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업종 대표주…CJ제일제당

을 주식 시장에서 음식료주가 주목받고 있다.원가부담과 경기회복 부진 탓에 철저하게 소외됐던 음식료주에 햇살이 비치고 있는 것. 음식료주는 환율하락과 원재료 가격의 안정화, 저평가 매력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연말 대표적인 유망주로 부상 중이다.올 들어 9월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49% 급반등하는 동안 유가증권 시장의 음식료 업종지수는 고작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주요 수출주들이 승승장구한 것과 반대로 음식료주는 묵묵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하지만 3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초 달러당 1500원에 육박했던 환율이 지난 9월 말 이후 1100원대로 진입하자 대표적인 환율하락 수혜주인 음식료주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원재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음식료 회사는 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원가부담이 줄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특히 음식료업종 대표주인 CJ제일제당은 9월에만 주가가 24% 급등해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며 기대주로 급부상 중이다. 2008년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의 연간 원재료 수입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원가부담이 연간 1000억 원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이다.음식료주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맥 대두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은 2007년 이후 초강세를 보였다가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원맥의 경우 지난 2008년 3월 부셸(bushel)당 10달러를 돌파했지만 점진적인 하향세로 접어들어 올해 9월 말까지 고점 대비 58% 하락했다. 대두 역시 지난해 6월 부셸당 15달러를 상회한 이후 올해 3분기 말까지 40%가량 떨어졌다. 옥수수도 작년 최고치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원재료가 실제 상품에 투입되기까지 약 6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 인하 효과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탕의 경우 지난 8월 제품가격을 8. 9% 인상한 데 이어 국제 원당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가격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강희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음식료 업체들은 경기부진으로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까지 급등했던 곡물가격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탓에 이익이 급락했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익성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내년까지 실적호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소재식품은 생활필수품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라며 “CJ제일제당은 국내 소재식품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조절이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작년 원료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감안해 일부 제품가격을 인상해둔 데다 올 들어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은 덕분에 앞으로 외형과 이익 증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최근 CJ제일제당이 증권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이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다. 현재 이 회사는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3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식품 조미소재인 핵산과 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을 생산 중이다. 창립 60주년을 맞는 2013년까지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비로 총 6000억 원을 투입해 CJ제일제당을 단순히 밀가루와 설탕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그린 바이오 업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지난 9월 중국 현지법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2013년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 글로벌 청사진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가전에서 세계 선두권인 동시에 소재·원료인 반도체 메모리에서 세계 1위이듯 CJ제일제당도 식품사업과 함께 소재·원료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바이오 사업은 CJ제일제당의 ‘캐시 카우’로 거듭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해 1조 원으로 예상되는 바이오 부문 매출을 4년 후에는 두 배인 2조 원으로 키우고 영업이익의 40%인 4000억 원을 이 부문에서 거둔다는 목표다. 바이오 매출은 작년에 7211억 원을 기록해 2007년에 비해 72% 뛰어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핵산의 경우 세계시장의 38%를 점유해 일본 아지노모도(31%)를 제치고 이미 1위에 올라섰고 라이신은 20%대 초반의 점유율로 중국 GBT와 함께 2위 그룹에 포함돼 있다. 바이오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철하 부사장은 “바이오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원료 및 균주 경쟁력과 생산성에서 이미 아지노모도를 앞서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CJ제일제당은 전 세계 시장규모가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 아미노산 소재인 메치오닌을 석유가 아닌 원당이나 포도당을 원료로 발효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첫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연말에는 사료용 항생제 대체제도 세계 최초로 내놓을 예정이다.이 회사는 줄기세포 치료제 부문에도 진출해 있다. CJ제일제당이 250만 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기업인 ‘뉴랄스템’이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임상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관련 치료제가 신약개발로 이어질 경우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독점 사업이 가능해진다.CJ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지분 약 96만주(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동양생명이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상장되면서 삼성생명 지분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가치를 약 4230억 원으로, 이트레이드증권은 3676억 원으로 각각 추정해놓고 있다.주요 증권사들은 음식료 사업의 이익개선과 바이오 부문의 성장 가능성, 삼성생명 지분가치 상승 등을 종합해 CJ제일제당의 목표가를 잇따라 상향조정 중이다. 20만 원대 초반이었던 목표가격은 10월 이후 25만 원(우리투자증권)∼28만 원(하나대투증권) 등 20만 원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미래에셋 우리투자 하나대투 한국투자 한화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음식료 업종 내 최선호주(top pick)로 CJ제일제당을 추천하고 있다. 9월 말 주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수준으로 업종 평균(12.5배)보다 낮아 추가상승이 가능하다는 평가다.다만 내년까지 주가흐름은 우상향이 기대되지만 일부 위험요인은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곡물 재고 증가로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긴 했지만 국제 투기세력이 가세할 경우 지난 2007∼2008년과 같은 급등세를 다시 연출할 수 있어서다. 또 글로벌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고 주요 업체 간 경쟁심화로 판매관리비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이익개선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은 향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김윤오 연구원은 “음식료주는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곡물 수입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하는 태생적 위험을 안고 있다”며 “환율과 곡물가격의 방향성을 염두에 둔 투자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환율인상과 국제 상품가격의 인상이 가장 큰 리스크지만 두 변수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