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Market Leader] 위안화 훈풍 타고 중국 수출주 ‘기회’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미스터 펀더멘털’로 통한다. 펀더멘털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라면 누구나 중요시하는 요소이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1990년 대우경제연구소 내 주식투자연구본부에서 애널리스트를 시작한 이 센터장이 20년 가까이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아무리 호재가 많은 종목의 주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펀더멘털에 기인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테마주에 대한 보고서가 다른 곳에 비교해 훨씬 적다. 그는 당분간 금,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커질 수밖에 없으며 원화약세로 수출 주에 대한 관심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위안화 절상에 대비, 중국 내수 시장 확대의 수혜를 입을 종목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남유럽발 금융시장 혼란, 미국 경기 둔화 등 여러 가지 악재로 3분기까지는 증시가 지금과 같은 횡보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4분기부터는 다시 상승 모멘텀을 탈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당초 올 상반기 약세장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대체로 강세를 기록한 것 같습니다. 상반기 주식시장을 평가해 주십시요.

“올 상반기 주식시장은 2008~2009년 불황기에 대한 회복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리적인 요인도 크죠. 예상치보다 실적이 좋게 나오면 주가는 오르고, 예상치보다 이익을 못 내면 주가는 내리게 마련입니다.

올 상반기는 당초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대세였는데, 실제로 내놓은 실적치를 보니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거든요.

그래서 상승 모멘텀이 강했던 겁니다. 물론 정부의 재정 정책이 확장 일변도였고, 통화정책도 저금리 기조였으니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하반기 장세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주가 변화를 예상한다는 것은 제 능력 밖이니 그걸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저금리에 따른 자산 시장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 등도 경쟁사들의 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 불안 요인이죠.

결과적으로 작년과 같은 실적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장의 기대치보다 실적이 잘 나오면 주가는 오르게 마련입니다. 이들 기업들이 올해 작년과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선방하느냐인데, 1분기 실적은 나름대로 시장 기대치보다 높았습니다.

아직은 더디지만 내수시장이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상반기 주식시장이 약보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루트(√)형과 유(U)자형 중 선택하라면 저는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Market Leader] 위안화 훈풍 타고 중국 수출주 ‘기회’
남유럽발 재정 위기 여파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글로벌 악재로 커질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발 재정 위기 여파로 주식시장 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4분기를 넘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유럽 사태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만큼 파괴력이 있느냐 하는 거죠. 자기자본비율(ROE)이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련된 것이라면 자기자본비용(COE)은 기대수익률과 직결돼 있습니다.

남유럽 사태가 ROE에는 분명 영향을 주겠지만, COE까지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가 되고, 금값도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심리적인 불안감은 커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종목이 좋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저는 일단 IT,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의 강세를 예상하고 싶습니다. 달러화 강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상황은 어찌됐던 수출 기업들에는 호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외형적인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어떤 투자법이 필요할까요.

“이익증가가 지속성이 없는 경우 주가반응은 단기적 영향에 그칩니다. 때문에 기업 이익 전망치의 신뢰도, 지속성 여부가 중요하죠. 저희 리서치센터에서 지난해 과거의 실적에 기초한 지속가능성장률을 찾아봤는데 나름 의미가 있었습니다.

추이와 수준을 실제성장률과 비교해보니 지속가능성장률이 높은 종목의 투자수익률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더군요. 요즘과 같은 시장 상황속에서는 지속성장주를 찾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하던 외국인들이 최근 대규모 매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남유럽발 재정 위기로 당분간은 매도세를 기록할 겁니다.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7일 하루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1조2374억 원을 기록해, 1일 매도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매도로 이어지기는 힘듭니다.

우선 위안화 절상이 예고돼 있습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내수시장이 확대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수출 기업들에는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겁니다.

환율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기업 수출의 5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혜는 결코 작게 볼 부분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선 남유럽 시장 불안이 외국인들의 자금을 우리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공산도 큽니다. 최근 유럽 자금이 아시아 시장을 노크하는 사례가 커진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줍니다.

내수시장도 회복되고 우리 기업들의 실적도 상대적 호조가 계속되면 올해 들어서만 9조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 매수세는 더욱 많아질 겁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만큼 매력적인 시장도 찾기 힘들거든요.”

개인투자가들이 주목 할 업종은 무엇인가요.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IT, 자동차와 같은 경기 민감주를 꼽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 메이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거든요. 중국 수요가 커지면 앞으로 주가는 상승곡선이 더 커질 겁니다.

음식료와 같은 내수주도 괜찮게 봅니다. 수입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데다 환율도 안정돼 우선 내수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요즘과 같은 시기 개인투자가들이 눈여겨봐야 할 투자 지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Market Leader] 위안화 훈풍 타고 중국 수출주 ‘기회’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상당수가 주가 변화에 너무 민감합니다. 저는 조선, 기계 담당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펀더멘털을 중시했습니다. 테마는 분명 1~2분기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가는 펀더멘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들이야 펀더멘털 지표를 찾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굳이 꼽는다면 영업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권하고 싶습니다.

ROIC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경쟁력, 성장성 등 이익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재무지표입니다. 간단히 설명해 투입된 자금이 영업 활동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지표죠.

회사의 수익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률, 매출액이익률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수익성이 투입자본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이 좀 더 본질적인 수익성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절대 수준뿐만 아니라 변화 추이도 중요합니다. ROIC가 줄고 있다면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면 그 회사가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경쟁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겁니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중요시하게 체크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IFRS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과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 사용된다는 것, 그리고 공정가치 평가 범위가 확대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과 무형자산 등을 재무제표에 공정 가치로 반영시킨 것도 주목해 봐야 할 점입니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개인들이 다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우량 자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연결재무제표로 볼 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대우증권 기계, 조선업종 애널리스트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에프엔가이드 평가사업본부장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