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잡 (The Bank Job)

감독 : 로저 도날드슨 각본: 딕 클레멘트, 이안 라 프레나이스 주연 : 제이슨 스테이섬 (테리 역) 섀프론 버로즈 (마틴 역) 다니엘 메이스 (데이브 역) 스티븐 캠벨 무어 (케빈 역) 제임스 폴크너 (가이 역)년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전대미문의 은행털이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범죄스릴러 ‘뱅크잡’. 단순한 은행강도 사건이 아니라, 생전 뛰어난 미모와 연애행각으로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 등 영국 왕실의 스캔들 메이커였던 마가렛 공주의 섹스 스캔들을 사건의 주 소재로 삼았다. 황실을 보호하기 위한 영국 정보국 MI5가 배후 조종한 은행털이범들과 부패한 런던경찰, 그리고 악덕 포주까지 묘하게 얽혀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전개된다. 오늘은 그 중 한가지 복합협상전술을 알아보자.런던 뒷골목에서 허름한 중고자동차 판매상을 운영하는 테리(제이슨 스테이섬 분). 차도 안 팔리는 데다 밀린 돈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협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정말 죽을 맛이다. 이때 오랜 동안 별 소식 없다 불현듯 나타난 미모의 옛 애인 마틴(섀프론 버로즈 분). 그리고 그녀가 제안한 것은 뜻밖에도 로이드 은행의 비밀금고를 테리의 친구들과 힘을 합쳐 털자는 게 아닌가…은행강도란 얘기에 화들짝 놀라는 테리. 테리나 그 친구들이라 해 봤자 기껏해야 잡범 정도 경력에 불과한데 은행강도라니 가당치 않다고 펄쩍 뛴다. 그러나 마틴의 집요하고 달콤한 유혹은 계속된다.테리는 공범이 될 친구들을 끌어들이려 꼬신다. 은행을 같이 털 친구들이란 게 3류 포르노 배우인 ‘데이브’, 무명사진작가 ‘케빈’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은 은행강도 할만한 재목도 아니라며 테리의 제안을 거절한다.테리의 마지막 말에 데이브도 케빈도 이판사판 이젠 한번 해 보자고 마음을 정한다.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저울을 하나씩 갖고 있다. 한쪽에는 내가 얻게 될 이익을 올려 놓고 그 다른 편에는 그 이익을 얻기 위해 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나 대가, 혹은 감수해야 할 위험 등을 올려 놓게 된다. 그래서 내가 투입해야 할 비용(Cost) 대비 얻게 될 이익(Profit)이 크다고 판단이 서야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마 협상이란 바로 이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 앉아 있는 저울의 눈금을 움직이는 기술일 것이다.문제는,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실제 그대로의 조건만으로는 상대의 저울질 결과, 투입 비용대비 실현 이익이 미미하다거나, 혹은 이러 저런 위험요소가 부담이 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즉, 상대의 저울 눈금을 매력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실질적인 덤을 오려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그렇다면 더 이상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과연 나는 상대의 저울에 올려진 비용과 수익의 무게를 정확히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저울에 놓여진 비용과 수익의 무게를 추가 양보 제공 없이 적절하게 조종할 수는 없을까 란 고민을 해 볼 수 있다.답은 ‘가능하다’ 이다. 그리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본문의 마틴과 테리의 대사 ①,③,④ 처럼, 우선 상대의 기대이익(Expectation Profit or Gain)을 확대 재해석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상대로 하여금 기존에 이해하고 있는 금전적 수익(Fiscal Profit)등의 ‘일차적 이익(Primary Gain)’ 외에도, ‘거대시장 진입,’ ‘거래선 세계화’, ‘선진기술 무상공유,’ ‘기업브랜드 인지도 획기적 개선’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뜻밖의 기회(Unexpected Opportunity)’로 인식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부차적 이익과 혜택(Secondary Gains & Benefits)’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아울러, 본문 마틴의 대사 ②처럼 상대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나 감수해야 할 위험 수위가 상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다하거나 신경 쓸 정도가 아니란 논리를 곁들여서 제시하면 상대는 일단 ‘심리적 안도감(Psychological Relief)’을 느끼며 거래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지게 된다.이처럼, ‘부차적 이익(Secondary Gains and Benefits)’ 부각 협상전술과 투입 비용(Input Cost) 평가절하(Depreciation)와 내재 위험(Intrinsic Risk) 희석(Dilution) 전략은 궁합이 절묘하다.즉, 내가 제시한 조건이 상대가 계산하는 비용이나 위험감수의 총량에 대비, 더 많은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상대의 관점(Perspec- tive)과 평가의 기준(Criteria)을 재정립(Reframing)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바탕으로 한 협상전술인 것이다. 즉, 당신의 제안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아니 놓치면 후회할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으로 인식시켜 주는 협상전략이다.실제로 이러한 ‘부차적 이익’을 절묘하게 제시하여, 실제적인 추가비용이나 양보의 부담 없이 괄목할 만한 협상성과를 올린 굵직굵직 사례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의외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90년대 말 GM의 대우자동차 인수협상에서는, M&A 협상의 실질적 주 협상사안이었어야 할 공정한 자산가치를 근거로 한 적정한 인수가격과 제반 조건 협의는, IMF 경제 위기와 정부의 ‘빅딜 정책’의 그리고 당시 우리나라의 미흡한 ‘국제협상역량’의 악운의 三合(삼합) 상황을 정확히 간파한 GM과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음지에서 적극적인 힘받이를 해 주는 미국의 각종 평가기관,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 상황에서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서 벼르고 있던 대형 투자기관들의 철두철미한 기만 협상전략에 말려, 엉뚱하게도 정부의 ‘빅딜정책’의 가시적 성과, 대한민국 정부의 대기업 자체 구조조정 정책의 대외 과시, 국가경제 안정이란 한 발 비껴난 협상사안들과 맞물려 ‘돈 놓고 돈 먹기’란 극히 단순한 M&A협상의 본질은 사라지고 60억 달러 자산가치를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불과 4억 달러에 팔려 나가는 결코 웃고 넘기지 못할 재난을 기록하게 된다.대우자동차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본 협상전략은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가 이용하여 효과를 본 경우보다, 우리가 속수무책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었던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그 피해규모도 컸던 것으로 안다.이러한 국제 협상에서의 일면 수치스런 피해 사례의 이유를 더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면과 위신, 그리고 대외명분 중시 때문이라고 핑계 아닌 핑계로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제 협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업인이건 공무원이건 외교관이건 간에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내고 성장시켜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