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숨결, 스칸디나비안 동화마을

Hagesund, Norway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 오렌지 빛 지붕에 하얀 벽들이 앙증맞은 조화를 이룬 마을의 골목들이 마음에 머문다.

노르웨이 하게순(hagesund)의 어촌마을 스쿠덴스하벤(Skudeneshavn)의 풍광은 추억의 엽서처럼 향기롭다. 빈티지 스타일의 어촌마을과 새롭게 변모해 가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도시 풍경이 오버랩 되어 노르웨이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다가온 도시, 하게순을 추억한다.

노르웨이의 Gate Way, 전통 어촌마을 속살을 찾아가다
Hagesund, Norway
처음 찾는 도시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북유럽 노르웨이 최북단 어촌 마을과 하게순 탐험은 신선함으로 충만하다. 꿈속을 헤매는 듯, 동화 속 마을을 산책하는 듯하고, 마을의 풍광도 중세와 현세를 오가는 파격의 느낌이다.

어찌 이 세상에 이런 공간이 존재하고 있을까? 낭만적이며 예술적 분위기마저 감도는 이 도시의 매력은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노르웨이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며, 스칸디나비아의 관문(Gate Way)으로 불리는 곳이 하게순이다.

여행의 출발점으로도 그 의미가 깊고, 피요르드와 낮은 산들, 만년설, 바이킹과 연관된 해안의 역사적인 장소들까지, 하게순의 매력은 끝이 없다.

서울을 출발해 노르웨이까지의 여정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한번 쉬고 가는 느낌이 더해져서 일 것이다.

게다가 수도 오슬로를 지나야 하고 북해의 1번지 베르겐을 떠올리면 하게순은 그 이름조차 올리기 힘든 도시일지도 모른다.
하게순의 부두, Smedasundet 해협. 하게순의 얼굴이며 주요도시로부터 페리가 오가는 곳이다.
하게순의 부두, Smedasundet 해협. 하게순의 얼굴이며 주요도시로부터 페리가 오가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북구의 도시 중 가장 매력적인 도시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번쩍 손을 들어 하게순이라 소리칠 것이다.

도시를 찾아간 접근 방식도 자동차나 비행기가 아닌 거친 바다를 가르는 작은 쾌속선으로 이동한 추억이 덧입혀져, 하게순의 이미지는 바다와 호수, 강과 바이킹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노르웨이를 떠난 또 다른 나라를 방문한 느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 중세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그것이다.

오밀 조밀한 도시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바람처럼 돌아다닌다. 전형적인 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지만, 항구도시의 호젓함과 낭만, 바다 내음과 어촌의 풍경들이 마음자락에 쌓여간다.

골목을 돌면서 마음을 애틋하게 하던 작고 예쁜 화분들과 길 어귀의 손짓하는 간판들이 오늘도 아른거린다.
1. 하게순 내항, 리카 마리팀 호텔 Rica Maritim Hotel의 전통 퍼브건물. 2. 하게순 선창가 앞으로 여름이면 전 세계의 보트 투어리스트가 모인다. 3. 전통 레스토랑 주방 한 켠에 자리잡은 목재 조리용구. 4. 하랄스가타 Haraldsgata, 하게순의 메인 쇼핑 스트릿으로 의상과 다양한 상점들로 즐비하다.
1. 하게순 내항, 리카 마리팀 호텔 Rica Maritim Hotel의 전통 퍼브건물. 2. 하게순 선창가 앞으로 여름이면 전 세계의 보트 투어리스트가 모인다. 3. 전통 레스토랑 주방 한 켠에 자리잡은 목재 조리용구. 4. 하랄스가타 Haraldsgata, 하게순의 메인 쇼핑 스트릿으로 의상과 다양한 상점들로 즐비하다.
하게순은 노르웨이의 해안가 마을 중에도 축복받은 땅이다. 매년 봄마다 넘쳐나는 청어떼가 바로 그 축복이다. 안전한 항구와 협만으로 인해 청어들의 어항 구실을 해온 것.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남는 기억은 작고도 아담한 어촌 마을 스쿠덴스하벤 마을의 동화 같은 풍광이다.

한국 어느 산골 펜션과도 같은 아담하고, 앙증맞은 이미지의 집들이 줄줄이 늘어선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참 예쁘구나’ 하는 감탄사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색채의 도시, 감성의 도시, 추억의 바람개비 하게순

5.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내항 중앙에 자리한 마릴린 몬로의 동상.
5.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내항 중앙에 자리한 마릴린 몬로의 동상.
스쿠덴스하벤은 1970년대 초반 Ruth라고 칭하는 15개 선박회사들 조직의 도움으로 Old 스쿠덴스하벤 재건이라는 기치 아래 새롭게 재정비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하얀 바탕의 벽에 빨간 지붕을 얹은 가옥들은 파란 하늘 아래 더욱 돋보인다. 낡은 듯 새로운 어촌 마을의 너그럽고 풍요로운 인상은 떠다니는 파스텔 톤의 나룻배와도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하얀 황제의 마을(The White Emperor town)이란 별칭까지 얻은 하게순 부둣가 풍경이다.

도시를 걷다 보면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차고 온화한 미소에 마음에 차분해 진다. 충만한 자연이 가져다 준 마음의 풍요함일 것이다.

거리 디자인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공유하고 있다.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하게순의 거리는 다양한 표정, 담담한 마력으로 유혹한다.

이곳에 최근 새로이 단장한 호텔과 레스토랑이 세계 최고의 디자인 국가 노르웨이를 한층 격상시켜 주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자리한 파노라마 극장에서는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관람객들을 노르웨이 북구 원시 대자연의 감동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참으로 먼 곳에 와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국적인 풍경은 차치하고서라도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꿈속 같다.
6. 하게순과 하셀로이 섬을 연결하는 하셀로이 브리지. 7 전통과 빈티지가 조화를 이루는 하랄스가타 haralsgata 쇼핑 스트리트. 8 아름다운 스쿠덴스하벤 Skudeneshavn의 항구용 창고도 인상적이다.
6. 하게순과 하셀로이 섬을 연결하는 하셀로이 브리지. 7 전통과 빈티지가 조화를 이루는 하랄스가타 haralsgata 쇼핑 스트리트. 8 아름다운 스쿠덴스하벤 Skudeneshavn의 항구용 창고도 인상적이다.
고요히 세상을 바라보며 관조하는 시간도 강과 세상을 함께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하게순이어서 더욱 아련하다.

노을이 진다. 10시가 다 된 시간이다. 코발트블루의 하늘이 발그스레한 기운을 띄우더니 이내 붉은 하늘로 변해간다. 북구의 하늘도 밤의 출현에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하루의 해가 저물어 간다. 세상에는 다양한 환경의 삶의 터전이 존재하지만 아름다움을 세련미와 감동의 경지로 끌어 올린 하게순의 감성은 유독 사랑스럽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여행은 먼 미래의 그리움이다. 디자인이 생활이고, 삶 자체가 감각인 노르웨이에서 자연이 안겨준 최고의 환경 예술을 체험한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바이킹의 전설처럼 아스라이 가슴에 머문 도시. 색채의 도시, 감성의 도시, 추억의 바람개비처럼 파스텔 톤 향기로 마음 속을 휘돈다.
Hagesund, Norway
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
Hagesund, Nor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