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감독 : 대니 보일 각본: 사이몬 뷰포이 주연 : 데브 파텔 (자말 말릭 역) 이판 칸 (취조 수사관 역) 아닐 카푸어 (퀴즈쇼 진행자, 프렘 쿠마 역) 마더허 미탈 (자말의 형, 살림 역) 프리다 핀토 (라티카 역)분간 차별이 엄격한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서 최하층 극빈자이자 천애고아로서 지금껏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고 자란 18세 소년 ‘자말 말릭’(데브 파텔 분).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는 “누가 백만 장자가 되고 싶은가”란 인도 최고 퀴즈쇼에 참가하여 파란을 일으킨다. 일자무식의 빈민가 소년이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쟁쟁한 엘리트들도 실패한 최종 라운드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 방송을 지켜 본 뭄바이뿐 아니라 인도 전역은 과연 이 소년이 최종 문제까지 맞추고 2000만 루피의 상금을 받을 것인가로 들끓게 된다.예선 최종 문제가 주어진다.이제 정말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 고민하는 자말. 그 순간 광고 시간임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린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 온 사회자 프렘, 자말 역시 화장실 안에 있는 걸 알고)사회자 프렘: (소변을 보며 자말에게 말을 건넨다) 빈민가 출신이 하룻밤 새 백만장자가 됐군. 과거엔 누가 그랬는지 아나? 바로 나야.(감회에 사로 잡히며) 그 기분을 잘 알지. 심정이 어떨지 이해해.자말: 전 백만장자가 될 수 없어요. 답을 몰라요.사회자 프렘: 그래 놓고 아까 맞췄잖아.자말: 아뇨, 이번엔 정말 달라요.사회자 프렘: 상금도 찢은 마당에 도망갈 순 없잖아.(거울이 김이 서리도록 뜨거운 물에 손을 씻으며) 역사를 만들어 봐.자말: 달리 방법이 없겠죠.사회자 프렘: 그게 운명인지도 몰라. (의미 심장하게)난 왠지 자네가 또 맞출 것 같은데. 날 믿어, 자말. 또 맞출 테니까.(프렘이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자말도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으러 거울 앞으로 다가선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며 손을 다 씻고 뒤돌아 서려는 순간 김 서린 거울에 손 가락으로 쓰여진 글씨가 눈에 띈다. ‘B’. 1000만 루피가 걸린 문제의 답은 B라고 알려 준 것이다. 빈민가 출신 고아로선 꿈에도 꿀 수 없는 거액. 한 마디로 인생역전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엄청난 상금을 안겨줄 답이 바로 B라고 말이다. 스탠바이 20초 전. 예비조명만 켜진 어둑어둑한 스튜디오에 먼저 들어와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프렘이 조금 있다 뒤 따라 들어와 자리에 앉는 자말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사회자 프렘: 그대로만 하면 앞으로 3분만 지나면 너도 나처럼 유명해 질 거야. 나만큼 부자가 되고, 거의 비슷하게. 쓰레기에서 귀족으로.(결정적인 정답을 알려준 프렘. 그러나 프렘의 호의가 석연치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요란한 시그널 음악과 관객의 환호 속에 다시 방송은 시작되고, 자말은 과연 프렘이 알려 준 B를 선택할 것인가?)신분계층의 구분이 엄격하며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환경이 태생적으로 운명 지어지는 인도에서 프렘 자신도 자말과 마찬가지로 뭄바이 외곽 쓰레기장을 뒹굴던 최하층 빈민가 출신(Slumdog)이었으며, 자신 역시 퀴즈쇼에서 우승하면서 기적적으로 인생역전했던 당사자란 사실은 자말에게 감성적으로나 강한 연대감을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프렘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뿐 아니라,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자말은 프렘에게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협상분야의 거두인 영국의 래캠 (Rackham)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협상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공감대 형성 역량이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보다 실제 협상에서 4배나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강력한 공감대 수립에 애쓴 반면, 못하는 사람일수록 공감대 수립은 무시하고 곧장 협상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협상 초기에 상대와 강한 공감대, 동질감, 유대를 형성하라. 협상은 이전과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강한 유대감과 공감대를 느끼는 상대는 태도의 변화를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우선 이전의 공격적, 비협력적, 배타적 태도에서 우호적, 협력적, 옹호적 태도와 입장으로 변화를 보이게 되어 대결적(Confron tational) 협상이 아닌 협력적(Collaborating) 협상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또한, 이제껏 상호 주고 받는 정보가 제한적, 선별적, 기만적이고 사전 검열된 정보였다면, 이제부터는 상대에게 왜곡하거나 축소 과장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심리적인 압박 혹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더 이상 적대시 해야 할 적이나 남이 아니기에, 오히려 모르면 가르쳐 주고, 실수 하면 고쳐 주고, 미숙하면 배려하고 챙겨주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즉, 도와 주진 못할 망정 해꼬지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심리적 위축을 느끼게 돼, 최소한 지나치게 압박하거나, 기만하는 등의 비윤리적인(Unethical) 협상 전략 구사는 스스로 자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정리하자면, 협상 초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긴장(Tension)과 불안(Anxiety) 그리고 상대 측에 대한 불신(Distrust), 즉, ‘TAND’상황을 ‘REXT’상황으로 바꾸어 부정적인 적(Negative Enemy)이 아닌 긍정적인 협력자(Positive Partner) 관계를 수립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공감대 형성이다. 