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브랜즈 김도형 대표

금융계 출신 패션 업체 CEO의 패션은 남달랐다.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최근 이탈리아 고급 수제 양복 ‘까날리(Canali)’를 론칭한 (유)소마브랜즈(SOMA Brands)의 김도형 대표를 만나, 그의 경영 철학과 패션 감각에 대해 들어 봤다.은 사람들을 만나야 되는 직업의 특징 탓일까. 오랜 기간 증권계에 몸담았다는 (유)소마브랜즈 김도형 대표의 패션 감각은 100점 만점이었다. 인터뷰 당일 김 대표는 까날리의 깔끔한 네이비 슈트와 스카이블루 셔츠, 브라운 벨트와 슈즈로 매치한 모습이었다. 김 대표가 처음 까날리 슈트에 매료된 계기는 그가 금융계에 몸담고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출장길에 들린 백화점에서 발견한 까날리 슈트에 한눈에 반한 것. 그가 패션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데에도 ‘까날리 슈트의 발견’이 한몫 했다.“언제부턴가 한국에서 까날리 매장을 찾을 수 없더군요. 처음 든 생각이 ‘안타까움’이었어요. 내가 직접 수입해보자는 결정을 내렸죠. 그렇게 이탈리아의 까날리 본사와 직접 연결한지 1년여 끝에 2009년 초 수입이 결정됐어요.”김 대표는 굉장히 꼼꼼한 스타일이다. 철저하게 타 브랜드와 비교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돼야만 투자를 결정한다. 바로 제품(브랜드)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의 성격은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졌다.김 대표의 애널리스트 시절,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질문이 있었다. ‘당신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대기업에서 바로 옆자리에 똑같은 아이템으로 투자를 하려고 한다. 당신이 1이라는 돈을 투자했는데, 대기업은 1000이라는 돈을 투자한다면? 그 사업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가?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그 일을 시작해라.’ 김 대표는 패션 사업을 구상하면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답은 ‘Yes’였다. 까날리는 그만큼 성공을 자신하는 브랜드였다.김 대표의 사업은 ‘브랜드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됐지만,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진 브랜드를 찾았다. 김 대표가 찾아낸 브랜드는 3개다. 맥주 브랜드 ‘코로나’와 아동복 브랜드 ‘자카디’, 그리고 ‘까날리’.까날리는 2009년 8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론칭했고 올 상반기 중 3개 매장을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왔다가 사라진 경우가 많은데 경쟁력이 없었던 경우도 있겠지만, 한 업체에서 너무 많은 브랜드를 관리한 탓에 관리 소홀로 사라진 경우도 많습니다. 까날리가 바로 후자의 케이스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까날리는 탄생한 지 76년 된 패밀리 브랜드다. 76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성 정장이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다. 현재는 창업자의 3대가 운영하고 있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 100% 이탈리아에서 수작업하고 있는 까날리는 세컨드 라인이 없다. 김 대표는 “까날리 슈트의 장점은 비접착식이라는 데 있습니다. 다섯 겹의 캠버스를 넣어 옷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었죠. 물에 젖어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젖었냐는 듯 원 상태로 돌아와요. 10년, 20년을 입어도 변함없는 옷입니다”라면서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올해의 사업 계획을 김 대표에게 물었다. “2010년 까날리 컬렉션은 더욱 컬러풀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정통적인 클래식 슈트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론칭 첫해에는 클래식한 슈트 위주로 수입을 했다면, 올해는 까날리의 다양성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국내 매장을 4개로 늘리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하지만 그는 까날리 본사에서 무작정 매장이 늘어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탈리아에서 까날리 직매장은 겨우 2개, 미국은 5개 뿐이다. 본사에서는 차근차근 까날리라는 이름을 알리고, 브랜드 장점을 알아줄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김 대표는 소마브랜즈 운영에도 까날리 본사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까 부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순 없겠죠. 하지만 어느 순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 내 삶을 돌아 봤을 때 행복한 삶,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김 대표는 미래를 보지 않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고아원을 차려서 봉사 활동을 할 거야’라는 꿈을 꾸기보다는, 지금 당장 봉사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김 대표가 이런 삶의 자세를 갖게 된 데는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고마웠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 목표와 매출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이 중요한 것이지 그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김 대표는 실제로 남을 돕는 일을 즐긴다. 작년 말에는 기아 구호 활동 단체인 컴패션(Compassion)과 함께 (유)소마브랜즈 송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컴패션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해외 어린이를 지원해서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키워주는 단체로 1952년 한국 전쟁 때 설립됐다. 김 대표가 컴패션을 후원한 지는 올해로 25년째다. 외국에서 생활하던 청소년기부터 개인적으로 봉사하고 있었던 것. (유)소마브랜즈의 직원의 60% 이상이 송년회를 계기로 컴패션에 자발적으로 후원을 시작했다.“우리는 단돈 몇 만 원을 후원하는 것이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그 돈이 바로 생명줄이에요. 이번 후원에는 독특한 건의 사항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 한 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후원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아이의 삶은 풍요롭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기자에게 물었다. “하루 세끼 먹고, 잠잘 집이 있고, 입을 옷이 있다면 전 세계 인구 75%보다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살다보니까, 욕심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뜬 구름 잡는 미래는 중요하지 않아요.”여건이 되어 ‘코로나’, ‘자카디’, ‘까날리’와 같은 경쟁력 있는 또 다른 브랜드를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현재에 충실하게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베푸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면서.글 김가희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holic@moneyro.com(유)소마브랜즈 김도형 대표남가주대학교 회계학 전공뉴욕대학교 대학원 MBA회계법인 KPMG, 미국 공인회계사골드만삭스 증권, 메릴린치 증권,제이피모건 증권 증권부 대표 역임(유)한국씨이케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