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박연폭포-새롭게 보다>, 2010년, 46인치 LED TV
이이남, <박연폭포-새롭게 보다>, 2010년, 46인치 LED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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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이는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사다. 미술 시장의 경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손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아주 흥미로운 발표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및 건강 증진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이 꼽은 신 성장 동력의 리스트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 및 건강 증진 관련 사업들이다. 여기에서 미술계의 흥미를 끄는 분야가 바로 LED 분야다.

삼성 파브 LED TV로 대중화된 LED와 미술 작품의 만남

LED(light emitting diode)는 흔히 ‘화합물 반도체의 PN 접합 다이오드’라고 불리며, 전압을 가하면 빛을 방출하는 발광 소자다. 최초의 다이오드는 진공관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LED는 전력소비가 백열전구의 20%에 불과한 데다 수명이 10만 시간(형광등의 100배)에 달해 한번 설치하면 교체나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다. 더구나 유해물질이 없어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 이런 LED의 특성을 활용한 예술 작품과 아티스트가 크게 늘고 있다. 과학 기술력의 결정체인 LED가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대체하는 차세대 조명 기능을 넘어 예술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대중 사례로 꼽히는 LED와 미술 작품의 만남은 삼성전자가 ‘삼성 파브 LED TV ’를 출시하면서부터일 것이다.

당시 삼성이 선보인 ‘빛의 TV LED 디지털 갤러리’ 개념은 미디어 영상작가인 이이남의 작품을 TV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 획기적이고 과감한 시도였다. 벽면에 액자처럼 밀착돼 걸려 있는 LED TV가 미술 작품의 캔버스 기능을 한 것이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치 백남준 화백이 일상에서 너무나 친숙한 TV를 예술 작품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비디오아트를 최초로 탄생시킨 것처럼, 평상시 시커멓게 죽어있던 TV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은 역사적인 발견인 셈이다. 미술품 관람의 범위를 새롭게 확장한 계기가 된 것이다.

LED를 활용한 사례들은 아주 많아졌다. 그중에 LED 영상 작품의 대중적인 인기를 주도한 경우는 이이남 작가와 삼성전자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사례일 것이다. 이이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동서양의 고전 명작 등을 영상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그림 속 주제인 풍경이나 구름, 꽃, 인물 등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구사한다.

또 지난달 LED 아트 개인전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손봉채 작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방탄유리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와 LED 조명을 이용한 입체회화 작품으로 작가 개인의 예술성과 실용적인 조명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였다. 두 작가는 LED가 아트의 소재로 쓰일 때 기존 회화와 어떤 차별성과 개성 넘치는 독창성을 구현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도심 속 예술의 오아시스로 자리 잡은 미디어 파사드
1. 영상 아티스트 이이남과 삼성전자의 콜라보레이션 사례 ( 사진 : 삼성전자) 2. 손봉채 LED 작품 전시 장면(사진 제공 : ANDY’S 갤러리)3. 미디어 파사드 사례. 영상작가 릴릴(사진 제공 : 갤러리 LVS)
1. 영상 아티스트 이이남과 삼성전자의 콜라보레이션 사례 ( 사진 : 삼성전자) 2. 손봉채 LED 작품 전시 장면(사진 제공 : ANDY’S 갤러리)3. 미디어 파사드 사례. 영상작가 릴릴(사진 제공 : 갤러리 LVS)
작가의 개인 작품을 넘어 대중의 생활공간 속으로 직접 들어온 케이스도 있다. 바로 최근 새로운 공공미술 패턴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media pasade) 사례다. LED 조명을 이용해 건물의 외벽을 예술품으로 꾸민 것이다.

그 덕분에 도심의 밤거리가 좀 더 화려해지고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옛 대우빌딩)으로 6만 개의 LED 전구를 건물 외벽에 장착해 대형 미디어 캔버스를 연출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작가인 영국의 줄리언 오피(Julian Opie)와 한국의 양만기 작품이 교대로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또한 서울 GS타워가 총 2000개의 LED 모듈을 건축물 삼면에 설치해 멀리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사례도 흥미롭다.

LED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덕분에 현대 건축의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난 셈이다. 이제 미디어 파사드는 숨 가쁜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도심 속 예술의 오아시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LED가 응용된 사례는 건물, 장식, 액세서리, 장난감, 가전, 가구 등 그 범위가 무척 넓다. 우리네 삶을 구석구석 파고들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가깝게 체감한 부분은 교통 신호등일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신호등이 LED 램프로 바뀌면서 “이전 방식의 신호등은 램프에서 나오는 열로 눈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었는데, LED는 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 쌓인 눈이 안 녹아 큰 장애가 생길 것”이란 우려 섞인 비유도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5월에 광주에서 진행된 ‘2010 세계 광 엑스포’는 현재 LED의 비중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2010 세계 광 엑스포’는 관람객 110만 명을 넘어서며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분류된다.

다양한 관련 기업은 물론 많은 아티스트까지 총동원된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LED와 예술의 유쾌한 만남을 보증해 주었고, LED가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반도체를 이용한 21세기 새로운 빛의 혁명 LED. 에디슨의 백열전구와 형광등으로 발전한 전등이 또다시 미래의 빛 LED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이 LED는 한국의 미래 산업 분야는 물론 미술 시장의 차기 성장 동력 역할을 해줄 것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LED 아트는 기존의 창작자 중심의 미술 작품과 달리 수요자 혹은 감상자와의 교감이 중요한 작품 요소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LED 아트의 최종 완성은 바로 관람객의 참여가 더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수요자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야 LED 아트의 진가를 제대로 즐길뿐더러 LED가 미술 시장의 새로운 전기를 열어줄 신 성장 동력이 되지 않을까.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울산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