아들은 예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기 전 트럼펫을 가르쳤다.

자식들은 그의 음악적인 끼뿐 아니라, 생활 태도까지 이어받았다. 무위자연의 생활 태도다. 무위자연이란 자연법칙에 따라 행위하고 인위적인 작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세 가지 가르침을 줬다.

첫째,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숟가락을 빼앗지 마라. 둘째, 남에게 한이 되는 행동과 말을 하지 마라. 결국은 그 나쁜 기운이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 셋째, 항상 손해 보는 듯이 살아라. 조금 밑지는 것도 괜찮다.

“한 생각이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더러는 사람이 당하고도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병도 치료하면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거든요.”


최병수

인제대 대학원 보건학 박사
U-health산업협회 회장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사) 푸른마을협의회 회장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