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경국
일러스트·이경국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FIFA가 벌어들일 총 수입은 36억 달러(약 4조8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손꼽히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경제학적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단일 종목으로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월드컵은 스포츠 마케팅의 ‘황금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벌어들이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FIFA가 공개한 2008년 수입·지출 내역을 보면 한해에 총 9억57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벌었다. 내역을 보면 TV 중계권료로 5억6000만 달러(약 64000억 원), 공식 후원 기업들에 마케팅 권리(marketing rights)를 주는 대가로 2억5300만 달러(약 2870억 원), VIP 고객 전용 좌석 등의 판매로 얻은 4000만 달러(약 454억 원), 라이선스 비용 1500만 달러(약 170억 원) 등이다.

지출은 7억7300만 달러(약 8778억 원)로 공개됐다. 지출의 절반인 3억4500만 달러(약 3918억 원)는 남아공 월드컵 관련 비용으로 사용했고 개발 관련 비용으로 1억3300만 달러(약 1510억 원), 각종 비용으로 9800만 달러(약 1112억 원)를 썼다. 즉, FIFA는 지난해에만 1억8400만 달러(약 2089억 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FIFA가 벌어들일 총 수입은 36억 달러(약 4조8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독일 월드컵 때의 총 수입 23억 달러보다 50%가량 증가한 액수로 사상 최다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벌어들인 24억 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월드컵의 최대 수입원은 TV 중계권료다. TV 중계권료는 2개 대회를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한다. FIFA는 남아공 월드컵을 볼 시청 연인원만 263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FIF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의 TV 중계권료는 27억 달러(약 3조660억 원)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TV 중계권료 20억 달러보다 30%가량 늘어났다.

독일 월드컵 중계권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15.4% 인상됐다. 중계권료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840억 원,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970억 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200억 원에 불과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중계권료 수입은 17억3000만 달러(약 1조9647억 원)였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방송사들은 2개 월드컵 대회 중계권료로 10억 유로(약 1조4467억 원)를 지불했다. 한국은 SBS가 남아공 월드컵에 6500만 달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7500만 달러 등 총 1억4000만 달러(약 1589억 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 방송사인 유니비전과 ESPN 두 방송사는 2010년과 2014년 등 2개 월드컵 대회 중계권료로 4억2500만 달러(약 4826억 원)를 지불했다. FIFA가 단일 국가와 맺은 중계권 계약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유니비전은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중계 채널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미식축구(NFL), 프로 야구, 프로 농구 등이 인기가 높아 축구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히스패닉 등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축구의 열기가 이전보다 뜨거워졌다. 지난해 6월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컵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해 브라질에 2 대 3 역전패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는 등 ‘메이저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인 ESPN은 월드컵 기간에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 중계에 준하는 인력을 투입한다. ESPN이 월드컵에 이처럼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 ‘월드컵 전문 뉴스’를 편성하고 남아공 문화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내보낼 예정이다.

FIFA는 아울러 공식 후원 기업 선정을 통해 6억6000만 달러(약 7495억 원)를 챙긴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현대자동차, 소니, 에미레이트항공, 맥도날드, 비자카드 등과 2014년까지 계약했다. 공식 계약 금액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기업당 2개 대회에 2000억∼3000억 원을 할당해 1개 대회당 1000억∼1500억 원 정도를 거둬들인다.

입장권 수입은 2억5000만 달러(약 2839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개막전과 준결승전, 결승전 티켓은 1년 전에 다 팔렸다.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주요 팀의 경기 입장권도 매진됐다. FIFA는 45만여 명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FIFA는 번 돈 가운데 상금과 대회 운영비용, 208개국 협회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독일 월드컵에서 11억 유로(약 1조5914억 원)를 썼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지만 최소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에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 큰 변화 조짐이 보인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들이 TV와 보드판의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에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 활동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

3억500만 달러(약 3974억 원)를 지불하고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된 소니에릭슨은 ‘소셜 미디어’에 사실상 ‘올인’했다. 축구를 통한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소니에릭슨은 팬들과 디지털 커뮤니티를 만들어 홍보 활동을 펼친다는 구상을 세웠다. ‘소셜 네트워킹 월드컵’이라는 모토 아래 팬들과 접촉을 강화하는 플랫폼으로 트위터와 유투브, 페이스북을 활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소니에릭슨은 온라인 축구 애플리케이션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트위터 월드컵’을 통해 참가국 간 트위터 경쟁도 유도한다. 모바일도 적극 활용한다. 휴대전화에 월드컵 검색 엔진인 ‘월드컵피디아(WorldCupedia)’를 깔았으며 저장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월드컵 주요 장면을 친구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도 지난달 포털사이트 다음의 트위터 서비스 ‘요즘(YOZM)’에 월드컵 공식 트위터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7월 말까지 운영하면서 월드컵 관련 소식과 현대차 월드컵 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는 매스컴보다 광고비가 저렴하면서 더 효율적인 것이 장점이다. 만약 기업이 후원하는 유명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의 트위터를 활용하면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다. 수만 명의 팬들이 유명 선수를 친구로 등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펩시는 23년간 이어오던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올해부터 중단하는 대신 페이스북에 2000만 달러를 들여 광고를 시작했다. TV는 30초짜리 짤막한 광고에 지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는 30일간 광고를 지속할 수 있어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고 펩시는 판단했다.

소셜 미디어는 월드컵 비공식 후원사들에도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의 수단으로도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TV나 인쇄 매체 등을 활용한 앰부시 마케팅은 FIFA의 감시망을 피하기 힘들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월드컵 마케팅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