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인은 ‘탐욕’과 ‘공포’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자제하거나 극복할 수 있어야 투자에 성공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면 탐욕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허상(虛像)’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 대상의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하고 허상에 현혹되면 탐욕, 혹은 공포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동서양의 역사 속에는 허상에 현혹돼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례가 수없이 많이 전해집니다. 그중에도 전한(前漢)의 원제와 영국의 헨리 8세의 사례는 한 장의 초상화를 둘러싼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재미있는 대조를 이룹니다.

원제는 골칫거리이던 흉노족의 왕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궁녀 중 한 명을 공주로 속여 시집보내는 꾀를 냅니다. 그리고는 궁중화가 모연수에게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려오게 한 후 가장 못생긴 왕소군이라는 궁녀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별 인사차 찾아온 왕소군을 보니 절세가인이었습니다.

모연수가 평소 자신을 홀대한 왕소군을 일부러 못나게 그렸던 것입니다. 후에 시인 동방규는 왕소군의 안타까운 심정을 두고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이라는 시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헨리 8세는 이와 반대의 사례입니다. 그는 총신 토마스 크롬웰이 클레브스 공국의 앤 공주를 신붓감으로 권하자 궁정화가 한스 홀바인을 보내 앤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홀바인은 앤 공주를 실물보다 훨씬 미인으로 묘사했고 헨리 8세는 이 그림만 믿고 결혼을 결정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평탄할 수 없었고 결국 6개월 만에 이혼하게 됩니다. 일설에는 이 사건이 후에 토마스 크롬웰이 실각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합니다.

두 사례는 ‘허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른 어떤 정보보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수고가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남이 준 정보만 믿고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시장처럼 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에서는 투자자를 현혹하는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게 마련입니다. MONEY의 독자 여러분은 부디 허상의 함정에 빠져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虛像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