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희 인터원그룹 대표

전통적인 고급주택, 일산 정발산 단독주택
아파트가 날로 첨단화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아파트에서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삶의 질을 위한 진정한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은 한쪽에서 실낱같이 이어져 왔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 뒤에는 항상 비인간적인 삭막함과 몰개성에 대한 회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주택은 마당이 있는 그림 같은 집이다. 과밀한 도시에서 그것을 현실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는 면면히 이어져왔다.

일산과 분당의 단독주택 단지가 그 증거이다. 분당과 일산은 신도시 택지 조성 때부터 단독주택 지역을 따로 지정해 공급함으로써 제대로 된 단독주택이 건설되기 시작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건축가가 설계하는 주택들은 도심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지어졌을 뿐이었는데, 이곳 신도시에서는 일시에 상당히 많이 건설되어 새로운 단독주택의 원형을 만들어 갔다.

일산 단독주택 단지는 한 필지가 198~ 231㎡이고, 각자의 취향대로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개인에게 분양되었다.

건축가 권문성이 1997년 설계한 일산 ‘22412주택’, 조병수 설계의 ‘ㄱ자집’, 김효만이 설계한 ‘임거당’ 등이 일산 단독주택에서 유명한 곳이다.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 현실이 되다
전통적인 고급주택, 일산 정발산 단독주택
“누구나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게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기면서 그 꿈을 실현하게 된 거죠. 그전에는 강남에 살았거든요. 일산은 여의도로
출퇴근하기도 괜찮고, 처가도 근처라 이사를 결심하게 된 거죠.”

10년째 정발산 단독주택에서 사는 원창희 대표의 말이다. 강남에 살던 이들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자녀 교육이다. 당시 원 대표의 자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중요한 시기였다. 교육문제로 고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원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발산 인근에도 괜찮은 학교가 있고, 학원가가 있기 때문에 문제시하지 않았단다. 전체적으로 학군이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특목고도 있고 해서 큰 문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이사를 바로 실행해 옮기지는 못했다. 여러 차례 발품을 팔며 단독주택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아는 분이 내놓은 급매물을 만났다. 214.5㎡ 대지 위에 지어진 것으로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물건이었다. 향도 남향이라 좋았다.

단독주택을 선택할 때는 향이 상당히 중요하다. 관리할 때도 중요하지만 매매할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재테크 관점에서 단독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살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팔 때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남향을 선호한다.

정발산 단독주택지에도 이 같은 경향이 그대로 나타나, 남향에 비해 서남향 주택은 잘 나가지 않는다. 단독주택은 또한 집 구조에 따라 선호도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장사가 지은 집을 사서 부수고, 새 집을 짓기도 한다. 원 대표도 지금의 집을 산 뒤 두 차례 수리를 했다. 인테리어와 외부 테라스 공사를 하는 데 1억 원 정도가 들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다 보면 삶의 여유가 생겨
전통적인 고급주택, 일산 정발산 단독주택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마당이다. 마당은 단독주택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처음에는 나무도 심고 꽃도 키웠다. 지나다보니 귀찮아서져서 지금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집사람이 고생이죠. 지하에서 2층까지 청소를 하려면 1시간 30분 이상 걸려요. 단독주택의 가장 큰 문제가 관리입니다. 어떤 분들은 안전을 염려하시는데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에요.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실 때만큼은 아니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근데 관리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에요.”

교통도 문제다. 일산과 파주에 아파트들이 늘면서 예전보다 교통 정체가 심해졌다.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까지 평일에는 1시간, 월요일은 1시간 30분이 걸린다. 때문에 원 대표는 월요일은 아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도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조금만 나가면 호수공원과 정발산이 있어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일산 최대 상권이 바로 앞에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단독주택에 사는 큰 즐거움이다. 집과 집을 둘러싼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시때때로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아파트에 살 때는 이런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웃 간에 나누는 정도 빼놓을 수 없다. 정발산 단독주택지에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 골프 모임, 학부모 모임 등이 활발해 사는 재미를 더해준다.

“단독주택은 특히 애완동물을 키우기에 좋습니다. 강아지 데리고 집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삶의 여유가 생깁니다. 다른 데서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아파트에 살 생각은 없습니다.”

단독주택에 대한 그의 예찬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에게 주택은 재산적 가치를 지닌 부동산이 아닌 삶의 가치를 높여 주는 ‘home’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로서 정발산 단독주택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주변에 방송국과 신문사 등이 들어오고, 한류우드도 머지않아 완공됩니다. 이처럼 미디어 관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리라고 봅니다. 현재도 제가 샀을 때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고요.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팔 것도 아니고….계속 살 건데요. 새로 지을 생각은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