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한국사무소 배혜경 소장

전 세계 경매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류는 어떤 것입니까.

“전 세계 경매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매출을 합하면, 2007년 기준으로 약 1200억 달러 수준입니다. 경매 시장에서는 미술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 2007년 미술 시장이 가장 좋았거든요. 그 뒤로 해마다 조금씩 매출이 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경매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국내 상황도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7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을 합해 2007년이 약 1500억 원, 2008년이 약 1000억 원 수준이었고, 지난해에는 그 아래로 떨어졌죠.”

크리스티의 경매 역사가 1766년에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초기 경매 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맞습니다. 크리스티는 1766년 영국 귀족인 제임스 크리스티에 의해 처음 시작됐습니다. 크리스티가 아버지의 유품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경매 시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데서 출발합니다.

유품을 팔려고 보니까 작품에 따라 선호도가 제각각이었던 거죠. 공개된 장소에서 보다 투명하게 유품을 처분하는 방법을 찾다 경매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크리스티 이후 경매를 대중화시킨 사람이 프랑스의 보바리 부인이었어요.

프랑스 혁명기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그녀는 많은 보석을 남겼어요. 혁명정부가 그녀가 남긴 보물을 크리스티에 판매를 의뢰하면서 경매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고 할 수 있어요.”

크리스티 한국사무소는 언제 문을 열었습니까.

“크리스티 한국사무소는 1995년 처음 문을 열었고, 전 세계 경매 시장과 한국 컬렉터들을 연결하는 중계 역할을 합니다. 크리스티는 뉴욕, 런던 등 10곳에서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유일한데 그 이유는 비용 절감과 홍콩만의 장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홍콩은 외환이 자유롭고 작품이 나가고 들어오는 데 큰 제약이 없습니다. 한국과 같은 사무소를 53곳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며, 국내 경매장보다 유리한 점은 무엇입니까.

“경매 시장과 컬렉터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컬렉터들 중에 뉴욕이나 런던, 파리, 홍콩 등을 통해 작품을 팔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작품 가격을 책정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크리스티의 오랜 역사를 통해 검증된 전문가들의 감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이 나오는 거죠. 그런 뒤 판매, 배송 등 일련의 작업들을 도와드립니다. 파는 분 입장에서는 보다 넓은 시장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려는 고객 입장에서도 전 세계 경매 시장을 대상으로 하니까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고요.”
크리스티 한국사무소 배혜경 소장. 그녀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성공 경매의 제1조건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 한국사무소 배혜경 소장. 그녀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성공 경매의 제1조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2004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 작가라면 백남준 정도밖에 몰랐어요. 2004년 저희가 크리스티를 통해 국내의 촉망받는 작가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거죠. 초기였지만 외국 분들이 국내 작가들의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구매했죠.”

국내 작가들을 전 세계 미술 시장에 소개한 것은 큰 성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화랑가 일부에서는 외국 경매에 국내 작가들이 소개되면서 작품 가격이 갑자기 뛰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는 법이죠. 그건 일종의 역기능에 해당하는데, 국내 작가들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면서 작품 가격이 많이 뛴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는 안 되거든요.

그때 감정가는 그 작품에 한정된 건데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버렸어요. 당시 저희가 내놓은 작품은 해당 작가의 최고 작품이었고, 미술 시장도 활황일 때였거든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이 올라간 거죠.”

그런 경우가 많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많은 컬렉터가 선호하는 피카소나 마네, 모네 등의 그림은 오랜 경매를 통해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보거든요. 한국 작가들은 거래 경험도 없고, 정보도 없다 보니 컬렉터들이 가격보다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서도호나 김창렬, 전광영, 김동유 같은 작가들이 외국에서 이름을 얻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해요. 영어로 된 소개 자료도 많지 않고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술 시장이 침체에 빠졌고, 그림 값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이 그림 사기 좋은 때라는 분들도 있던데요.

“경매, 특히 미술 시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너도나도 사려고 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더 떨어질까 봐 눈치만 보게 돼요. 주식시장과 정말 똑같죠. 제 생각에는 거품도 어느 정도 꺼진 상태라 지금이 적기라고 봅니다. 대신 경매에 임할 때는 목표 가격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자칫 경매장 분위기에 휩싸여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높은 가격에 살 수도 있으니까요.”

주식시장과 비교를 하셨는데, 주식시장에는 블루칩이란 게 있습니다. 미술 시장에도 블루칩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좋은 작품이나 나쁜 작품, 모두 가격이 오릅니다. 하지만 경기가 얼어붙으면 나쁜 작품이 가격이 확 빠지지만, 좋은 작품은 일정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해요.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좋은 작품의 가격이 먼저 오릅니다.”

미술 시장의 블루칩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합니다.

“작품을 잘 골라야죠.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좀 떨어지는 작품이 있고, 신진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대표작이 있다고 해요.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저라면 가능성 있는 작가의 대표작을 사겠어요. 그게 리스크가 적거든요.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기 위해서는 안목이 필요하죠. 결국 전시회에 자주 가고 꾸준히 공부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네요.”

그 외에 작품을 볼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오래된 작품이면 보관 상태를 잘 살펴야 해요. 또 이전 소장자가 누구였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명 컬렉터가 소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신규섭 기자 wawoo@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