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

지난해 펀드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주식형 펀드 중의 하나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주식형펀드’다. 설정된 지 1년 6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운용성과가 너무 탁월해서다. 이 펀드는 지난해 75.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51.60%에 비하면 24.16% 포인트나 높았다.

2008년에도 6월 말 설정 이후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3.31%나 떨어졌지만 펀드의 손실률은 16.71%에 그쳤다. 강세장과 약세장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이다. 덕분에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가 10조 원 넘게 줄었지만 이 펀드에는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더 들어왔다. 이 회사의 황성택 사장은 “운용에 관한한 어떤 자산운용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칭기스칸펀드가 1조 원대 규모로 불어날 때까지는 이 펀드의 운용에만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증시에 대해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한국증시가 외국인들에게 새롭게 평가받고 있는 만큼 향후 2∼3년은 강세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황 사장을 만나 올해 증시에 대한 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저금리 지속…2012년까지 상승장 예상”

지난해 칭기스칸펀드가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국면별로 시장 대응을 잘 했다. 연초부터 3월까지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절대적으로 싼 주식을 많이 샀다. 경기불안으로 저평가된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시장이 턴어라운드한 이후에는 한국의 대표기업을 주로 사들였다. 사실 지난해는 공모펀드가 초과수익률을 내기 좋은 시장이었다. 조선 중공업 등 오르지 못할 주식과 IT 등 오를 주식이 확실하게 구별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대응할 것인가.

“최근에는 주식 시장에서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식 시장이야말로 리레이팅이 되는 국면이라고 본다. 과거 한국 주식 시장은 PER 7∼8배에 거래되다가 2006∼2007년에 10배에 거래됐다. 당시 선진국에 비해 PER가 낮게 거래된 이유는 한국기업들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좋아지면서 2007년 이후 PER는 리레이팅이 됐다. 그러나 PBR로 보면 한국기업은 여전히 외국기업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지금 한국기업들은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는 등 세계 어느 기업 못지 않게 뛰어난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PBR도 리레이팅이 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기업이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프리미엄을 받으려면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선두에 서야한다. 역시 대표는 자동차 IT 은행이다. 과거 일본 시장도 70년대에 소니 히타치 등 대표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더욱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는 환율이 변수다. 대부분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여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IT 자동차 대표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텐데.

“IT와 자동차업체들이 환율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주식 시장이 횡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품질경쟁력도 좋아졌다. 그런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이걸 극복했을 때 시장은 이들 기업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줄 것이다. 과거 일본도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갔다. 올해 환율 하락세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에게는 큰 기회다.”

자동차와 IT의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금융업체들은 그렇지 않다. 금융업체들은 어떤 측면에서 유망하다고 판단하는가.

“한국의 은행들은 중국이나 영국의 은행에 비해 자산건전성이 더 뛰어나다. 그런데도 PBR는 여전히 낮다. 낮은 이유는 관치금융 등 경제 외적인 요소로 은행의 수익성이 결정된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은행주는 주가변동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이 오랫동안 외면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은행주들은 이익창출 능력에 비해 너무 저가에 거래되고 있다. 최소 30∼40%는 더 올라가야한다. 경제가 강한 나라치고 제조업만 강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강해진다는 것은 산업구조가 좋아지는 것이고, 결국은 산업구조를 지배하는 금융시스템이 건전해진다는 얘기다.”
“저금리 지속…2012년까지 상승장 예상”
올해 주식 시장은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난해 시장이 크게 올랐지만 비관론이 많았다. 비관론의 핵심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데 주가가 어떻게 오르겠느냐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미국의 가계에서부터 출발했다. 미국의 소비를 보면 1975년∼2000년까지 평균적으로 GDP의 67%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수치가 2007년에 72%까지 올라왔다. 왜 5%포인트가 늘었을까. 고용이나 소득이 증가해서가 아니다. 반면 저축률은 1980년∼2000년까지 6∼8%를 유지하다가 경제위기 직전에는 0%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가계는 저축을 하지 않고 소비를 늘린 것이다. 또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미국의 가계부채부담비율이 급증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결국 저축을 줄이고 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한 것이다.

이 소비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 수치의 움직임을 보면 향후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미국 가계는 저축을 늘리기 시작했다. 저축률은 지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의 부채부담비율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1975∼2000년처럼 저축률이 6∼8%, 가계부채부담비율(DSR)이 12%를 유지한다면 구조적으로 미국의 소비는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지금 미국의 가계는 다시 건전성을 찾아가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대략 올해 10월쯤이면 저축률 6∼8%, DSR 12%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하반기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다. 당장 실업률이 많이 올라간 상태여서 구매력은 과거 수준을 그대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가계부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주식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또 이런 강세장이 최소 2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조정을 받을 요인은 없는가.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 시기적으로는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지표가 좋아지면 중국은 선제적으로 금리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중국은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거액의 재정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유증으로 부동산 문제가 부각됐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이 회복되면서 수출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내수를 줄여야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지준율 인상 등 긴축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긴축정책으로 주가지수가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출구전략이 나오게 되면 우리 정부 역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출구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06∼2007년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과잉소비가 있었다. 그 과잉소비를 맞추기 위해 글로벌기업들의 생산설비도 과잉상태가 됐다. 지금 세계기업들의 평균 가동률은 70% 초반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기업들은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가동률 조정을 통해 수요를 맞출 수 있다. 따라서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각국 정부가 굳이 금리를 인상할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도 올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유가를 보면 알겠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가장 늦게 오르고 있다. 상품 가격이 오르려면 수요가 증가해야 하는데 2006년과 2007년 수준의 과잉소비 수준으로 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점도 상품가격 인상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지금 중국과 미국의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위기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상품가격을 억제해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금리인상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각종 상품가격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원자재 관련주는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이유로 우선투자대상은 아니다.”
“저금리 지속…2012년까지 상승장 예상”

올해 한국 외에 유망한 시장은 어디라고 보는가.

“미국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오르지 못했다. 올해는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 이머징 시장도 나쁘지 않겠지만 환매로 인한 불편한 점과 원화강세 구조 등을 감안하면 한국시장이 훨씬 낫다고 본다.”

향후 2∼3년 동안은 강세장이 된다고 했는데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나.

“앞으로 3년 내에 3000포인트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주가지수에서 매년 20%만 올라도 가능한 수치다. 지금 상황은 지난 2007년보다 낫다고 본다. 당시에는 중공업 등 수주산업이 주도주였지만 지금은 IT가 다시 주도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대세상승장을 이끈 주도주는 IT였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세계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게 되면 이런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본다. 나는 올해 적어도 2000포인트는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글 김태완·사진 서범세 기자 twkim@hankyung.com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
서울대 경영학과
현대종합금융 선임 운용역
IMM 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