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3개월 미만의 짧은 시간 단위로 시장을 예측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여지들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작년 10월 이후 기저효과 때문에 4분기부터는 모든 경제지표와 주가가 전년 동기 대비 과열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점이다. 4분기 지표 자체로만 놓고 보면 좋지만 문제는 추가적인 개선이 여기서부터 얼마나 될 것이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금융위기 직후에 나온 각국 정부의 여러 가지 대책들, 예를 들면 대출 만기 연장이라든가 주택구입자에 대한 혜택 중 시효가 끝나는 것들이 제법 있다. 정책효과 소멸 이후 그 빈자리를 민간 부문에서 얼마만큼 채워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실적이나 경기지표들에 대한 눈높이가 2분기와 3분기를 지나면서 상당히 높아졌다. 기대보다 좋아서 주는 기쁨보다는 기대를 밑도는 지표들에 대한 실망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고점을 지났다고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의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이슈들이 나오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4분기 이익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정을 받더라도 그 폭은 별로 크지 않을 것 같다. 중기적인 상승 추세는 이어 갈 것이다.”“외국인들이 8~9월에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건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이벤트적인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코리아’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금리가 낮기 때문에 싼 이자에 달러 자금을 조달해 신흥시장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와도 연관이 있다. 신흥시장 중에서 성장 속도와 폭에 있어서 한국시장은 제법 매력적이고 밸류에이션도 괜찮다. 바이코리아가 갑자기 중단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연초부터 글로벌 MMF펀드의 총 자산 중 11%가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액으로는 3조 달러 내외 규모다. 현재까지는 외국인들의 위험선호 증가 추세와 MMF에서의 자금이탈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설정돼 있는 한국관련 투자 펀드들에 5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유한 한국 시장의 매력이 관건이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국가 중 PBR(주가순자산배율)가 끝에서 3번째로 낮다. 반면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다섯 번째로 좋은 수준이다. 국가별 상대 비교를 통해 봤을 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0년도 이후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한 건 2006년 초부터다. 업종별로 순매수복구율(외국인 가장 많이 샀을 때 대비 현재 매수 비중)을 조사해봤더니 건설업종이 50% 정도 나왔을 뿐 대부분 업종이 절반에 못 미쳤다. IT 자동차 주식 많이 샀다고 하지만 복구율이 40% 정도밖에 안 된다.”“기관들의 매도는 개인들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자금 흐름을 감안할 때 기관의 매수 여력은 제한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지만 그 규모가 펀드 이탈 자금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펀드 이탈은 본전 실현에 대한 욕구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바가 있지만 중기적으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이 시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기본적으로 최근의 달러 약세는 앞서 언급한 ‘달러캐리 트레이드’와 맞물려 있다. ‘달러캐리 트레이드’로 각국 외환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나 글로벌 경기회복에 악재가 부각돼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기피도가 증가하면 달러가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중요 변수가 될 것 같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 매력이 떨어지고, 수출기업 경쟁력이 약화돼서 외국인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중기적으로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를 회고해 볼 때 가장 적중한 건 글로벌 기업 질서의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 요인인지, 꾸준한 마케팅의 효과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서 검증해 봐야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판이 바뀌는 수혜를 온전하게 누렸다. 따라서 대형주 위주의 강세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최근 분석해 보니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해외 경쟁업체보다 투자 여력이 훨씬 높다.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상당히 낮춰놨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한국 기업의 선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국내 각 업종 대표주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기본적으로 중장기 추세 상승선에 있고, 한국기업의 질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이 증시 상승의 주동력이다. 환율 때문에 수출주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IT 자동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환율 하락 위험을 헤지하는 측면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나 금융주 등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음식료 관련 종목은 CJ제일제당이 환율 하락 수혜를 많이 볼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지분 보유 이슈도 있고 해서 괜찮게 본다. 은행주 중에서는 금리상승 등을 감안할 때 KB금융지주 신한지주 모두 괜찮을 것 같다.”“개인적으로 경제지표 중에서는 주요 국가의 전력 생산량을 본다. 통계적으로 가장 빨리 나올 뿐 아니라 산업생산의 수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시중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대출강화지수’를 본다. 돈을 빌려줄 때 얼마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나를 나타내는 지표다.”“이번 금융위기 상황에서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각국 정부들이 굉장히 빠르게 동시다발적으로 대처를 한 것이다. IT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류나 액션의 교감이 없었으면 힘들었다. 기업들의 이익이 추가적으로 망가지지 않고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재고조정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재고 소진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반기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덜 빠진 측면도 있지만 ‘저스트 인 타임 매니지먼트’ 기술이 상당히 향상됐다. 자기치유적인 방향으로 기업들의 활동이나 산업 활동이 현재까지 되고 있다. 더블딥을 우려하는 상당히 타당성 있는 견해들은 어느 시점에서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금리도 올라갈 수 있고, 출구전략도 언젠가는 시행될 텐데 어느 정도까지 감내력이 있겠느냐는 데 대한 의구심이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돈을 살포한 후유증이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어느 순간에 나타날지는 사실 예단하기 어렵다.”“금리의 변화 자체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어느 수준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금 기준금리가 2.75%에서 3.25% 정도로 움직인다고 했을 때 투자의 기회비용 측면에서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금리가 아주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한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중국을 중심으로 해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고 성장세도 높다는데 의구심이 없다.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도 향후 성장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면 한국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분산 투자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 경제는 한국을 위시한 신흥 국가들과의 기업 전쟁에서 상당히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 투자의 기본이 분산투자다. 자산 간의 분산투자도 있지만, 투자시장 간의 분산투자도 있다.”“신흥시장 중에서는 브라질과 중국이 가장 괜찮을 것 같다. 브라질은 이번에 올림픽 유치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원 위주의 경제에서 제조업 위주의 경제로 전환이 상당히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투자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그동안은 ‘페트로 브라스’라는 석유회사와 ‘발레’라는 철광석 회사 외에 투자할 회사가 별로 없었다. 투자 대상이 다변화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크게 성장하면서 자원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고, 브라질은 성장하면서 자원을 보유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 투자하는 게 인플레이션이 헤지되는 측면도 있다.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서울대 화학과LG화학 기술연구원신영증권글 김동윤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oasis93@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