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준대형 뉴모델 K7

아자동차가 K7을 발표하면서 ‘그랜저(현대자동차)’와 같은 준대형급 차량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로체를 타던 고객이 차를 바꿀 때 다소 중후한 오피러스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수요를 하나 더 만든 셈이다.‘개발 기간 5년, 개발비 4500억 원’을 봤을 때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내놓을 때만큼의 정성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베라크루즈의 차체를 활용한 모하비 때는 ‘2년 6개월, 2500억 원’이었다. 엔진은 현대·기아차 공통으로 쓰이는 세타, 뮤, 람다엔진을 쓰면서 세팅을 바꾼 것이지만 차체(플랫폼)는 새로 개발했다. 물론 현대차도 이를 활용할 것이므로 새로 나올 그랜저의 개발비용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2.7리터 뮤엔진은 기존 것과 같지만 람다엔진은 기존 라인업(3.3, 3.8리터)에 없는 새로운 3.5리터 엔진으로, 밸브를 포함한 헤드를 새로 설계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아무튼 K7은 굉장히 공을 들여 만든 차다.‘가장 최근에 나온 차가 가장 좋은 차’라고 하듯 방금 출시된 이 따끈따끈한 모델의 상품성은 동급 최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내·외관 디자인이다.준대형급인 만큼 현대차 쏘나타처럼 파격적인 시도는 없다. 대신 경쟁차인 그랜저, SM7보다 젊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 데 주력했다. 외관은 아우디 A6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일단 리어램프가 아우디 Q7과 거의 똑같다. 아우디 출신의 디자인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의 영향으로 보인다. 수평에 가까운 벨트라인은 아우디 A6와 비슷하다. 검은색보다 흰색이 더 잘 어울린다는 점도 그렇다.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아차만의 특색을 입히기 위한 터치가 곳곳에 보인다. 우선 휠하우스 쪽으로 깊이 파 들어간 헤드램프가 개성을 살린다. 헤드램프에는 최근 유행인 점(點)식 발광다이오드(LED)가 아닌 면발광 LED를 적용해 야간에 앞서 가는 차에서 리어미러를 보면 금방 K7임을 알아챌 수 있다. ‘ㄱ’자 모양의 안개등도 포르테 하이브리드에 이어 적용됐는데, 이는 여느 수입차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K7이 국산차처럼 보이지 않는 데는 18인치 대형 휠이 한몫했다. 그간 국산차들은 외관에 신경을 쓰다가도 휠 디자인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형 쏘나타부터 디자인이 개선되고 있는데 K7의 휠은 명품 수제 휠처럼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18인치용에는 폭이 245mm(16인치에는 215mm) 광폭 타이어를 사용했고 휠 중심이 깔때기처럼 안으로 들어간 ‘마이너스 옵셋 휠’ 스타일이다. 제네시스 BH380(최고급형)의 18인치 휠에는 폭 235mm 타이어를 썼는데, 이보다 10mm 더 넓은 것이다.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특색 있는 부분은 ‘크롬 가니시 무드 조명’으로 조수석과 도어 안쪽의 긴 패널을 따라 은은한 붉은색 조명이 비친다는 점이다. 운전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우주선에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다소 아쉬운 점은 센터패시아(center facia: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오디오, 공조장치 조절 부분)로, 너무 심플하다. 신형 쏘나타는 우주선 조종석에 온 듯 꽉 찬 느낌이라면 K7은 여백이 많아 릴랙스한 분위기다.편의장치 선택의 폭도 크게 늘어났다. 전 사양에서 파노라마 선루프(120만 원)와 사이드(앞뒤), 커튼 에어백(70만 원)을 선택할 수 있다. VG270 럭셔리(3290만 원)부터 적용되긴 하지만 ‘전방 카메라+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210만 원)’은 쓰지 않을 때는 모르지만 한 번 써보면 굉장히 편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개 스피커로 완성된 사운드 시스템도 고급차에 걸맞게 수준급이다. 저사양은 ‘디멘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고사양은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다.수입차에 도전하는 K7의 성능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안타깝게도 최고급형인 VG350을 선택해야 가능하다. VG270까지는 엔진, 서스펜션 등이 기존 그랜저와 별 차이가 없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안전과 거주성이 개선된 것에 만족해야 한다.VG350의 엔진은 제네시스에 장착된 것과 같은 람다엔진이지만 기존 라인업에 없던 3.5리터가 새로 개발됐다. 엔진블록은 그대로 두고 흡입·배기밸브를 포함한 엔진헤드가 새롭게 설계됐다. 배기량은 소폭 줄어들었지만 성능은 기존 3.8리터 엔진과 차이가 없다. 제네시스 BH380과 비교할 때 최대 출력은 동일하고 최대 토크 차이도 5% 안이다. 그러나 연비는 10% 이상 개선됐다. 후륜구동인 제네시스(BH380: 1737kg)보다 전륜구동인 K7(VG350: 1620kg)이 가벼운 것을 감안하면 체감 성능은 더 뛰어날 수 있다.특히 VG350 이상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Electronic Control Suspension)이 적용돼 웬만한 커브 길에서도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해 준다. 고급차인 제네시스에서도 ECS는 최고급형인 ‘BH380 VIP 팩(6021만 원)’에만 적용되고 그 이하에는 진폭 감응형 댐퍼(ASD: Amplitude Selective Damper)가 장착됐다. ECS는 속도와 스티어링 휠의 각도까지 계산해 차체의 운동성을 극단까지 올려준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