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위주의 보합세’

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재건축아파트 급등’, ‘지역 차별화’, ‘전세가격의 상승세 지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초부터 최저 수준의 저금리기조가 유지되면서 촉발되었다. 예금금리 매력은 사라지고, 800조가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때맞춰 정부는 부동산·건설정책의 규제 완화, 조세감면 정책, 재건축 용적률 상향 등 각종 호재를 내놓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한강공공성 회복선언’을 통해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가격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참여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수도권지역의 신도시건설을 위한 신규택지지구 지정은 많았지만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사업과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는 도심재건사업이 주요 핵심과제가 되면서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가중되었다. 특히 신규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강남권 주택문제의 해결 열쇠는 재건축사업에 있었다. 불균형한 수요·공급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전세가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올 들어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세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전세가격의 상승은 매매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이 높아질수록 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주택구매력지수’는 높아지게 된다. 또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민간건설사의 주택공급이 크게 위축되면서 주택건설실적은 최근 10년간 최저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현시점의 주택시장은 뚜렷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내 DTI규제 이후 다소 거래가 위축되고 매매가격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연초 대비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어찌 보면 ‘하락장세’라기보다는 ‘조정장세’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바라볼 때, 몇 가지 주안점을 두어야할 사항들이 있는데, 우선적으로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올해 2월 2%로 최저 금리를 나타낸 이후 10월까지 동결된 상태이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기 전에 금리인상 가능성은 다분히 있고, 또한 시중은행들이 담보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CD91일물금리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담보대출금리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거래시장은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둘째, 정부의 주택공급 실효성이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전역의 광범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은 그동안 주택공급을 민간 주도형 주택건설에서 정부 주도형 공공주택건설이 이루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방식의 공급은 분양가격을 주변시세 대비 60~70%대로 크게 떨어뜨려 일반서민들이 굳이 높은 분양가의 일반청약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지 않으려 할 것이다.셋째, 수도권 내 DTI규제는 가파른 전세가격 상승과 저금리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고자 했던 일반서민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충격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10월1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DTI규제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를 현재보다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마지막으로 2010년에 1세대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증가할 전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상 ‘1세대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조치’는 2010년 말까지 일몰규정을 두고 있다. 기존의 1세대 2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 50%, 1세대 3주택자 이상자의 경우 양도차익의 60% 단일과세를 현재 일반탄력세율(6~35%)로 과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과중한 양도소득세로 인해 처분하지 못했던 다주택자들이 금년 4/4분기에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매물의 증가로 인해 ‘주택가격의 조정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금년 4/4분기~내년 1/4분기까지 주택가격의 상승세를 다소 약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정부가 제2금융권에 대한 DTI 규제 카드가지 꺼낸 이유는 좀처럼 줄지 않는 담보대출 규모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정부가 조금씩 규제강도를 높일 때마다 시장상승에 대한 믿음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일반투자자들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주택시장에 대해 정확한 시장판단이 어렵다는 사실이다.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무게를 실었지만 언제 다시 시장침체가 올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기 때문인데, 이는 자연스레 ‘투자관망’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부동산투자는 주식투자에 비해 투자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현금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자칫 무리한 대출은 재무적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맞물려 국정방향과 지방자치단체의 주택정책이 명확히 제기될 때까지는 가격변동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당분간 투자수요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IBK기업은행 PB고객부 김일수 부동산팀장(wmpr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