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킨제이’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

명동 이윤수 & 조성완 비뇨기과의 이윤수 원장은 한국에서 성의학 시대를 연 ‘한국판 킨제이 박사’다. 1997년 한국성과학연구소를 개설한 그는 ‘한국인의 성의식 및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한국 기혼여성 성의식 및 실태조사’ 등을 발표하며 우리 사회에 성 담론 형성의 불씨를 지폈다. ‘고추박사’로 유명한 이 원장의 건강론을 들어봤다.

우리 사회에 성 담론의 불씨를 지폈던 이윤수 원장은 기자들이 자주 찾는 의사다. 성과 관련해 취재를 할 때 그만큼 쉽고, 거리낌 없이 설명하는 전문의가 많지 않아서다. 성 관련 인터뷰이로 그만한 이가 드문 것이 사실이다.

오랜만에 명동의 진료실에서 그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는 조금 수척해진 듯했다. 다이어트를 한 덕인지 건강해 보인다고 하자 그는 오히려 몇 년 사이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불행히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탓에 의도하지 않게 살이 빠졌다고 했다.
“건강 관리의 기본은 스트레스 관리”
건강한 생활의 시작은 원만한 부부관계

이 원장은 오랫동안 진료를 봐온 병원을 옮기면서 건물주와 뜻하지 않은 마찰이 있었다고 했다. 대화로 타협을 보지 못해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 탓에 10kg 가까이 살이 빠졌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예요. 환자분들한테는 스트레스 관리하시라고 하면서 정작 전 그걸 못한 거죠. 환자들한테서 받는 스트레스는 관리가 되는데, 외부 자극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관리를 못했던 거죠.

정신적인 안정은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건강의 첫째 조건이거든요. 저희 병원을 찾는 분들 중 발기부전으로 찾아오는 분이 많습니다. 발기부전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 우리가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거든요.”

발기기능 장애는 정신적인 이유 또는 기질적인 문제의 결과로 일어난다. 또 흡연, 음주, 비만, 외상, 마약 등도 발기부전의 원인이 된다. 50대 이상 남성 발기부전의 70~80%는 혈관장애,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에 따른 기질성 발기부전이다. 반면 30~40대 등 비교적 젊은 남성의 발기부전은 80% 이상 정신적인 이유에 따른 심인성 발기부전이다.

이 원장의 병원에는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으로 자리에서 밀려난 후 발기부전 증세를 호소하는 기업체 임원, 금융권 종사자 등이 늘고 있다. 지속적인 발기 장애는 신체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발기 장애는 성기 내의 혈관에 장애가 생겼다는 얘기고, 이는 심장이나 뇌로 가는 경동맥이 막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예전에는 성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부부가 서로 쉬쉬하며 지냈어요. 어렵게 병원을 찾아와서 처방을 해주면 그 뒤로 병원 발길을 끊는 경우도 있었고요. 나중에 다시 와서 물어보니까 처방을 썼는 데도 좋아지질 않아서 그대로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럴 때 참 안타깝죠.

현대의학에선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거든요. 다행스러운 건 요즘은 비뇨기과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없다는 거죠. 젊은 분들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습니다. 어떤 때는 아내가 남편 손을 끌고 오기도 합니다.”

그는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부부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남자들은 가정의 지원과 격려에 큰 활력을 얻는다. 가정은 각박한 사회생활을 헤쳐 나가는 원초적인 에너지원이자 위안을 주는 성소다.

하지만 늦은 퇴근과 잦은 저녁 모임은 부부관계를 멀게 한다. 이 원장도 마찬가지다. 중구의사회 회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등 사회활동이 활발한 덕에 저녁 모임이 잦다. 주말이면 강연으로 부부가 함께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내는 밖으로 돌려고 하거든요. 호르몬 영향이죠. 그래도 부부가 절충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저도 주말은 아내와 함께 보내려고 노력해요. 등산도 같이 가고 다리 아프고 귀찮지만 쇼핑도 따라다니고요. 보이지는 않지만 그게 건강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이 원장은 음식 조절을 강조했다. 술과 담배는 건강에도 나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성기능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도 한때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애주가였다. 저녁 모임이 늦은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주량도 줄고, 회복력도 더뎌져 요즘은 모임 횟수를 줄이고 술자리도 일찍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긴 술자리의 악영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긴 술자리는 과음으로 이어지고 다음날 아침까지 영향을 준다. 술자리의 여파로 입맛이 없다 보니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아침을 거른 결과 점심은 과식을 하게 된다. 저녁이 다시 술자리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건강 관리의 기본은 스트레스 관리”
‘자연산 비아그라’ 보양식에 관한 오해와 진실

음식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남성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보양식이다. 사실 정력에 좋다는 보양식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동서양을 막론하는 듯하다. 그 끈질긴 관심은 보양식을 둘러싼 수많은 전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카사노바와 굴이다. 굴은 서양 사람들이 ‘사랑의 묘약’으로 여기며 지금도 즐기는 음식이다. 희대의 플레이보이였던 이탈리아의 카사노바는 매일 굴을 50개씩 먹는 굴 마니아였다.

굴 마니아는 카사노바뿐 아니다.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한 번에 175개의 굴을 먹었고, 16세기 프랑스 왕 앙리 4세는 식전에 300~400개의 굴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다양한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에서는 오골계를 최고의 보양식으로 쳤다. ‘초나라의 여태수는 오골계만 먹고 70세에 득남을 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오골계는 피를 맑게 하고 정력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어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보양식이다. 한국인들도 애용하는 장어구이는 일본인들이 널리 즐기는 여름 보양식이고, 독일인이 여름에 즐겨 먹는 아르숩페는 장어국이다. 덴마크에서는 샌드위치로, 영국에서는 젤리 등으로 장어를 즐겨 먹는다.

“우리 국민은 보양식을 참 좋아하세요. 문제는 그런 보양식들이 대부분 기름진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은 모두 아시잖아요. 과식이 나쁜 것도 알고요. 문제는 실천에 달린 거죠. 음식 조절 못하면 나중에 혈관에 문제가 생겨 성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짬을 내 운동을 하라는 것이 어려운 주문임을 그도 안다. 그는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짬을 내기 어렵다면 틈나는 대로 사무실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고 권한다.

운동은 외형적인 아름다움도 주지만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갱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때 호르몬제를 맞는 것도 방법이지만 운동도 호르몬 분비에 도움이 된다.

“외관상 건강도 좋지만 내실이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데 속이 곯은 사람도 여럿 봤거든요. 건강하게 사는 방법, 아마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문제는 실천입니다. 결국 스스로 관리가 중요한 거죠. 스트레스 관리, 음식 조절, 그리고 운동의 습관화. 그중에 하나라도 안돼서 균형이 깨지면 그때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이윤수

이윤수 & 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 이사장
중구의사회 회장
비뇨기과 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전 열린의사회 회장


글 신규섭·사진 서범세 기자 wawoo@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