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a Hot Springs, Alaska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알래스카에서의 온천욕, 추위로 문밖으로 나서기조차 두려울지 모르지만 실제 체험해보면 더 없이 낭만적이다. 천지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사방천지는 백설의 세상이다.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온천수 위로 하얀 입김을 불어대면 이내 눈썹 위로 얼음 꽃이 핀다. 추위조차도 낭만으로 체험하는 곳이 알래스카 최고의 온천, 체나 핫 스프링스다.동토의 대지, 북극권의 겨울 세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하지만 알래스카에서도 은밀한 이곳, 체나 핫 스프링스의 온천에서는 밤이 되면 고요한 하늘 위로 우주 쇼가 펼쳐진다. 바로 오로라 댄싱. 밤하늘을 흐르는 은하수의 전설처럼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오로라를 만나고 극지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설원 위의 온천욕과 개썰매의 진수를 만나본다.북극권의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의 모습이 장관이라는 얘기에 막연하게나마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현실은 생각뿐이다. 막상 마음을 먹어도 사람 없는 동토의 땅에서나 볼 수 있기에 쉽게 엄두가 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그곳도 그리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다.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체나 핫 스프링스를 찾거나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Yellowknife)로 가야 한다. 영하 30도의 긴긴 밤을 꼬박 새워도 아깝지 않은 오로라의 황홀경이 달뜨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알래스카 온천의 대명사, 체나 핫 스프링스에서는 맑은 겨울 밤이면 언제나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다. 구름 없는 하늘에 많은 별을 볼 수 있듯 이곳 하늘에서는 밤마다 빛의 축제가 열린다.오로라의 신비한 기운이 스며있는 도시, 페어뱅크스. 건물만 나서면 어디든 온통 하얀 빛이다. 밤새도록 눈은 하염없이 내린다. 천지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국의 체나 핫 스프링스는 얼음 위로 만년설 같은 눈가루가 수북이 쌓인다. 이른 아침, 보글보글 물방울과 물안개 피어오르는 하얀 천국에서의 온천욕을 즐기고 나면 심신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섭씨 40여 도의 유황 온천에서의 낭만, 그것은 바깥 온도가 영하 30도를 오르내리고 하얀 눈의 천국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연인끼리의 여행자도 있지만 가족단위의 여행객도 많다. 물 밖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리기에 탈의실을 나서면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기 마련이다. 고개만 내어놓고 물속에 있다 보면 눈썹과 머리카락엔 어느새 얼음송이가 대롱대롱 매달린다. 그래서 자주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빼거나 아예 물밖에 나가 다이빙을 하는 어른들도 많다. 추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이곳에선 걸음걸이도 종종걸음으로 이어진다. 숙소를 나서면 빨갛게 코가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탐험가들이 눈보라 치는 북극을 횡단하는 장렬한 영상을 본 기억이 있는가. 바로 그런 곳. 매섭게 몰아치는 블리자드와 한파만 없을 뿐 통나무집과 온천 스파 하우스의 문을 나서면 매서운 추위 때문에 모두들 뛰어다니기 일쑤다. 이내 코가 시리고 발이 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들 옷을 벗은 채로 즐거운 표정들이니 이 또한 별난 체험이다.온천은 실내 온천과 실외 온천으로 나뉘어 있다. 영하 30여 도의 한기를 느끼며 실내외를 드나들며 심폐기능 강화를 위한 체험욕을 즐겨도 좋다. 보글보글 야외 스파바스(Spa Bath)도 준비되어 있어 편안히 눈 내리는 설국의 정취를 만끽하며 심신을 치유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알래스카의 겨울 진주, 체나 핫 스프링스는 1905년 금 광산업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440 에이커의 전천후 휴양지로 개발된 이곳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마운틴 바이크, 승마, 하이킹, 낚시와 겨울 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 북구의 낭만, 개썰매 투어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체나 핫 스프링스(Chena Hot Springs)는 캐나다 NWT의 옐로나이프와 위도를 같이하며 북극 탐험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더불어 혹한의 계절에 만끽할 수 있는 개썰매를 비롯하여, Arctic Circle을 향해 날아가는 경비행기 투어 등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으로 미국 본토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한국과 일본에서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체나 핫 스프링스에서는 최근 얼음궁전을 준비했다. 온천 바로 옆으로 겨우내 손님들을 맞기 위해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조각조각 이어 궁전을 지은 것이다. 내부에는 객실과 응접실, 홀, 식당 등 얼음궁전에서 생활하기 위한 다양한 편의 시설들을 장치해 놓았다. 매년 겨울이면 전기톱으로 얼음을 자르고 기중기로 얼음 덩어리를 끌어 올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한겨울 알래스카에서의 신비한 체험을 위한 독특한 이벤트가 진행 중인 얼음 궁전은 2004년 겨울 오픈했다. 체나 핫 스프링스의 Lodge는 통나무로 장식된 다양한 구조의 객실을 자랑하고 있다. 사방 천지는 북극의 만년설처럼 온통 하얀 눈으로 뒤 덮여 있고 얼음 궁전과 야외 온천장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 등 오랜 세월의 정성과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장소로 특히 유럽인들에게 인기다.수북한 눈으로 뒤덮인 통나무집들이 즐비한 체나 핫 스프링스. 어둠이 내리면 오두막집 사이로 새어 나오는 파란 불빛이 머나먼 곳에서의 한겨울 여행의 감흥을 더욱 자극하고, 영하 40도 북구의 하얀 겨울 정경은 더욱 더 감동적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알래스카의 하얀 별 밤은 야성의 세계 속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빛을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