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열정적인 연주로 사랑받아온 우리시대의 비르투오조,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국내에서 10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지난 11월에는 18번째 음반을 내기도 했다. 전국 투어 리사이틀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녀를 만났다.계를 무대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사라 장이 12월 11일 안산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창원, 수원, 전주, 광주, 구미, 의정부, 제주 등에서 공연을 갖는다. 지방 공연이 끝난 12월 28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다.신동,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사라 장은 그 동안 열정적이고 완벽한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10년 만의 리사이틀은 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녀는 브람스의 단악장 소나타와 소나타3번, 테오파니디스의 판타지, 프랑크의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빡빡하게 잡힌 전국 투어를 앞둔 지난 12월 7일, 신라호텔 영빈관 토파즈홀에서는 사라 장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피아노를 맡은 앤드류 폰 오이엔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앤드류는 줄리어디 음대 시절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기자 간담회에서는 또한 11월 발매한 그녀의 18번째 앨범 ‘브람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집’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졌다.“독주회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3년에 한 번 정도 했는데 미국·유럽에서만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한국에는 10년 만에 오게 됐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협연에 비해 리사이틀을 적게 한 이유는 연주 실력이 뛰어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 함께 오르는 피아니스트 앤드류는 줄리어드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이자 나와 호흡이 잘 맞는 음악가이다. 좋은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한국에 올 때마다 고향에 오는 기분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학시절 친했던 친구와 함께 연주하게 돼 더 기대된다. 전국 투어 도시 중 처음 가보는 도시가 많아 더욱 즐거운 공연이 될 것 같다.”“무엇보다 크리스마스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돼 설렌다. 26일 공연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 제주도에 있을 것 같은데 처음 가보는 도시라 기대가 된다. 밤늦게 길거리에서 떡볶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앤드류에게 이런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몇 번 실내악 연주를 한 적은 있는데 이번 레퍼토리로는 처음이다. 앤드류는 학창시절 연주를 함께 하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지내던 친구이다. 무엇보다 마음이 잘 맞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한다. 2009년 아스펜 음악페스티벌과 암스테르담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앤드류는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로 너무 재미있고 완벽한 친구다. 음악적인 교감이 잘 통하고 무대 호흡이 잘 맞는다. 같이 무대에 서려면 몇 달간 붙어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함께하기 매우 힘든 일정이다. 그런 면에서 앤드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즐거웠다. 연습 끝나고 같이 저녁식사도 하고 쇼핑을 가기도 했다. 호텔방에서 함께 TV 쇼를 볼 정도로 편안한 사이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함께하면 즐겁다. 앤드류를 만난 건 행운이다.”“보통 연주회를 하게 되면 기획사에서 곡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내가 꼭 연주하고 싶은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타나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3번을 포함시켰다. 브람스의 곡은 음악가로서 연주하기에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또 이번에 바이올린, 피아노의 소나타 레퍼토리 중 제일 사랑하는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 하게 됐다.”“벌써 20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한다. 9살에 세계무대에 데뷔한 후 늘 ‘신동’이란 말이 따라다녔다. 아직도 그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한 음반 회사(EMI)에서 함께하게 돼 감사하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그 부분은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 사실 잘 모른다. 나는 그냥 음반 회사를 믿고 따라갈 뿐이다. 앨범을 소개하자면, 지금껏 받은 CD 중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곡들이 수록 돼 있어 마음에 든다.”“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준 쿠르트 마주어 선생님으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매년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졸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너무 어려서 안 된다고 거절하셨다. 그러다 5년 전에 허락을 하셔서 정말 기뻤다.”“전국 투어 일정을 보니까 한 도시에서 하루 정도 머무는 것 같다. 일정이 바쁘지만 각 도시에서 특색 있는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도시마다 특별한 색깔이 있는 것 같다. 밖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공연장에 오는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그게 느껴진다. 이번 투어를 통해서도 각 도시의 색깔들을 경험하고 싶다.”“카네기 홀 등지에서 3년에 한 번씩 리사이틀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잘 모르겠다. 또 10년이 걸릴 지도 모르겠다.” “20년간 ‘천재’, ‘신동’ 소리를 들었다. 워낙 익숙해져서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음악가로 봐 주었으면 한다. 그 이미지가 싫어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없어지지 않더라. 그래서 포기했다(웃음). 음악가로 무대에 섰을 때 많은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이제는 신동이 아닌 음악 동료로 느꼈으면 좋겠다.”“헌정곡인 판타지는 현대음악 작곡가 테오파니디스의 협주곡이다. 원래는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테오파니디스가 직접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편곡해 주었다. 작곡가가 2악장을 쓰던 중 부인이 딸을 출산했는데 그 당시의 느낌이 곡에 잘 표현된 것 같다. 계속 전화 미팅으로 나와 교류하며 쓴 곡이라 함께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브람스의 곡으로 공연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르다. 즐거운 일정이 될 것 같다.”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 매스트 미디어 wawoo@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