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전 업무 차 중동출장을 다녀왔다. 세련미 넘치는 초고층의 현대식 마천루들이 즐비한 두바이의 화려한 야경을 보며 서울의 야경이 오버랩 됐다. 마치 장기자랑을 하듯 자기만의 개성을 뽐내는 건축물들의 경관조명을 보며 무계획성이 가져다주는 폐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화려한 도시문화의 상징인 인공조명은 인간에게 다채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다양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과학자들이 최근 연구하기 시작한 이른바 ‘빛 공해’가 바로 그것이다. 빛 공해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생물의 생체리듬을 방해할 정도의 과도한 빛의 양과 세기, 그리고 잘못된 조명 디자인이다. LED조명기술 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색상의 구현을 통해 서울 도심의 경관은 무조건 화려하고 더 밝게 빛나고 있다. 마치 건물이나 교량전체가 광고판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자기만을 봐달라는 식의 조명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이러한 현상은 도심경관조명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실내조명도 광원이 그대로 노출된 직접조명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국부조명이나 간접조명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빛의 밝기도 상대적인 개념이라 어두운 곳에서는 작은 빛으로도 밝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실내조명 디자인에 있어서 기존의 전반조명 방식을 탈피하고 기능과 장소에 맞게 조명디자인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빛 공해는 에너지 낭비일 뿐만 아니라, 생물 생태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조명 때문에 낮과 밤의 구분이 어려워져 생물의 신체 건강과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에 강한 인공 빛이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가로등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다고 한다. 밤사이 체내에서 이뤄지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빛이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빛 공해는 인간의 인체리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도시경제활동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24시간 운영되는 도심의 상권은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져야 할 휴식과 재생의 기회를 앗아간다. 야간에 이뤄지는 주유소나 스포츠시설, 간판의 지나친 눈부심은 보행자나 주행자 모두에게 시각적 교란을 주어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자연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계절과 무관하게 피는 꽃과 나무, 다량의 달걀 생산을 위해 밤낮없이 빛에 노출되는 양계 등을 돌아보면 이미 우리 주변의 자연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디자인을 미적인 요소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은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 지는 인간을 위한 것이기에 무조건 밝고 눈에 띄는 조명보다는 생명체들을 배려한 조명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빛 공해는 요즘 새로운 공해로 선정되어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빛 공해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공해 중 빛 공해는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조명 디자인이나 설치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하늘로 퍼져나가는 빛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용도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조명기구를 선택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조명디자인이 별도의 전문분야로 정착되고 있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도심경관조명에 대한 마스터플랜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삼진조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