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뉴스 앵커 박영환·조수빈

뉴스9은 프라임 타임 뉴스 중 시청률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KBS 뉴스9의 힘은 박영환 기자와 조수빈 아나운서의 하모니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신년을 맞아 두 사람의 대담을 마련했다.KBS 뉴스9을 이끄는 박영환 앵커와 조수빈 앵커가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되었다. 매사에 확실한 것 좋아하는 조수빈 앵커의 말대로 정확하게 지난 11월 17일 1주년을 맞았다.1년을 돌아보는 지금, 두 사람의 호흡을 평가하면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 TNS미디어 조사 결과 인터뷰 당일인 12월 16일 시청률은 뉴스9이 19.3%로 경쟁사인 MBC 뉴스데스크의 9.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전주 주간시청률을 보면 뉴스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뉴스9이 상위 20위 안에 들어있다.실제로도 호흡이 잘 맞다. 함께 방송을 하기 전부터 선배와 후배로 인연을 맺어온 게 힘이 됐다. 두 사람이 첫 인사를 나눈 것은, 조수빈 앵커가 신입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듬해였다. 당시는 박 앵커가 오전 11시 뉴스라인을 진행하고 조 앵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였다.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박 앵커를 만난 조 앵커가 “선배님, 저 누군지 아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새까만 후배의 당돌한 질문에 박 앵커는 “조수빈 아나운서죠?”하면서 반갑게 받아줬고, 조만간 밥을 사겠노라 약속을 했다. 두 사람 모두 방송으로 바쁘다 보니 그 약속은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 지켜졌다. 그 뒤로 조 앵커가 고민 상담을 많이 했다. 특히 진행하던 뉴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마음고생을 좀 했다. 메인 뉴스 앵커가 꿈인 그녀에게 앵커가 되는 길을 너무 멀어보였다. 다른 선배들과 함께 그때 흔들리던 조 앵커의 마음을 다잡아준 사람이 박 앵커였다.조수빈(이하 조) : 뉴스라인 진행하시는 걸 보면서 ‘저런 선배랑 파트너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 거예요.박영환(이하 박) : 뉴스9을 맡으면서 앵커멘트가 가장 신경 쓰입니다. 뉴스9은 뉴스라인과 달리 굉장히 정제된 앵커멘트를 씁니다. 짧고 정제된 멘트를 쓰면서도 뉴스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야 합니다.조 : 가끔 그런 면이 아쉬워요. 뉴스라인은 라이브 대담이 특징이었는데, 그때 선배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났거든요.박 : 그렇기 때문에 뉴스9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방송 전에 멘트를 써서 가지만 방송 중에도 수정을 하거든요, 그때 조 앵커와 상의를 많이 합니다. 선배랍시고 권위를 내세워서는 안 되잖습니까.조 : 후배들을 잘 배려하세요. 저도 그리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거든요(웃음).박 : 똑 부러지죠.조 : 저로서는 박 선배와 달리 취재 경험이 없는 게 늘 아쉬워요. 국방이나 외교 분야는 여전히 부담스러워요. 그럴 때는 선배한테 물어보죠. 처음에는 매일매일 작문시험 보는 것 같았어요. 1년이 되니까 조금씩 제 색깔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차가움보다는 인간미가 있는, 따뜻한 뉴스를 전하려고 해요.박 : 뉴스9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계층이 보는 뉴스입니다.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통합 기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고민도 많습니다. 특히 프라임 타임 뉴스가 백화점식 기사를 나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합니다. 저희가 45분 동안 27~28개의 뉴스를 소개합니다. 뉴스 1개당 대략 1분 20초 정도 할당이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깊이 있는 뉴스 전달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새로 부임한 김인규 사장께서 뉴스9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데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조 : 뉴스9이 경쟁 뉴스에 비해 시청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타 방송사 뉴스와 시청률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무리수를 두기가 어렵죠. 여러 가지 상황이 좋은 지금이 변화에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요.박 : 백화점식 뉴스 진행은 1980년대 컬러TV 도입 이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이어온 방식이거든요. 그 동안 언론계와 학계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요. 방송사들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거기에 따른 위험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던 거죠. 결국 공영방송인 KBS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두 사람 모두 뉴스9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변화를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1분 20초짜리 뉴스가 아니라 5분짜리 심층 기사도 보도해야 할 때도 생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앵커의 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박 앵커는 취재기자로 12년, 앵커로 6년 6개월을 일했다. 사회부, 정치부, 편집부 등을 거치며 사내에서 가장 많은 특종상을 받은 베테랑 기자였다. 