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최근 증시 낙관론이 대세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AP를 비롯해 마켓워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류 매체들은 나스닥과 소형·중형주들의 선전을 전하며 앞으로 시장 전반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성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선뜻 매수기회라는 조언을 해주기엔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

일전에 ‘바이 앤 홀드(buy & hold)’가 더 이상 적절한 투자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한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상승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위험한 시기다. 가장 작은 투자기간 단위를 10년 이상 장기로 놓고 봤을 때 시장은 지금 거대한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미국 증시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표현이 말해주는 것처럼 요즘은 전 세계 시장이 하나처럼 움직인다. 지역별 차이를 무시할 수도 없지만, 세계 그 어느 시장도 홀로 독야청청 존재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급력이라면 제아무리 멀리 있어도 누구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ing)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대로에 충실할 경우 간단하게는 ‘투자대중과 반대로 하는 투자’라고 정의해볼 수 있지만 오해도 많은 개념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을 대표적인 역발상 투자자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하락장세에서 오히려 매수기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하락장세라는 것은 투자대중이 팔자로 몰려드는 장세인데, 버핏은 그 반대로 사들였다는 의미다.

시장이 안 좋을 때 헐값에 사들인 주식을 시장이 회복되면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것인데, 이게 참 허탈하다. 초등학생도 알만한 원리이건만 그걸 했다고 ‘투자의 귀재’라니. 하지만 직접 투자를 해본 사람은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 인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것일까.

결국 무조건 투자대중과 반대로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역발상 투자의 개념 역시 그것을 핵심으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시기에 어떤 주를 사들일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하락장세에서 매수기회를 찾는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시기와 종목을 판단하는 방법은 이른바 ‘역발상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하다.

여기서 그것을 다 거론할 수도 없지만 굳이 역발상 투자라는 개념을 끌어낸 것은 지금 시중에 나도는 ‘매수기회’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기회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어서다.

다들 달러의 몰락을 얘기할 때 달러의 반등이 시작됐고 지난해 증시 비관론이 정점에 달했을 때 회복이 시작됐다.

우리가 초등학생도 다 아는 그 간단한 투자원칙을 실행에 옮긴 ‘투자의 귀재’였다면 지난해 3월 시장이 극도로 패닉상태에 있을 때 아마도 매수기회를 보았을 것이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낙관론이 대세다.

하지만 매체들을 통해 떠도는 이야기들은 거의 뒷북인 경우가 많다. 경험상으로도 알겠지만 매체들은 속성상 상황종료 후 소식을 전한다. 결국 지금 들려오는 매수기회는 부적절한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로 하라는 권유는 물론 아니다. 매수기회를 맹목적으로 잡지는 말라는 의미다.

투자의 '귀재'  '둔재'를 나누는 역발상 투자
최경호
파이낸셜 컨설턴트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경제학
John Hancock Financial Services
Axa Advisors
미주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