간단히 도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그러나 이러한 공감대가 초기에 적절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 충돌이 과도하게 혹은 빈번하게 발생하여,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신감과 적대감 팽배로 인해 적정한 합의에 도달하기가 어려워 지고, 결국 시간, 비용, 그리고 기회의 손실을 초래해 진정한 효율적(efficient) Win-win협상을 저해 하게 된다.또한, 과도한 비용·손실 발생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 하게 되고, 결국 건전한 관계 수립 및 증진(Development and growth of sound relationship)을 해쳐, 자칫 추후 협상 초기부터 난항을 거듭하게 할 수도 있으니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되는 부분이다.사회자가 가르쳐준 정답 B를 고민하는 자말. 그토록 믿었던 친형 살림마저도 자신을 속이고 버렸던 때문일까, 아니면, 결코 타인을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을 너무도 뼈 저리게 새길 수 밖에 없었던 그가 살아 온 그 험악한 인생 때문이었을까? 자말은 정답 D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자말을 탈락시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겼으나 결국 실패한 사회자 프렘 쿠마의 두 눈이 카메라의 렌즈를 피해 이글거린다.애초 일자무식 빈민가 고아 소년이 그 어려운 문제들의 답을 정확히 댈 수 있다는 것은 사기라고 단정짓는, 아니 어쩌면 사기라고 믿고 싶어하는 퀴즈쇼 진행자 프렘 쿠마. 최고 인기 퀴즈쇼 진행자로서 만끽했던 자신의 인기와 위상이, 보잘 것 없는 한 빈민가 고아 녀석에게 하룻밤 새 빼앗겨 버렸다는 상실감은 그로 하여금 사악한 흉계를 꾸미게 만든다.즉 다음날 최종 문제 방송을 앞두고 방송국을 나서는 자말을 영장도 없이 경찰에게 넘겨 조직적 사기행각임을 자백하도록, 그래서 이 퀴즈쇼의 주인공은 여전히 자말이 아니라 프렘 쿠마임을 확실히 보여 주려는 속셈이었다.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 온 자말은 밤새 갖은 구타와 전기고문까지 당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굽히지 않는다. 아침이 되자 본격적인 취조를 위해 이판 형사 (이판 콴 분)가 등장하고, 사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 모든 답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느냐에 대한 심문이 시작된다. 영화는 한 문제 한 문제마다, 어젯밤의 퀴즈쇼 진행장면과 그 문제들의 답을 알 수밖에 없었던 자말과 그의 형 살림(마다하 미탈 분) 그리고 그가 이 퀴즈쇼에 나와야만 하게 만든 연인 라티카(프리다 핀토 분) 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 현재까지의 가슴 쓰리고 참혹했던 삶의 얘기 속 실마리들을 절묘하게 매칭시키며 진행된다.형사 이판: 재밌어. 돈엔 관심이 없어 보이거든. 100달러에 얽힌 얘기를 해봐.자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이판 형사. 동시에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이제껏 살아남은 자말에 대한 연민의 감정 역시 떨칠 수가 없다. 모든 얘기를 다 듣고 나서,형사 이판: 말릭씨, 당신은 거짓말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지나치게 솔직하시군요. 끝났습니다. 가보시죠흔히들 협상은 대단히 이성적(Rational), 객관적(Objective), 사실적(Factual)이며 논리적(Logical)이기에 비이성적인 감정이 협상 과정과 결과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협상에서의 감정(Emotion)적 협상전략에 대해 다소 무관심하거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협상도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은 이성적인 것만큼 감정적인 존재란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헨드슨 박사는 “협상 상대의 가슴 속에 숨겨진 열정, 가치관 혹은 개인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에 적절히 호소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을 정도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감정은 협상에서 또 하나의 파워(Power)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Emotion is a power source when it can be effectively used to win over the other party’s heart by appealing to her passions, values, or personal sense of what is right, fair and just.)상대의 눈물샘을 자극하라. 누구나 살아 오면서 가슴 아픈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생하시던 부모님,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고 깨져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쓰라린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 사업초기 자금난으로 속이 까맣게 타든 시절 고생하던 가족과 직원들의 기억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바로 그런 아득히 잊고 있던 가슴 쓰린 기억들을 일깨워 불현듯 가슴이 쓰려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하든가, 아니면 일방적이고 가혹한 규정과 부당하고 불의한 처사에 맥없이 당하고 상처받게 될 당신을 모른 체 외면해선 안 된다는 의협심을 불러 일으켜, 당신을 두둔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자극점(Psychological stimuli)을 직간접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그리고 그 목표대상은 가능한 상대 측의 최고 결정권자, 혹은 적어도 측근 실세여야만 제대로 된 실효를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최근 동향이나 개인사를 사전에 꼼꼼히 챙겨보는 걸 귀찮아 하지 않기 바란다.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