뉴스라인 앵커로 데뷔한 후에는 라이브 대담 등 앵커로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조 앵커는 대학시절 미스 유니버시티와 종합일간지 인턴 기자라는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다. 2005년 KBS에 입사한 후에는 아나운서로 TV와 라디오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입양인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그녀는 입양, 아동성폭력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두 앵커는 이런 경험들이 새로운 뉴스 진행에 힘이 될 거라고 본다. 물론 앞으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걱정보다는 기대가 훨씬 큰 게 사실이다. 프라임 타임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도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조 : 제가 스물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뉴스9 앵커가 됐는데요. 지금이 제 인생의 정점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나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겠지만, 그때도 뉴스9 앵커를 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거죠.박 : 조 앵커가 아나운서 출신이지만 기자 기질이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종합일간지 인턴기자 경험도 있고요. 도발적이기도 하고, 가끔은 제가 당황할 정도로 당찬 구석도 있습니다. 저랑 나이 차이도 많은데,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좀 까칠해요.조 : 예전보다는 안 그런데요. 회의할 때 전부 기자잖아요. 아나운서는 저밖에 없고. 그래도 제 의견은 얘기하는 편이에요.박 : 조 앵커는 직선적인 반면 심플한 게 전형적인 AB형이에요.조 : 제가 어린 나이에 앵커가 되다보니, 지난 1년은 실수나 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어려서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좀 붙은 것 같아요. 어떤 것이 제 색깔인지도 어렴풋이 알겠고요.박 : 시청자들은 앵커의 사소한 실수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장관 이름이나 숫자, 이런 게 가장 실수하기 쉽죠. 그런데 앵커의 실수는 뉴스의 신뢰도와 직결되니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거죠.조 : 저는 막바지에 나오는 ‘띠 뉴스’ 할 때가 제일 긴장이 돼요. 쉼 없이 기사를 나열해야 하니까 숨이 차요. 어려운 법률용어 때문에 법조기사도 어렵고요. 그런데 실수도 인정할 줄 알아야죠.박 : 실수 앞에서 뻔뻔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실수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기사도 마케팅이 중요한데, 좋은 앵커 멘트는 결국 셀링 포인트를 잘 집어내는 거라고 봅니다. 노하우가 필요한 거죠. 그런 면에서 조 앵커는 경험은 부족하지만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고, 무엇보다 앵커 자세가 돼 있어요.조 :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육아 기사에서 가끔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대신에 젊다는 게 장점이 될 때도 있어요. 박 선배는 홍대 클럽 같은 젊은이들의 문화는 잘 모르시잖아요. 얼마 전에 1년 전 뉴스9 비디오를 봤는데, 선배도 많이 바뀌셨던데요. 전 그때랑 비교해서 살이 좀 빠지고 외모도 많이 변했더라고요.박 : 그 때는 부잣집 맏며느리 같았죠.조 : 1년 뒤에는 그만큼 더 성숙해지겠죠. 그렇게 노하우가 쌓이면 좋은 앵커가 되지 않을까요.박 : 아직도 여성 앵커를 뉴스의 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앞으로는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올 겁니다. 조 앵커는 그런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조 : 저는 최연소 앵커보다 최장수 앵커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최다산 앵커라도 되고 싶어요.박 : 최다산 앵커, 오늘 인터뷰 제목 그거로 뽑으면 되겠네(웃음). 우리 조 앵커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자세가 돼 있다니까요. 이거 오늘 너무 아부하나? 가끔씩 이렇게 칭찬도 하고 그래야 편하게 지내죠. 저는 대학시절 방송국에서 있었는데,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중계도 해봤습니다. 지금도 아마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조 : 그런 저력 때문인지 박 선배가 방송언어를 잘 아세요. 얼마 전에도 바른말 상을 받았는데, 엊그제 실수를 하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바른말 상까지 받으신 분이 그러시면 되냐?’고 핀잔을 줬어요. 박 선배는 한창 어린 제가 스스럼없이 대할 만큼 편하게 해주세요.박 : 서로 부족한 것 채워주면서, 팀워크는 아주 좋습니다. 제가 워낙 성격이 좋으니까요(웃음).조 : 저도 뭐 눈치보고 주눅 드는 성격이 아니라서(웃음). 선배님이 정말 좋으시긴 해요.박 : 제가 유머러스한 것을 좋아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입니다.조 : 요즘 유행어 중에 “씁쓸합니다”라고 있잖아요. 방송 중에 그 멘트를 가끔 쓰세요.박 : 개성이 묻어나는 그런 멘트 못 쓰는 건 아닙니다. 단지 공영방송이다 보니 한 번씩 거르는 거죠. 그러면서도 쉬워야 합니다. 초동급부도 알아듣기 쉬운 멘트를 써는 게 중요합니다.조 : 선배랑 얘기해보면 참 재밌어요. 뉴스를 코미디처럼 해도 굉장히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정담에 가까운 대담을 나누는 동안 2시간여가 흘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취재수첩을 덮고도 한동안 두 사람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 앵커는 얼마 전 개그맨 남희석 씨와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 내내 남희석 씨보다 자신이 더 많이 웃겼노라 자랑했다. 그의 말에 조 앵커는 “박 앵커는 정말 재밌고, 좋은 선배”라고 추켜세웠다. 두 앵커의 웃음이 따뜻하게 퍼진, 넉넉한 오후였다.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