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 CEO 필립 머크

“135년의 장인정신, 한국시장서도 통할 것”
스위스를 넘어 전 세계 럭셔리 워치 컬렉터들의 ‘0’순위 위시리스트를 장식하고 있는 오데마 피게의 CEO 필립 머크가 방한했다.

제네바에서 열린 SIHH 직후 빠듯한 일정 속에서 찾은 한국에서, 그는 한국 럭셔리워치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135년의 전통을 고수하지만, 그 전통을 뛰어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오데마 피게와 그 CEO의 열정이 뜨겁다.

"오데마 피게로서는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한국시장에 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GNP가 2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 집중하고 있는 저희에게는 한국시장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 스위스의 대표적인 럭셔리 워치 메이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CEO 필립 머크(Philippe Merk)가 방한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속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135년의 장인정신, 한국시장서도 통할 것”
특히 이번 방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0 SIHH(국제고급시계박람회)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제네바에서 선보인 오데마 피게의 따끈따끈한 야심작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스위스 럭셔리 워치 메이커인 오데마 피게 CEO가 한국을 찾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여년 전 신임 CEO로 부임한 그의 한국 방문은 한국의 럭셔리 워치마켓의 현주소를 짐작하게 하는 일정인 것. 오데마 피게는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환상적인 시계, 오데마 피게를 오늘 이 자리에서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시다시피 오데마 피게는 135년 전통의 스위스 워치 메이커로서 스위스의 럭셔리 워치 브랜드 가운데 창시자 가문이 창립 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오데마 피게의 해외진출 역사에서 일본은 비교적 오래된 시장이고,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이 최근 급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고급 수입제품의 시장이 성장세를 띄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한국시장을 두드려야할 적시라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 한국의 럭셔리 마켓이 더욱 다이내믹해지고 자율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웃음).”
“135년의 장인정신, 한국시장서도 통할 것”
전통성(Tradition)과 탁월성(Excell ence), 과감성(Daring)으로 요약할 수 있는 오데마 피게의 철학적 가치에 CEO로서 그는 ‘전통을 뛰어넘는 그 어떤 것’을 강조했다. 사실 필립 머크는 부임 1여년 만에 2009 제네바 워치메이킹 그랑프리를 따낼 정도의 실력파 CEO.

현재 53세인 그는 제약분야를 비롯해 독일과 아시아,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식품산업분야 중역으로서의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다.

2001년 ‘모리스 라크로와’ 시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한데, 틴에이저 시계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와’에서의 경험은 현재 럭셔리 시계 시장이라는 피라미드의 최정상에 위치한 오데마 피게 마케팅에 있어 든든한 근간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전통을 뛰어넘는 그 어떤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1972년 당시 고가의 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을 시계 소재로 도입해 브랜드의 ‘전설’인 ‘로얄 오크’를 출시했던 것 역시 오데마 피게가 아니었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죠.

오데마 피게는 그 동안 전통 시계제조법을 고수했으나 항상 그 전통을 뛰어넘는 도전을 잊지 않았습니다. 항상 ‘현재의 성과’에 만족한 적이 없어요. 시계를 만드는 메커니즘, 디자인 모든 파트가 진보를 멈춰서는 안 되는 거죠.”
이번 방한에는 스위스 본사와 일본, 싱가포르의 임원들이 동행했다.
이번 방한에는 스위스 본사와 일본, 싱가포르의 임원들이 동행했다.
오데마 피게 제품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모델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 답변을 내어놓았다.

오데마 피게의 핵심 기술인 무브먼트, 달의 움직임을 첨단 테크놀로지로 정확하게 담아낸 균시차 모델에 대한 그의 열정 어린 설명이 135년 전 ‘오데마 피게’를 세상에 선보였던 창시자 줄스 루이스 오데마(Jules-Louis Audemars)와 에드워드 오거스트 피게(Edward-August Piguet)의 그것과 꼭 닮아있지 않나 싶다.

세계 최소형 미닛 리피터, 초박형 포켓 워치, 최초의 점핑 아워 워치, 최초의 스켈레톤 시계, 그리고 오데마 피게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얄 오크’의 탄생을 이끌어낸 오데마 피게의 기업철학과 장인정신에 대한 그의 자긍심과 미래 비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데마 피게는 2004년부터 F1 레이싱의 스타 선수들을 홍보대사로 선정,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등지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야노 트룰리(이탈리아), 세바스티앙 부에미(스위스), 루벤스 바리첼로(브라질) 선수가 그들이죠. 그래서 오는 10월 한국에서 개최될 F1 레이싱에도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수를 아끼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유머 감각을 발휘해 좌중을 즐겁게 하는 필립 머크는 신중한 CEO 타입으로 비쳤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아침형 인간’인 그의 취미는 스키. 그는 안개가 유독 짙었던 서울에서의 빠듯한 일정 탓에 서울 시내를 만끽하는 일정은 다음으로 미루는 듯 보였다.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