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무치(角者無齒)’란 뿔이 있는 짐승은 날카로운 이가 없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모든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재능과 강점을 살려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 가야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며, 이는 요즘 시대에서 강조하고 있는 윈-윈 시너지와 일맥상통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위에 다른 사람이 재능이 더해져야 우리는 더 큰 역량과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할 수 있는 일들과 창조성이 더욱 증대된다고 할 수 있다.각자무치의 지혜는 우리의 삶과 함께 가야 할 과제이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강점과 능력을 잘 관찰하여 이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 보면 과거로부터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자신의 강점에 상대방을 맞추려는 일들이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대표적인 예가 가부장제도 하에서의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결혼을 할 때 흔히 ‘시집을 간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자신이 성장한 친가를 떠나 영원히 배우자 집안 사람이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남편 집안 사람으로 빨리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생활방식은 물론 성장 과정에서 집안 어른들로부터 배워온 신념이나 가치관까지도 버리고 시댁의 것을 따라야만 했다.혹여 새댁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주장하고 더 낫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얘기라도 하게 되면 “며느리가 잘못 들어 왔다”, “집안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들이 일어 나나”라는 탄식과 함께 온갖 험담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게 된다. 오죽 했으면 ‘귀머거리로 3년, 벙어리로 3년, 장님으로 3년’이란 속담이 만들어 졌겠는가! 시집을 간다는 말에는 이미 시댁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새댁은 시댁에 맞추고 따라야 하는 종속적인 관계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새댁이 들어오고 나서 집안에 우연히 나쁜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새댁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가족들이 합심하여 새댁을 패자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다. 처음부터 새댁이 잘하는 것을 찾기보다는 허물을 찾아내 이것을 크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낯선 환경이 외롭고 불안한 새댁의 처지에서 시댁 가족의 부정적인 시선은 더욱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부담스럽고 두려운 상황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긴장 상태에서 하는 행동은 부자연스러워 평소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실수를 하게 되면 긴장을 하게 되고, 생각이 경직되면서 사고의 폭이 좁아져 오히려 또 다른 실수를 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것이다.이렇듯 시집온 새댁을 어렵게 만드는 가족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12월 필자의 칼럼 ‘시어머니와 곳간 열쇠’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가족들도 새댁의 등장으로 인한 가족 체계의 변화에 민감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유리한 기존 질서와 삶의 방식이 편안함을 주기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앞장 서서 힘을 규합하는 것은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새댁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며,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가족들의 시선과 태도로 인해 새댁은 자신의 존재감을 집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자연히 말문을 닫게 되고 누군가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기회를 볼 것이다. 그러다 대를 이을 아들이라도 태어나게 되면 아들을 통해 집안의 한 사람으로 존재감을 발견하게 되며, 아들이 곧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성장하면서 남편보다는 아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또 다른 편짜기가 만들어지고 가족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심화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약자였던 새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집안의 권력을 갖게 되고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해자로 바뀌게 된다.이러한 상호 작용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체제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어떤 방법으로든 변화가 생기게 된다. 나와 가치관, 경험 그리고 행동 방식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우리 몸은 긴장하게 되는데 긴장 상태는 갈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이런 긴장 상태가 건강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될 때 스트레스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 신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부자극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추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게 되고 또 전신의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만일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경고반응이 지속되어 고혈압, 심장병, 소화성 궤양, 두통, 요통, 당뇨병, 관절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감염증 등이 생기게 되고 불안, 두려움, 우울, 무력감 등의 정신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다.결국 이런 부작용들이 두려운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을 싫어해 가급적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갈등은 회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적대감이나 불신만 더 심어주게 된다. 적대감과 불신이 사람들 혹은 부서 간의 관계에 퍼져 있다면 대부분의 업무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협력이 중단되고, 문제 해결이 비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정보가 왜곡되며 악의에 찬 대화가 오가게 된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벽을 쌓는 데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개선과 성장의 기회들은 사라지게 된다. 오로지 자기 중심적인 행동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파괴적 행동은 오랜 우정을 갈라놓고,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해치게 되면서, 결국 능력 있는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게 만든다.조직이나 가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받아 들이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활동이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이 때의 갈등은 파괴가 아닌 생산적인 것이어야 한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건강한 갈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전체 구성원이 가야 할 방향성과 철학을 공유하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생각에 생각을 덧붙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을 공유하고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보다는 철학을 공유하되 서로의 강점과 능력을 토대로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이를 실현해 내는 조직이 더욱 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조직의 역량이 강화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며, 창조적인 행동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목적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의도를 파악하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상대방과 나와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와의 공통점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자유롭게 탐색해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처음에는 매우 어색하지만 인내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면서 서로가 원하는 해결책을 찾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생산적인 갈등은 우리를 더욱 튼실한 관계로 만들어주고 생산적인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런 갈등의 속성을 잘 이용할 때 우리의 생활은 더욱 윤택하게 될 것이다.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