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CEO 인터뷰] “연내 증권 업계 ‘빅 5’진입 자신”
하나대투증권의 자산관리 종합 브랜드는 ‘써프라이스(Surprice)’다. 놀람이란 의미
의‘surprise(서프라이즈)’와 가격, 혜택이란 뜻을 지닌 ‘price(프라이스)’를 합친 말이다. 고객에게 깜짝 놀랄 만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년간 하나대투에도 정말 ‘서프라이즈’한 일이 생겼다. 그동안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관리 영업 중심의 증권사에 머물렀지만 또 다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 부문까지 겸비하면서 명실 공히 종합증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나대투는 2009 회계연도 전 증권사 중 둘째로 많은 252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15.91%), 1인당 생산성 1위의 증권사로 우뚝 섰다. 이러한 하나대투 변신의 중심에는 김지완 사장이 있었다.

증권사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 증권맨인 김 사장은 2008년 2월 취임 후 하나대투의 ‘유전자(DNA)’ 자체를 바꾸는 데 힘써 왔다. 2009년 성적표는 이러한 변화의 산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올해는 증권 업계 ‘빅5’ 진입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또 임기 내 하나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증권사로 도약할 겁니다. 일단 ‘빅 5’지만 ‘빅 3’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김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지난 5월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하나대투증권 사장실에서 김 사장을 만나 그간의 경영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인터뷰했다.

지난 2년간 경영을 정리해 주십시오.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투자신탁 회사를 증권사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체질 개선이죠. 하나대투 전 직원이 증권맨으로서 ‘프로’가 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 60, 70세까지도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나이를 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실제 미 월가에는 60세가 넘는 자산관리자(FA)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프로가 되려면 열심히 자신을 계발해야 하고 체력도 단련해야 합니다.”

임직원의 건강 전도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현대증권 사장 시절부터 불·수·도·북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임직원과 함께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무박 2일 동안 완주하는 산행이죠. 무박 2일의 산행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회입니다.

또 동료들과 어려운 업무 여건 속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임원, 본사 부서장들이 여의도 공원을 두 바퀴 돌고 있습니다.

약 5.1km 정도 됩니다. 처음에 힘들어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가뿐히 뛸 정도로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비라도 와서 못 뛰는 날이면 ‘이제 몸이 찌뿌듯하다’고 난리예요.(웃음)”

종합증권사 도약을 이끈 구체적인 사업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종합증권사 도약을 위해서는 증권영업 분야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습니다. 2008년 4월 국내 최저 온라인 주식매매 서비스인 ‘피가로’를 론칭시켰습니다. 0.015%의 수수료는 파격적이었죠. 피가로 계좌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2조 원을 넘어 온라인 고객 기반이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투자자문 서비스인 ‘멘토스’도 1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써프라이스CMA’를 발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밖에 고문으로 영입한 20여 명의 금융 업계 퇴직 임원들은 좋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증권영업뿐 아니라 방카슈랑스, 자산관리 등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는 생각에 고문들 스스로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어 직원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CEO 인터뷰] “연내 증권 업계 ‘빅 5’진입 자신”
하나대투의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교육입니다. 프로가 되려면 교육을 많이 해야 합니다. 서울 영등포 교육장을 비롯한 국내 7개 교육장은 1년 365일 불이 꺼질 줄 모릅니다. 이제는 직원들끼리도 서로 해보자고 합니다.

인접 동료가 교육을 받으니까 스스로 안하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도 생기고 있습니다. 교육은 진정한 프로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내에서는 술을 마실 때 건배사도 ‘우리는 프로다’입니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증권사는 특히 사람이 중요합니다. 금융업은 사람이 곧 자산이고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이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회사가 더욱 발전해가면서 하나대투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며 노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직원과 새로운 직원들 간 신구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하는 것이 CEO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력 자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직군별 급여 및 성과 보상 체계를 재정비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발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증권사마다 ‘천수답식’ 경영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하나대투의 수익구조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투자은행(IB)의 수익 비율이 3 대 3 대 4의 이상적인 구조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2520억 원의 순이익 중 브로커리지에서 753억 원, 자산관리와 IB에서 각각 801억 원, 957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기타 수익이구요. 지난해 달성한 순이익 업계 2위와 ROE 1위, 노동생산성 1위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하나대투의 모습이었습니다.

수수료 인하를 통해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꾸준히 늘린 데다 하나IB증권과 합병하면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기업금융의 균형 잡힌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자랑만 하는 거 같군요. 요즘 주변에서 ‘김 선배, 이익 좀 났다고 너무 폼 잡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업계 후배들도 있습니다. (웃음)”

2010년 경영 전략을 어떻게 갖고 계십니까.

“이번 회계연도에도 순이익은 25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수수료 수입 기준) 4% 달성을 위해 리테일 부문은 저축은행과 연계한 영업과 온라인 영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홀 세일(법인 영업) 부문도 한 단계 도약할 겁니다. 올 들어 3번 하루 시장점유율이 4%를 넘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증권사라고 뒷짐 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점유율 0.1% 올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고객 자산 목표인 50조 원 달성을 위해서도 신규 고객 유치에 영업력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장승철 사장이 이끌고 있는 IB 부문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10개사 정도 기업공개(IPO) 주관사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를 비롯한 기존 파트에다 IPO와 회사채 관련 부서를 보강해 성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그룹 내 연계 영업 강화와 함께 해외 영업 및 파생상품 영업 등과 같은 다각적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중장기 경영목표는 무엇입니까.

“하나금융그룹 위상에 걸맞은 증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IB쪽이나 자산관리 부문은 이미 톱클래스에 있어 브로커리지 부문만 4%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걸로 믿습니다. 말이 빅 5이지 빅 3안에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체질이 개선되긴 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꾸준히 교육해 나가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은행, 증권 간 영업상 이해상충으로 시너지 효과가 잘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룹 내 시너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CEO 인터뷰] “연내 증권 업계 ‘빅 5’진입 자신”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간 매트릭스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전 하나대투 대표이사 사장이자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은행계 다른 증권사는 계열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나대투는 그룹 전체적으로 매트릭스 구성을 통해 시너지가 잘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권 직원들이 카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하나은행 직원들은 증권 계좌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위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서울에만 은행과 증권이 함께 3개 웰스매니지먼트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법인영업도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는 인사 평가 시스템을 운용하는 게 임직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봅니다.”

향후 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어떤 전망을 갖고 계십니까.

“요즘 모임에 가면 화두가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돈이 어디로 가느냐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가계 자산 중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비중이 점차 낮아질 겁니다.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펀드에 가입하고 우량 주식을 사는 게 자산을 잘 관리하는 첩경이라고 강조하고 다닙니다.

제 자신도 30년간 산 집을 정리해 외곽으로 옮겼습니다. 이를 통해 남은 자금은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제 자산 내 부동산 비중도 확 준 셈이죠. 조만간 다가올 ‘금융자산 시대’에 대비해 개인연금과 같은 연금 부문에 대한 영업 확대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만 퇴직연금 부문은 ‘제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인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시장 구조라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은 시장이 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독당국이 과열 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이제 이 부문도 안정을 찾고 있어 적극적으로 영업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부산상고·부산대 무역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세무학 석사
1998년 부국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증권업협회 감사·회원이사
2000년 증권거래소 회원대표 비상임 감사
2003년 5월∼2007년 12월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8년 2월~현재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사장

글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