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형길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센터장

고액 자산가들은 남다른 안목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다. 함형길 하나은행 센터장은 주로 강남에 근무하며,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을 분석하고 컨설팅을 해왔다. “부자들은 결코 돈을 좇지 않는다”고 말하는 함 센터장이 전하는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노하우를 공개한다.
[Dinner with PB]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노하우”
얼마 전 하나은행 직원 중에는 그림이나 와인 마니아들이 유달리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하나은행의 모토가 문화를 지향하는 은행입니다. 개행 초기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해왔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가깝게 즐길수록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믿음 때문이죠.

하나은행의 문화 활동은 미술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부터 뮤지컬,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 여의도 클래식’을 비롯해 고객들이 참여하는 ‘하나 클래식 아카데미’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화 때문에 하나은행 PB들이 다른 금융기관 PB들보다 그림이나 와인에 친숙한 듯합니다. 고액 VIP들이 하나은행과 많이 거래하는 것도 이에 기인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은 금융상품뿐 아니라 예술과 와인에도 집중돼 있으니까요.”

고액 자산가들은 투자뿐 아니라 소비에도 관심이 많은데 요즘 청담동 고객들은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까.

“압구정동 골드클럽에서 6년간 근무하다 청담동 골드클럽으로 옮겨온 지는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청담동 고객들의 관심 분야도 여타 강남 지역 고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청담동에 갤러리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인지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듯합니다. 고객 중에는 청담동에 갤러리를 갖추고 작품 전시회를 여는 전문가도 계십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최근 아이파크 고객을 대상으로 리움 미술관 투어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미술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림이나 와인 등 취미를 살려 투자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밖에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갖는 대체투자(AI)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성공한 예라고 보긴 어려우나, 예전에 하나은행에서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정기예금을 출시한 적이 있었죠. 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매우 좋아 펀딩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미술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제 운용은 되지 않았습니다. 와인 펀드도 좋은 예일 수 있는데, 와인에 대한 관심을 상품에 접목시키는 좋은 예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청담동의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례를 들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은 한마디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속담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청담동을 비롯한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은 그야말로 재테크의 전문가라 할 수 있죠.

오랜 기간에 걸쳐 부를 축적해 오며 많은 상품과 각종 위험을 경험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들이 접하는 정보는 아주 고급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보를 그냥 정보로만 넘기는 게 아니라 그 정보의 타당성이 판단되면 바로 투자를 실행합니다.

외환위기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위험이 큰 상황에서도 고금리 상품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채였습니다. 기아, 한보, 대우 등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은행들이 휘청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제로도 5개 은행이 퇴출됐고요. 그때 짧은 기간이었지만 은행채 금리가 연 20%에 이르렀던 때가 있었어요. 고액 자산가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를 하더군요. 3년으로 따지면 60%의 수익을 거둔 거죠.”

외환위기 못지않게 글로벌 금융위기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 부자 고객들의 투자 성향에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까.

“펀드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펀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투자했던 반면, 금융위기를 겪은 후에는 펀드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지만 면밀한 검토를 통해 고객 본인들이 판단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기를 겪은 후에는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와중에도 틈새시장을 이용한 상품들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얻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하이일드 펀드일 겁니다.

이 상품은 미국의 신용등급 BB에 해당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2009년 가입한 경우 현재 20% 정도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올 들어 가입했더라도 7~8% 수익이 났을 겁니다.”

오랫동안 금융권에 몸담아 온 경험상 자산관리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Dinner with PB]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노하우”
“우선은 투자의 기본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확정금리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절대 펀드를 권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한 기본 원칙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그분들이 지금까지 부를 쌓아 오는 원칙이 됐던 것입니다.

이는 본인의 성향에 맞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것과도 통하는데, 많은 분들이 펀드가 좋다고 하니까 모두 펀드로 투자해 지난 2년 이상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상당부분 회복을 했습니다만 말이죠. 성향에 맞는 투자를 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일에 마음고생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은 여전히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습니다. 최근 청담동 부동산 시장은 어떻습니까. 고객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동산은 구체적으로 어떤 곳입니까.

