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

일러스트·이경국
일러스트·이경국
국세청이 개발한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은 신고소득과 재산증감, 소비지출을 통합 비교해 세금탈루 혐의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국세청이 세금 부담 없이 재산을 축적하거나 호화 소비생활을 하는 세금 탈루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그동안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 확대 추진, 고소득자영업자 개별관리 실시 및 세무조사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 세금탈루를 방지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수입금액 노출을 은폐하기 위해 현금 거래를 하거나 납부 능력이 없는 제3자 이름을 빌려 사업하는 등 지능적 탈세에 대한 근원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세금에 대해서 이해하기도 쉬울 것이다.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은 탈루소득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의 취득이나 해외여행 등 호화 소비지출로 나타나는 점에 착안했다.

국세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신고소득·재산보유·소비지출 자료를 통합 비교, 분석해 세금탈루 혐의자를 전산으로 추출함으로써 지능적 탈세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청에서 소개한 현금 수입업종인 모텔 사업자의 과소신고 혐의 사례를 살펴보자. 해당 사업자는 ○○도 ○○시에서 모텔업과 ○○구에서 음식업을 겸업하면서 최근 5년간 종합소득액 4100만 원(월 70만 원)을 신고했다.

○○구 소재 시가 31억 원 하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해외여행을 15차례나 했는 데도 말이다. 소득에 비해 소비수준이 과다한 것으로 판단돼 수입금액 누락 혐의를 받고 있었다.
부자들 세무관리 신경 써야
재산증가액의 경우 부동산 취득 세 건 31억4000만 원, 부동산 양도 세 건 11억3500만 원, 주식 취득 1500만 원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재산증가액을 계산하면 20억2000만 원(31억4000만 원-11억3500만 원+1500만 원=20억2000만 원)이며, 소비지출액은 3억1200만 원이다. 그렇다면 탈루혐의 금액은 22억9100만 원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세금탈루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평소 세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부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례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K씨(53)는 최근 삼성생명 FP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성이 높아 사업이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며 법인 주식은 액면가로 총 1억8000만 원이었다.

자녀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잘 하고 있어 향후 사업승계도 어느 정도 대비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업을 잘 운영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던 K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부자들 세무관리 신경 써야
추가적인 재무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급여는 연간 1억 원으로 유학경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로만 받고 있었으며 별도의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급여 인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소득세율이 이미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고 있어 굳이 세금을 내면서까지 소득을 올리는 것이 크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씨가 처음 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1억8000만 원이었다. 급여를 적게 받고 배당 가능 재원이 있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만큼 주식지분 평가액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래서 보유지분의 가치를 산정해보니 법인명의 부동산 시세 10배 상승분과 법인 순이익 증가분이 반영돼 출자시점의 금액보다 훨씬 높은 45억 원 정도로 평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비유동자산인 비상장법인 주식을 유동자산화하고 매년 연간 1억 원가량의 배당 가능 재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배당을 실시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현재 별도의 금융소득이 없으므로 배당에 따른 배당소득세 부과 수준은 미미하다. 또한 배당소득에 따른 4대 보험료의 인상도 없고 자금출처 확보도 가능하다.

만일 배우자와 자녀에게 지분증여를 고려할 경우 증여 후 배당정책은 향후 상속세 절세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때에는 탈루혐의 금액이 큰 사업자를 숨은 세원 관리대상자로 선정, 관리한다고 한다. 성실신고 여부를 사후관리해 신고소득에 재산 증가 및 소비지출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조사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절세와 탈세는 모두 납세자가 자기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세법의 허용 범위 내에 있을 때는 ‘절세’라고 할 수 있으나, 본의 아니게 세법의 허용 범위를 넘게 되는 경우라면 당연히 ‘탈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금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작정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또한 그 세금을 적정하게 납부하고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갖고 챙겨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세금과 관련된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부자들 세무관리 신경 써야
삼성생명 광주FP센터 손기영 팀장 kiyoung.so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