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제적 경제, 금융위기 속에서 바이 앤 홀드(Buy & Hold) 투자전략과 함께 트레이딩(Trading)이 장기적으로도 유력한 투자전략으로 조명을 받는 만큼 투자종목 역시 폭이 넓어졌다. 그중 하나가 외환거래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실상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거대 금융기관들의 전유물이었던 외환시장은 컴퓨터, 인터넷 기술의 급성장 및 확산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그 문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월가의 주요 기관들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외환이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 종목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판단을 보기좋게 비웃고 있다.

지난 10~20년의 국제 외환거래 추이를 보면 거래량 자체도 이 기간에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른바 거대 기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외환시장의 장점을 간파한 개인 투자자들 역시 발빠르게 자기 몫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난 1992년 국제 외환시장의 하루 총 거래액은 5000억 달러 안팎. 그랬던 것이 98년을 기점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고, 2004년엔 하루 2조 달러에 육박했다. 이후 3년 만에 다시 3조 달러를 넘어서 현재는 그 어느 증시보다도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 됐다. 물론,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player)들은 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체 시장의 10%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3조 달러의 10%면 3000억 달러 규모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변수가 적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가 적다고 해서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외환거래는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크기 때문에 이익실현 폭이 큰 만큼 손실도 마찬가지로 커질 수 있다. 그러니까, 모든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투자종목은 아니다.

어쨌든 외환거래가 주식거래와 가장 많이 다른 점은 거래 대상 종목이 훨씬 적다는 점이다. 주식거래를 하려면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종목 중 투자 대상을 정해야 하지만 외환은 사실상 영국, 스위스, 유로권, 북미의 캐나다와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8개 종목만 봐도 충분하다. 이들을 소위 메이저(Major) 통화라고 하는데 이들이 전체 국제 외환거래의 85%를 차지하니까 이들로도 충분한 셈이다.

너무 단순화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라를 기업으로 생각하면 각 나라의 통화는 그 나라의 주식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흔히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등을 반영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통화가치도 그 나라 경제의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 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외환거래가 똑똑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점차 매력을 더해가는 이유도 사실 이런 점에 있다.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경제 현황은 어떤 한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해 감추거나 몰래 손을 보기가 힘들다. 통화는 그만큼 주식에 비해 더 투명한 투자대상이라고 이해해볼 수 있는 것이다.

8개 메이저 종목과 여기에 집중되면서도 증시를 넘어서는 거래량, 균형잡힌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투명성이 더해져 과거 거대 기관들의 전유물이었던 외환거래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외환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킨다면 외환거래를 내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충분히 고려해 봄직하지 않을까.
외환이 주식보다 좋은 세 가지 이유
최경호
파이낸셜 컨설턴트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경제학
John Hancock Financial Services
Axa Advisors
미주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