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9년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15조8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006년 13조7025억 원까지 늘어났던 투자규모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8년 11조7175억 원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일반 주택시장에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는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경기불황으로 고급 빌라 등 고급 경매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경매를 통해 저가 매입을 하려는 수요자들의 발길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수요자들의 진출이 늘면서 경매 시장의 매력은 줄었지만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매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실수요자들의 진출이 늘면서 경매 시장의 매력은 줄었지만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매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매 시장, 아직은 겨울

3월까지 초봄 경매 시장은 아직 차갑다. 양도세 감면 조치가 2월 11일로 종료되면서 싸게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수요자들이 되돌아오리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

최근 경매 시장을 살펴보면 2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의 낙찰가율(매매가 대비 낙찰가)은 일제히 올랐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2월 아파트 낙찰가율은 서울이 85.6%, 경기도가 82.1%를 기록해 각각 0.4%포인트와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양도세 감면혜택 종료 전후를 비교해보면 양도세 혜택 종료 한 달 전인 1월 13일부터 2월 11일까지의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84.6%였던 것에 반해, 이후 한 달(2월 12일~3월 10일)의 낙찰가율은 83.1%로 오히려 하락했다.

신규 분양 시장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 폐지 후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경매 시장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매 시장 특유의 작동원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가 많은 경매 시장의 특성상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을 일반 주택 매매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데, 주택경기 침체로 차익실현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투자자들이 낙찰 후 매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응찰하고 있다”며 “하지만 낙찰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은 저가 낙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말했다. 경매 참여자들이 줄어들면서 경쟁압력도 낮아지고 있는 만큼 우량 물건을 고른다면 다른 때보다 쉽게 낙찰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매로 틈새 노려라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는 공매가 꼽힌다. 경매 시장에 실수요자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공매 시장은 경매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경쟁도 덜하다.

경매와 공매는 크게 부동산 물건이 처분되는 원인과 처분 진행 주체에 따라 나뉜다. 경매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민사집행법에 근거해 공개 매각하는 것이며, 관할 기관은 법원이다. 반면 공매는 대부분 세금체납과 관련해 국세징수법에 의거, 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진행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보험조합 등 정부철연기관이 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며 일부 금융기관이나 부동산 신탁 회사를 통해 진행되기도 한다.

진행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는 경매의 경우 직접 법정을 찾아 입찰서를 내야 하지만 공매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입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지만, 경매의 주된 참여자인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컴퓨터 사용 미숙으로 입찰이 힘들어 경쟁이 약한 경우도 많다.

아울러 경매는 감정가의 10%가 입찰보증금이지만 공매는 응찰가의 10%만 내면 된다. 가령 감정가 5억 원에 나온 아파트에 4억5000만 원을 응찰가로 낙찰받아 보려 할 경우 경매에서는 50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하지만, 공매에서는 4500만 원만 내면 된다.

경매는 낙찰을 받고 아직 잔금을 치루지 않은 낙찰자에 대해서는 다른 경매에 입찰할 수 없게 하지만, 공매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금납부 기간도 경매는 매각결정일로부터 1개월 내에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반해 공매는 60일 이내에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경매에 비해 공매가 가지는 단점도 있다. 공매는 임대차 현황 등의 조사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해당 물건의 권리관계를 응찰자가 직접 파악해야 한다. 또 경매는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세입자에 대해 강제집행을 통해 퇴거시킬 수 있지만 공매는 별도의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소송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매보다 공매의 낙찰가가 통상적으로 낮은 원인이 된다. 하지만 별도 소송 없이도 명도가 가능한 물건이 있으므로 꼼꼼히 물건을 조사한다면 경매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불황기에 강한 부동산 경매 공매 통한 고수익도 노려볼 만
역세권 소형 아파트, 상가 각광받을 듯

올해 주택 경매 시장은 전반적인 시장상황과 맞물려 약보합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만큼 수요자들의 자금여력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의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형 아파트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금융규제로 투자자들의 자금동원 능력이 크게 줄어 소형 주택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대형은 약세를 보이고 보금자리주택 예정지와 뉴타운 지역 연립·다세대, 인천의 송도와 청라지구 인근 지역 등이 경매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이외의 경매 시장은 상대적으로 혼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토지 경매 시장에는 경매 사상 가장 많은 물건이 나왔지만 낙찰가율은 전년 대비 10%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투자가 불가피한 토지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토지를 매입할 경우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제한구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경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상가 경매 시장은 입지와 상권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가는 수익률이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만큼 경기회복의 속도와 폭이 얼마인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예컨대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국적으로 상가 낙찰가율은 40% 수준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 수치는 50%대까지 상승했다. 올해도 실물경기의 회복은 아직 불투명한 만큼 임대 수요가 확실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경매투자자가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