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daq Issue

스마트폰, 주식시장 판도 바꾼다
2010 년 새해 벽두부터 ‘아이폰’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이폰 출시를 간절히 기다렸던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휴대폰 사용자들도 속속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꾸고 있는 것만 봐도 아이폰의 인기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알려진 ‘아이폰’은 출시된 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국내에 들어왔지만 그 영향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이 작년 말 출시된 이후 현재 판매량 16만 대를 넘어섰고 판매 모델 기준으로도 아이폰 3GS 16GB모델이 출시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혁신적인 UI(User Interface)와 창의적인 앱스토어(Appstore) 등의 장점을 내세워 어느 정도의 선전은 예상됐지만 현재의 반응은 기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애플 아이폰이 단순히 잘 팔리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던 국내 스마트폰의 시장 잠재수요를 촉발시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이 판매되기 전에 2% 내외였던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아이폰 출시 이후 급격히 상승해 작년 12월 첫째 주에는 19%에 가까운 점유율로 9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이폰이 이 중 절반에 가까운 판매량을 올렸지만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 역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휴대폰 시장 역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0년 휴대폰 예상 출하량은 전년 대비 9% 성장한 12억 원대로 예상되며 이 중 스마트폰의 비중은 작년 15%에서 올해 18%로 높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는 사용자,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업체의 모든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데이터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사용자당 평균 매출액)상승을, 휴대폰 제조업체는 ASP(평균판매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을, 사용자는 휴대폰 환경을 개인화함으로써 윈-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휴대폰 세상을 바꾸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은 무선랜 접속 기능을 이유로 스마트폰 출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스마트폰의 무선랜 접속은 와이파이(Wifi, 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를 통한 무료 데이터 전송과 음성통화를 가능하게 하므로 3G네트워크 구축에 수조 원을 투자한 통신사 처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음성통화 매출이 빠른 속도로 감소되고 있는 KT의 데이터 매출 확대 전략에 따라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급격히 바뀌었다. KT와 SKT는 2010년 핸드셋 라인업에서 스마트폰 비중을 각각 50%와 20%로 가져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1% 정도에 불과한 스마트폰 비중은 10~20%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또 아이폰의 도입은 그동안 인프라에 비해 낙후된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휴대폰은 반드시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와이파이’를 탑재해야 했고 이동통신사의 포털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피 폐지에 이어 이번 아이폰 도입으로 인해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 아이폰 출시 이후 휴대폰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휴대폰의 기능은 지금까지 음성 위주의 통화였다. 카메라, 음악 등의 기능이 내장되면서 휴대폰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

과거 하드웨어 경쟁의 시기에는 고화소 카메라, 컬러디스플레이, 휴대폰의 슬림화 등이 경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휴대폰의 핵심가치는 기존 음성에서 데이터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사용자 편의성, 휴대폰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돌풍 수혜주를 찾아라

작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약 43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2% 성장했다. 경기침체에 따라 전체 휴대폰 단말기 판매가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도 스마트폰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2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장에서는 수혜주 찾기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선 트래픽이 증가하게 돼 무선망 확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다산네트웍스 등 기지국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모바일 백홀에 대한 IP대체수요로 통신장비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앱스토어와 같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거래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개인들의 참여와 관심이 증가하고 이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단말기 부문에서는 터치스크린 관련주인 디지텍시스템과 이엘케이가 꼽히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은 삼성전자, 이엘케이는 LG전자로 터치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2010년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저항막 방식에서 정전용량 방식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수율과 양산 면에서 대응이 가능한 두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엘케이는 모토로라 터치패널의 판매가 원활해 4분기에 45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휴대폰용 이외에 PC용과 내비게이션용 패널을 추가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노키아 스마트폰 N시리즈에 조립모듈을 납품하는 KH바텍, 광마우스와 지자계 센서 등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파트론 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인기몰이…통신주는?

아이폰 이슈와 보조금 확대로 인한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올해에도 스마트폰 이슈는 계속적으로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대부분은 4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통신사 전체 매출액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무선인터넷 시장 성장에 따라 데이터 매출 증가도 주목되고 있다.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지면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 확대로 인해 현재 12~22%에 불과한 데이터 매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폰, 주식시장 판도 바꾼다
또 무선데이터 이용 패턴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아이폰은 화면 터치시 빠른 반응 등 편리한 이용자 환경과 프로그램 연동, GPS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 앱스토어를 이용한 게임, 음악, 비디오 등 콘텐츠 활성화 등의 강점이 있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이메일, 검색, LBS(위치기반서비스), MMS 등의 이용을 늘릴 것이며 통신업체는 자체 앱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확보에 나서 애플과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와이파이망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와이파이 커버리지 내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고 싼 요금으로 이동전화를 쓸 수 있다. KT는 와이파이망 외 지역에서는 이동통신망(3G)망을 활용한 데이터 이용이 늘어 무선데이터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통신업체들의 스마트폰 모멘텀이 기대되는 가운데 아이폰은 비싼 요금으로 보조금을 회수해 통신업체의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경쟁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머물지 않고 이동통신 시장 전체로 확산된다면 수익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장의 초입단계에 막 접어들었을 뿐이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마트폰과 컨버전스된 단말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말기, 통신사, 콘텐츠 등 모바일 생태계의 형성도 이제 시작이다. 아이폰의 돌풍을 체감하고 있다면 스마트폰의 잠재력은 2010년 한 번쯤은 주목해야 할 테마임이 분명하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