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부채’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이제는 유럽 재정위기로 옮아가면서 세계 경제가 또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진입했다. 이는 결국 심각한 가계부채가 정부부채로 이전된 셈. 이러한 정부부채는 전 국민과 후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정부 재정은 아직까지 건전하다고 하지만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696조5610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자칫 금융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 및 경제 불안의 원인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가계부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초저금리에 편승해 가계의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자금이 넘쳐나는 은행들도 자금운용을 가계 대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 규모가 증가하고 금융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의 증가와 함께 부채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산 증가에 비해 소비성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가계 신용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출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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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나 가계나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부채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가진 여윳돈으로 부채 상환부터 할 것인가 혹은 투자를 할 것인가 질문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채에 대한 명확한 원칙부터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부채를 이용하면 필요한 물건을 곧바로 구입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투자할 경우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에 따른 비용 증가는 재무 상태를 어렵게 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각할 경우 개인 신용 위기의 마지막 단계인 신용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부채를 이용해 투자할 경우 장기투자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역으로 마이너스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부채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자칫 무분별한 부채는 가계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현재 가계부채가 있거나 새롭게 부채를 사용하려 할 경우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대출 목적이 타당한가를 검토한다. 대출하려는 목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단기간 투기나 소비를 위한 목적인지 따져본다. 특히 최근 대출을 통해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투자자 중 직접투자자의 15.1%가 빌린 돈을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들은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 신용대출이 가장 많았고, 증권사 신용대출, 지인으로부터의 차입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장기투자가 필수다. 하지만 빚을 얻어 투자할 경우 대출 이자의 부담 등으로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결국 투자에 성공하기보다는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훨씬 크다. 따라서 투자를 위해 부채를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대출 기간과 상환 계획은 적절한가 따져본다. 즉 대출 기간이 자금의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토한다. 만일 자금의 사용 목적은 장기인데 대출 기간이 단기로 돼 있다면 상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대출이 모두 단기성이라면 나중에 대출 상환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금의 사용 목적에 맞는 대출 기간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상환 계획을 미리 세우도록 한다.

셋째, 부채 규모가 적절한가를 고려한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보다 과도한 부채를 사용할 경우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능력에 맞는 수준 내에서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

부채 규모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총 자산 대비 부채액이 그 하나이고 매월 상환하는 부채상환액 대비 총 소득 또는 순소득 비율이 또 다른 기준이다.

즉 현재 가지고 있는 총 자산에 비해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와 매월 부채를 갚기 위한 현금지출이 총 소득 대비 어느 수준인가를 가지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총 부채 규모가 총 자산의 40% 이상일 때 부채로 인해 재무적 문제가 발생하는 신호로 보며 50%가 넘어간다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또 매월 부채상환액이 월 소득의 40%가 넘어가면 생활에 심각한 영향이 미친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자신의 부채가 과도하다면 부채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거나 더 이상 부채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넷째, 대출을 이용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기회비용이나 대출금리 등을 고려한다. 일반적으로 예금이나 펀드 담보 대출의 경우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불리함을 따져보지 않고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금이나 투자의 경우 단지 수익률 개념인 반면 대출의 경우 매월 현금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이자와 함께 이중의 부담을 갖게 된다.

또 적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예금이나 적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보다는 적금을 해지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펀드담보대출 역시 요즘과 같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등 여러 가지 대출이 있는데 가장 금리가 낮은 것은 본인 소유 주택의 지분을 활용한 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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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자금의 용도가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인 경우 소득공제 등 절세 효과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알아본 다음 대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 따라 대출 취급 시 거래 실적에 따라 대출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화요금이나 공과금 납부 등을 주거래 은행에 집중한다면 은행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합리적인 부채 관리란 부채에 따른 금융 비용을 최소화하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만 부채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카드채 부실 사태나 최근 미국발 경제 위기 모두가 가계의 부채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투자 못지않게 부채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부채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최선의 리스크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소장 fundwat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