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해 주식형 펀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54.40%, 해외 주식형 펀드는 평균 62.58%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개인투자자의 실제 투자 성과는 이보다 훨씬 저조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1.9%로 나타났다.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는 조사 대상자의 56.7%이며 나머지 38.9%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환매했다.이는 장기 투자하기보단 단기적인 이익추구와 환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본성이 투자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기 때문이다. 누구나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시장상황이 좋고 뛰어난 펀드를 선택했더라도 투자 실패로 이끄는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시장상황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는 투자자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은 투자하기 전에 ‘투자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다. 마치 ‘작심삼일’을 이겨내기 위해 계획을 문서로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는 것과 같다. 투자 집행에 앞서 자산관리 전문가(FP)와 함께 자신의 투자 지침서를 만들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투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미리 문서로 정해 두는 것이다.투자 지침서는 △재무목표 △투자 기간 △리스크 허용 수준 △자산 배분 △리밸런싱 전략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및 관리 방법 △성과 평가 및 사후 관리전략 등 8가지 정도로 구성할 수 있다. 우선 재무목표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재무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그저 여윳돈을 모으기 위해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목표가 모호하다보니 투자 기간도 대충 몇 년 정도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그때그때 유망한 상품을 좇는 식이 되기 쉽다. 뚜렷한 재무목표는 투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심어준다. 매일 오르내리는 주가 움직임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나 심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갖게 해준다. 재무목표를 명확하게 세우면 자연스럽게 투자 기간을 정할 수 있다.투자계획을 세울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투자자의 위험 허용 수준이다. 즉 투자자가 어느 정도까지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적립식 투자라도 주가 하락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리 세운 계획을 오랫동안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 절차상 간단한 설문을 통해 위험성향을 반드시 측정하도록 돼 있다. 측정 결과에 따라 적합한 펀드를 추천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만으로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 당시 투자자의 심리 상태나 최근 주변 상황, 투자지식과 경험 등에 따라 위험성향의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사람의 성향은 일률적으로 정형화된 절차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과정은 ‘과학’이나 ‘수학’ 보다 ‘인문’이나 ‘예술’에 가까운 부분이다. 따라서 자산관리 전문가와 오랜 상담을 통해 투자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다음은 투자정책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이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적립식 투자방법, 자산 재배분 기준 및 방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 중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구성은 적립할 투자 규모가 큰 경우에 해당하며 매월 수십 만 원 정도인 경우는 생략할 수도 있다. 펀드 투자에 있어 여러 수준의 기대 수익과 투자위험에 따라서 배분할 수 있는 펀드 군은 국내 주식 및 채권펀드, 해외 주식 및 채권펀드 등이 있다. 부족자금 및 월 투자금의 규모, 투자 기간 및 각 펀드군의 기대수익률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배분 비중을 결정한다.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와 현재까지 준비된 자금 규모를 비교하면 부족한 자금이 얼마인가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 대학입학 당시 교육비가 1억 원(현재 가치)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준비된 자금이 4000만 원이라면 부족자금은 6000만 원이 될 것이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부족자금이 많을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펀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 자산배분 방법이다.이렇게 자산배분을 결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구체적인 펀드 상품을 결정한다. 마치 축구경기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등의 숫자를 먼저 정한 다음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구체적인 펀드를 고를 때는 투자성격이 복잡한 상품보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상품이 적합하다. 투자방법 역시 한꺼번에 목돈으로 투자하는 거치식으로 할 것인지 여러 번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으로 할 것인지 정한다. 적립식이라면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 시키는 정액 적립식과 불입시기와 금액을 투자자가 자유롭게 결정하는 자유 적립식이 있다. 투자 경험이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섞거나 선택해서 투자자에게 맞는 방법을 정한다.이 밖에 좀더 높은 투자성과를 추구하기 위해 시장상황에 따라 일정한 한도 내에서 투자금액을 늘렸다 줄였다 하거나 혹은 펀드별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등의 전술적 투자지침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전일 대비 10% 이상 폭락하면 추가로 투자금액을 늘린다는 식으로 사전에 결정한다. 사실 이러한 투자계획은 많은 경제적 가정과 복잡한 계산 등이 필요한 절차여서 개인이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자산관리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끝으로 성과평가 및 사후 관리 방안 등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이때 펀드별 성과와 전체 포트폴리오 성과 등을 나눠 평가한다. 펀드별로 벤치마크 대비 장기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면 다른 펀드로의 교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가 상승 등으로 목표자금에 기대보다 빨리 근접했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그동안의 수익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계획보다 한참 부족한 상황이라면 투자자금의 규모를 키우거나 투자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