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

“이머징 국가 인프라 투자 종목 주목해야”
“중국의 자산 버블과 국가 리스크(sovereign risk) 확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하락보다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 올 하반기부터 주가가 큰 폭의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큽니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는 경력 20년의 펀드매니저 출신답게 주식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는 눈이 객관적이고 예리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객관적이며 명료한 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 그는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는 지난 2005~2008년 사이 과도하게 매도한 주식을 재구매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월별로 약간씩 부침은 보이겠지만 큰 흐름상 앞으로 2~3년간 우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코스피 주가가 1600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17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역사적으로 경기 불황 뒤 주식시장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경기나 기업의 실적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에 주가가 올라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아마도 지난해 3~4분기가 이 같은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 기간 중에는 실적이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주가는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 뒤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돼 밸류에이션도 좋아지면 정작 주가는 상승세를 멈춥니다. 아마 최근 주식시장이 이 시기에 왔다고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흐름을 거쳐 주가는 대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다 내린다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1550~175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텐데 중요한 것은 그 뒤 상황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금 주식시장은 지난 2006년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주가는 1년가량 횡보세를 이어갔죠. 그 다음에는 어떻습니까.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지 않았습니까. 내년 이후 상승장은 분명합니다. 당분간은 박스권을 뚫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상승장에 무게를 두는 논리적 근거가 궁금합니다.
“이머징 국가 인프라 투자 종목 주목해야”
“일단 경기가 상승 모멘텀을 탔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죠. 물론 지금의 상승세는 정부 정책 효과가 큽니다. 앞으로는 정부 정책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민간이 자발적인 힘으로 얼마나 회복세를 타느냐죠. 제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은 선진국과는 달리 과잉 레버리지가 없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죠. 가계, 기업, 정부 등 삼자 모두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선진국은 어떻습니까.

가계, 기업은 물론 드디어 정부까지 부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일본·유럽 정부의 과잉 레버리지가 7조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까지 나왔습니다. 낙관론자들은 글로벌 경기가 바닥은 치지 않았느냐고 보고 있지만 전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우리 경제의 중국 효과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중국발 호재는 향후 1~2년간 지속되는 재료가 아닙니다. 중국은 임금에 의한 인플레이션 요인이 작습니다. 대신 생산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각 경제 주체들의 재무구조도 튼튼합니다. 무엇보다 저축액이 많은데 이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에는 중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이 덜 발달돼 있기 때문에 중국 국민 입장에서는 버는 돈을 모조리 은행에 집어넣어야만 하는 상황이죠. 또 지난 1년간 중국 정부는 공공사업 투자를 장려했습니다.

각 지자체들이 산하에 부동산 개발회사(Urban Development Investment Corporation)들을 설립해 해당 지역의 공공시설 확충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죠. 물론 중국 상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에 낀 자산 버블이 우려할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긴축 조치를 취하게 되면 주식시장에는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결국 관건은 중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인데 저는 일단 당장 조치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머징 국가 대세론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합니다.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죠. 결국 우리 경제나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선진국 시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이머징 국가들이 잘사는 이유는 선진국 시장이 뒷받침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죠. 따라서 선진국이 불황에 휩싸이면 이머징 국가 경제에도 먹구름이 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지난 2000년 이후 통계를 보면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머징 국가 간 교역 규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머징 국가 내 내수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선진국 수출을 대신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중국 내수가 앞으로 우리 경제에는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주식을 산다면 이머징 국가의 내수산업과 관련된 종목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요.

“사실 내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융 분야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 시장은 아직 그리 크지 못합니다. 대신 저는 인프라를 키워드로 제시하고 싶네요.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46%에 달합니다. 수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죠. 경제성장 속도를 뛰어넘습니다.

지난 1960년 문화혁명기 동안 중국 정부는 탈도시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부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속도만큼 도시화율이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중국의 도시화율은 미국의 1900년대와 비슷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앞으로 한해 1000만~1500만 명, 10년에 걸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무려 3억 명이라고 합니다. 결국 뭐가 부족하겠습니다. 물, 전기, 주택, 도로 등 인프라시설은 물론 도시민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산업도 커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의료·관광·인터넷 산업도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지금 국내 기관은 주식을 팔고 외국인은 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수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관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고 해서 국내 시장을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매도 결정은 기관이 하지만 결국 시작은 펀드 투자자로부터 비롯됩니다. 개인들이 펀드를 환매하니까 기관은 주식을 내다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외국인들은 지난 10년 중 2005년부터 2008년까지를 빼고는 지금까지 국내 주식을 계속 매입해왔습니다. 지난해부터 다시 매수로 돌아선 이유는 당시 팔았던 주식을 다시 채우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의 외국인 매수세는 1~2년 만에 끝나는 재료가 아닙니다. 당분간 매수는 계속될 겁니다.

평소 주식 종목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무엇입니까.
“이머징 국가 인프라 투자 종목 주목해야”
“특정한 틀을 갖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업의 자금 흐름은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 같은 통계를 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들이 주변에 수두룩한 데다 밸루에이션도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저는 펀드 운용자들에게 해석과 통찰력을 기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이쯤 되면 분명 사람들은 궁금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통찰력이 커지는가.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꿈틀거리는 현장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면 통찰력은 전문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관심 분야를 넓히는 데서 출발합니다. 역사나 철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지식을 습득해 생각의 틀을 넓혀야 합니다.”

펀드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당분간 펀드 펀은 불가피합니다. 사실 지수 1700선이 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가장 애매한 구간이죠. 지수가 1800을 넘어서면 환매 흐름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펀드 환매세가 국내 펀드 시장의 약세로 이어질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전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과잉된 측면이 강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외국인들이 빠지는 종목을 바로 펀드들이 매입하면서 큰 낭패를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지수가 2000포인트는 넘어서야 유입 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채권형 펀드가 강세인데, 금액만 놓고 보면 주식형 펀드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주식형 펀드 대세론은 단기간 경기 부침으로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단기 투자는 선진국 펀드, 중장기 투자는 이머징 국가가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
서울대 국제경제학
미 오리건주립대 MBA
B&F투자자문 대표
교보투자신탁운용 대표 역임
1993·94·98년 한국투신운용
최우수펀드매니저

글 송창섭·사진 서범세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