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부자’ 소리를 들으려면 재산이 얼마쯤 있어야 할까.

최근 닐슨컴퍼니코리아라는 회사가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들이 답한 금액의 평균치는 ‘59억2000만 원’이었습니다. 얼추 60억 원 정도는 있어야 부자 행세를 한다는 얘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부자의 기준’이 낮다는 사실입니다.

18~29세는 79억 원이 있어야 부자로 여긴다고 답했지만 30대는 49억4000만 원, 40대는 43억5000만 원, 50대는 35억7000만 원으로 부자의 기준이 낮아졌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꿈의 크기도 작아지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오버랩 됐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호기롭고 큰 포부를 가슴에 품지만 현실의 벽에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면 큰 포부는 점점 마모되게 마련입니다.

작가 이호철의 소설 제목을 차용하자면 ‘닳아지는 꿈들’이라고나 할까요.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현실적이 되는 것’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겠지만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소위 ‘88만 원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이 부자에 대한 기준을 가장 높게 잡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응답 결과였습니다. 28.3%가 부동산 투자를 꼽았고 전문직 종사 22.7%, 금융 재테크 17.2%, 개인 사업 12.0%, 복권 10.4%, 절약 등 건전한 재무습관 8.5% 등의 순이었습니다.

부동산 투자가 1위인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 쳐도 절약이 복권보다도 낮은 최하위에 꼽힌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에 대한 가치관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되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갑부 록펠러가 “내 아들은 부자 아빠가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며 싸구려 호텔을 고집했다는 에피소드는 옛 이야기일 뿐일까요.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경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부동산, 미술품, 와인, 앤티크 등의 경매 시장 현황과 투자 요령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봤습니다. 투자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취미로도 접근할 수 있는 경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 등 다양한 인물들의 기사에서도 정보와 재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富에 대한 우리의 의식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