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Issue

증시가 무난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연초부터 약간의 출렁임은 있었지만 연간으로는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증시의 최대 이슈인 출구전략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변수로 부상하느냐에 따라 ‘상고하저’가 될지, ‘상저하고’ 양상으로 진행될지 전망은 엇갈리지만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지킬 것이란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올해 증시는 지난해만큼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한 전망이 많다. 사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 49.65%는 지난 2005년의 53.96%에 이어 최근 10년 만에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1900선 안팎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부담에서다.이에 따라 증시 분석가들은 올해 실적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증시 상승세의 상당 부분은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풀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돈의 힘이 밀어 올리는 장세가 마무리되는 국면에서는 종목 간 주가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올해 증시는 실적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 500위권 기업의 본사 기준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1033조 원, 영업이익 90조 원, 순이익 83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에 비해 매출은 8.2%,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와 38% 늘어난 규모로 이익 증가폭이 특히 크다. 이 증권사의 이진우 애널리스트는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2004년 이후 50조 원에서 70조 원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올해는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퀀텀 점프’(Quantum jump)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꾸준하게 시장 점유율을 넓혀온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란 설명이다.증권가는 우선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보면 소비재 통신 등 내수주와 은행 증권 등 금융주, 에너지주 등의 실적개선 효과가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총 100위권의 대형주 가운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에 내수주 에너지주 금융주 등이 대거 포함됐다.한국전력은 유가와 환율 안정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447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작년 4분기 2900억 원대에서 올해 1분기 5500억 원대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전분기 대비 40∼50%, GS칼텍스를 주요 자회사로 둔 GS는 30%가량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등 에너지주들의 실적개선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산업은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부진했지만 올해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나프타 수요 증가, 중국 정유공장의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 감소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관련 소비주들의 이익 증가세도 주목된다. 오리온(243.4%) 아모레퍼시픽(116.7%) LG생활건강(96.7%) 등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3배에 달할 전망이다.KB금융(49.6%) 부산은행(31.6%) 우리금융(16.8%) 등 은행주들도 지난해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 속에 올해부터 실적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12월 이후 증시 반등에 힘입어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도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항공주 여행주 건설주 등은 전문가들이 올해 대표적인 턴어라운드주 후보로 꼽는 주식들이다. 올 들어 신종플루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원화강세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주와 여행주의 선전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많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신종 플루 공포가 한풀 꺾이면서 올해 국내로 들어올 해외 여행객 수는 지난해보다 37%가량 늘어난 1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에프앤가이드가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50%가량 급증한 51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영업손실을 봤던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14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스닥 종목인 하나투어는 1300%,모두투어는 850%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봤다.건설업종은 점진적으로 회복 중인 부동산 경기와 해외수주 재료가 투자 포인트다. 유가증권 시장의 건설업종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달라진 모습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금리 상승 추세와 미분양 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지연,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 걸림돌이 여전하지만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이창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실물경기 회복으로 구매력이 커지고 있어 주택경기도 상승세를 타고 있고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 수도권 도심지 개발과 주택공급 사업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지난해 증시 반등의 주역이었던 정보기술(IT)주도 실적주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IT 업종은 올해 증시 전체 영업이익의 약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15%에서 기여도가 대폭 늘어나 실적개선 속도가 빠름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면 IT주의 이익증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특히 올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IT주 외에 관련 부품주들의 실적전망도 긍정적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지난해 IT주는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승리한 완성품 업체에 관심이 쏠렸다면 올해는 장비업체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등 기술을 보유한 후방업체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코스닥 IT주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아이피에스 루멘스 하나마이크론 에스에프에이 유진테크 등이 손꼽힌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등 대형사들이 올해 신기술 부문의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정부의 중소 IT회사에 대한 정책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관련 기업의 이익수준은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선 자화전자 삼성SDI 한미반도체 한솔LCD LG이노텍 등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70∼100%에 이를 전망이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