“‘부동산은 무조건 좋은 수익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분들 또한 없습니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큰 시점이라고 판단해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에 투자하고 있는데, 언제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직전에 부동산을 매입해 수익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제 고객 중에는 강남 요지에 200억 원대 건물을 매입한 분도 있습니다. 아마 현재의 수익률은 3~4% 내외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망이 좋고 개발 호재가 풍부한 데다 최근의 저금리를 고려하면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한 거죠.

더구나 매도자가 이자 부담으로 급매물로 내놓은 거라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았고요. 여러 가지를 고려해 매입한 거죠.”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은 여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요.

“여러 군데서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고액 자산가들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이 일본과 같이 폭락으로 이어진다기보다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액 자산가들은 그들만의 정보력으로 부동산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고, 현재는 단기자금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이든 주식시장이든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갖는 투자처가 있나요.

“올해는 국내 주식시장이 가장 좋은 투자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추천을 해도 그동안 펀드로 고생한 분들이 많아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갖는 투자처는 없습니다. 투자처는 개인 성향보다는 경제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 같으면 그쪽으로 관심을 가져야겠죠.”

개인적으로 어떻게 투자하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포지션이 큽니다.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과제입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가계 자산 구성은 금융자산 대비 비금융자산의 비율이 평균 60 대 40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20 대 80으로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 사회의 몇 년 후의 모습이라고 본다면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겠죠. 부동산을 정리해 금융자산, 특히 주식시장으로 턴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30 대 70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와인 마리아주
[Dinner with PB]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노하우”
1. 차가운 전채요리와 식전 와인(cold appetizer & aperitif Wine)

토마토의 상큼함과 바질의 향긋함, 그리고 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진 카프레제 샐러드는 레몬과 허브의 아로마와 함께 발랄한 거품이 매력적인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베네가주 프로세코와 잘 어울린다.

베네가주 프로세코 브뤼(Prosecco Brut)는 16세기부터 이어진 칸티네타 베네가주 와이너리가 취급하는 스파클링 와인 중 톱 브랜드다.

2. 따뜻한 전채요리와 화이트 와인(warm appetizer & white Wine)

카시스 소스로 향을 더한 푸아그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려한 고유의 풍미를 충분히 발한다. 여기에 상쾌하고 신선한 ‘팔레스코 에스트 에스트 에스트(Falesco Est Est Est)’가 더해지면 입안을 정돈해 준다.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이탈리아 100대 와인, 가격 대비 최고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한 와인이다.

3. 리조토와 레드 와인(risotto & red wine)

버섯의 은은한 향은 견고한 유럽 와인에서 느껴지는 흙 향, 숲 향 등과 뛰어난 어울림을 보인다. 특히 고급스럽고 신선한 송로버섯의 향은 이 와인이 가진 특유의 흙 향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과 좋은 매칭을 이룬다.

‘알리아니코 델 풀투레(Aglianico Del Vulture)’는 이탈리아 남부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불린다. 알리아니코는 네비올로, 산지오베제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레드 와인 품종이다.

4. 메인 요리와 와인(main dish & wine)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느낌이 좋은 안심 스테이크에는 입안을 조이는 듯한 타닌과 함께 블랙 커런트, 잘 익은 자두의 향이 풍부한 레드 와인이 제격이다. 미샤렐리 와이너리는 15년째 이탈리아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에서 최고 등급인 3글라스를 받고 있는 명가다.

5. 디저트(dessert)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라임 셔벗을 한데 놓고 민트 에센스를 라임 셔벗 위에 뿌려주어 상큼한 맛을 추가했다. 그 위에 아몬드 칩을 올려주고 살짝 아몬드와 시나몬 가루를 뿌려 고소하면서도 상큼 달콤한 봄 디저트 완성.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