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고급·첨단화’바람 타고 자동차 부품주 ‘룰루랄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힘겨운 제자리 찾기를 하는 동안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이 있다. 2008년 후반 극도의 위기감을 벗어나면서 2009년을 성장 호기로 삼은 자동차주가 바로 그들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주는 작년 한해 두 배 이상 상승세를 보였으며 자동차 부품주의 대표 주자인 현대모비스도 170%나 뛰어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작년 연간 평균 185%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 업종은 큰 성장세를 보였지만 5월 19일 초대형 자동차 부품주 만도의 상장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선택이었던 현대모비스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한국 자동차 부품의 선두주자가 만도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때문에 작년 한해 숨 가쁘게 달려온 자동차주들이 2010년 얼마나 더 가속도를 붙여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도는 아이템, 기술력, 규모 등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부품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만도의 증시 상장이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다양한 재평가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Market Issue] ‘고급·첨단화’바람 타고 자동차 부품주 ‘룰루랄라’
만도는 1962년 현대양행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자동차 부품업체다. 이후 1990년대 후반 한라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만도로 독립해 2010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선세이지 B. V.(Sunsage B. V.) 등이 한라건설과 KCC 등으로 주식을 매각해 다시 한라그룹의 품으로 들어왔다. 만도는 2002년 한국 부품업체 최초로 세계 100대 부품업체에 진입하며 국가대표 부품업체로 발돋움했다.

최근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성장성을 담보하는 전장부품, 특히 한국은 자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전장부품업체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 전장업체 만도의 증시 진출은 전장부품 분야에 대한 인식 확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핸들을 열심히 돌려 창문을 올리고 내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버튼 하나로 차가 스스로 주차를 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도로 상황에 따라 조명을 달리하고 심지어는 졸고 있는 운전자를 깨우기도 한다. 자동차는 이제 달리는 전자제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자화가 중요한 기술 트렌드가 되고 있다.
[Market Issue] ‘고급·첨단화’바람 타고 자동차 부품주 ‘룰루랄라’
한화증권에 따르면 실제로 BMW7 시리즈의 MY2003년의 경우 차량 내부에 적용된 지각기능을 담당하는 센서와 스위치가 각각 68개와 247개, 두뇌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모듈만 무려 76개가 탑재돼 있다.

또 손발 역할을 하는 모토는 145개에 이르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전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이 차량에 탑재돼 있다.

현재 전 세계 전장 시장규모는 약 2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런 시장규모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 7500만 대, 전장부품 비율 45%로 높아질 것을 가정할 경우 무려 330조 원까지 확대된다.

한국 전장부품 시장의 경우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5.5%를 적용하면 이미 15조 원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600만 대 체제를 전제로 약 35%의 전장화율을 가정하면 무려 20조 원 넘게 산출될 수 있는 막대한 시장규모인 셈이다.

올해는 산업적인 측면에서건 증시에서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재평가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부품 업종의 독립을 주도할 전장부품업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상민 한화증권 연구원은 “2010년은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성장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철저하게 완성차업체에 의존적이었던 성장과 주가평가 시각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장성 평가와 그에 따른 주가 흐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현대차는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신차 효과와 신용등급 상향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신고가를 경신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만도 상장을 계기로 시스템과 핵심 부품 업체들의 위상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선뜻 올라타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춘 주요 1차 부품업체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은 만도 상장을 계기로 더욱 개선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을 업고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로 우뚝 선 현대모비스는 이제 구조적 성장 요인보다 ‘전장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오토넷 합병을 통한 전장 사업을 본격화한 지 1년이 돼 가면서 올 하반기 전장 사업을 통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라공조는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생산 성장에 따른 이익과 수익성 레벨 업, 기존 해외 고객의 납품 정상화와 본사, 중국, 유럽, 생산 거점을 통한 대규모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확대 등으로 증권 업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평화정공은 중소형 자동차 부품업체 중 최선호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외 공장의 실적호전으로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미국 GM, 푸조, BMW 등 글로벌 메이커로의 직수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파워 시스템, 액티브후드 시스템 등 신규 제품 국산화와 수주 성사에 힘입어 성장기반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우하이텍은 현대차 그룹과 글로벌 성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외장 프레스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용 대형 차제부품 생산업체로, 현대차 그룹 의존도가 80%를 웃돌고 있다.
[Market Issue] ‘고급·첨단화’바람 타고 자동차 부품주 ‘룰루랄라’
현재 미국을 제외한 현대차 그룹의 해외 생산 거점에 모두 동반 진출했고 현대차 그룹 해외 생산 확대에 따른 성장성을 공유하고 있다.

에스엘은 주요 매출처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호조 지속과 미국 GM의 회복, 주요 제품인 전조등 시장규모 확대 가능성, 중국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중국 로컬기업 매출 확대 가능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에스엘이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던 현대기아차의 전조등 시장에 현대모비스가 진입해 2012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매출 감소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경쟁력으로 이런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조등 고급화에 따른 시장 성장성, 50년 넘게 인정받은 업적과 기술개발 능력, 독일·일본 업체와 형성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 현대모비스와 경쟁은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