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향후 행보는?

요즘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다. 외국인투자자 외에는 주식을 매수할 세력이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 올해도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개인투자자들도 연일 대량 매물을 쏟아내면서 불안한 시장에서 한 발 빼려는 모습이다.

따라서 올해 외국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전형적인 천수답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조차 엇갈리는 모습이어서 불안한 시장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직은 외국인들이 올해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가지수 그래프가 완만한 우상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의 매수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출구전략이나 재정위기 등이 불거질 경우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변해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러스트·이경국
일러스트·이경국
외국인이 지수회복 주도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우려 등 글로벌 변수로 주가지수는 한때 1500선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1600대에서 강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유입이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관은 8651억 원, 개인투자자들은 1조4471억 원어치를 판 반면 외국인들은 2조416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외국인들은 3월 2∼10일에만 1조3700여억 원어치를 사들여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회복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받치고 기관이 도와주는 구조로 지수하락을 막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긴축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한 이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 유지되면 ‘바이코리아’
올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주식은 여전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등을 주로 사들인 반면 한국전력, KB금융, 포스코, 현대건설, 삼성테크윈 등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운수가스(1조4393억 원), 서비스업(1조2059억 원),전기전자(8916억 원) 등을 순매수했고 전기가스(6805억 원), 건설(3018억 원), 금융(2857억 원) 등을 순매도했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관심이 많고 실적도 뒷받침되는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지난해부터 재개

한국 주식시장은 2005∼2007년까지 3년간 대세 상승장세를 보였다. 2004년 말 895.92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2007년 11월에 2085.4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오히려 이 기간에 매년 주식을 팔았다. 2005년에 2조700여억 원을 순매도하더니 2006년 11조9708억 원, 2007년 24조7117억 원을 팔아 매도강도를 높였다.

특히 주가가 거품으로 치닫던 2007년에는 무려 33조6000여억 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내에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물을 모두 소화해 주가는 외국인 매도세를 넘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보유비중은 지난 2004년 말 41.9%에서 2008년 말에는 28.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외국인들은 다시 ‘바이코리아’에 나서 지난해 약 33조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도 49.6%나 올랐다.

올해 역시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개인투자자들도 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 외국인 외에는 뚜렷한 매수 세력이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려
저금리 기조 유지되면 ‘바이코리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매수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긴축이나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때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데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경기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먼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의 가장 큰 근거는 저금리의 유지로 인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이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도 수그러들면서 각국의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면 당연히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전까지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올해도 이익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점도 외국인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향후 12개월 이익증가율(향후 1년 이익을 지난 1년 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무려 84.1%에 달한다. 비록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지만 주요국 중에서 단연 1위다.
저금리 기조 유지되면 ‘바이코리아’
중국·일본이 40%대, 미국 ·홍콩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12개월 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도 한국은 9.4배로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 20% 이상 할인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일본이 17.5배, 인도가 16.9배, 홍콩도 16.1배나 된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위안화 절상도 외국인 매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들은 국내에 투자할 때 시세차익과 함께 환차익도 누릴 수 있어 국내 투자환경이 더욱 유리해진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해 외국인들이 30조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수해 보유비중이 많이 회복됐고, 글로벌 위기가 부각될 경우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앞으로는 경기회복보다는 긴축이나 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뉴스에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유동성 효과가 허술하게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동성(M2)이 줄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과거 추세를 보면 미국의 유동성이 줄면 약 6개월의 시차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간다”며 “이미 미국의 실질유동성은 지난해 5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불확실성도 여전해 외국인 매수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