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분위기 속에 보이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년 전만해도 보이차 투자기금이 설립되고, 투기꾼이 성행하는 등 보이차 투자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거품이 빠지고, 다양한 곳에서 ‘명품 보이차 즐기기’ 등의 강좌가 마련되는 등 차 그 자체를 즐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돈을 쫓아 차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맛이 좋고, 향이 좋아 보이차를 수집해 온 사람들 중에는 경제적인 즐거움을 얻은 이들이 종종 있다. 10여년 전 다도의 매력에 빠져 중국차, 일본차 등 다양한 차를 즐겨왔다는 이정혜 씨(62세, 가명) 역시 경제적 투자 가치가 아닌 즐기는 차원에서 차를 구입한 이다.“5년 전에 한 편에 330g짜리 보이차를 일곱 편 구입했어요. 오랫동안 믿고 지내던 차 전문가의 권유로 당시 3000만 원을 주고 샀는데, 지금 시세로 한 편에 3000만 원이라고 해요. 좋아하는 취미를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좀 그렇지만 7배가량 오른 셈이죠.”당시 비싼 가격에 망설이긴 했지만 워낙 차를 좋아하는 터라, 또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차를 구입했다는 이 씨. 5편은 가족들과 함께 마시고, 2편 정도 남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 차를 평생 다시는 먹어볼 수 없을 거 같단다.“차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좋은 차를 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차를 내다 팔면 돈은 벌겠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 동안 가족들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건강도 좋아졌고, 또 즐겁게 마셔온 생각을 하면 기분이 참 좋을 뿐이죠.”5년 전에 이 씨가 구입했던 차는 약 80년 된 강성호(보이차 상표)다. 강성호 외에도 보이차의 가격은 현재 죽죽 상승하는 중이다. 1960년대에 운남성의 차 공장인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진 남인 보이차는 한 편에 330g짜리 차가 총 일곱 편에 1500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한 편에 1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이렇게 보이차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특히 상류층 사이에서 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한국 등 동양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차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차가 주는 효과를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점점 더 좋은 차를 찾게 된 것.이런 효능과 함께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차의 특성상 중국에도 보이차가 동이 나면서 오래된 노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느는 것도 이 현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다 보니 오래 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입한 이들 중에서는 되파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이를 통한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주의할 것은 몸에 좋다고 해서, 투자 목적으로 무턱대고 차를 구입하는 일이다.“투자 가치가 있다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발효가 되지 않은 생차를 구입한 뒤 집에서 발효시켜 팔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래되면 값이 오르니까 항아리에 담아두는 거죠. 하지만 차가 제대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분이 증발하지 않고, 차 맛의 깊이가 없죠. 보이차는 지역 특산품인데, 어찌 한국에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저 역시 생차를 구입해 10여 년 관찰하며 직접 공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게 되면 물론 차에 변화는 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묵혀지는 것이지 발효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정혜씨의 충고다.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속성 발효차다. 이 차는 인위적으로 물을 뿌려서 발효를 시키는 것인데, 이 역시 제대로 된 보이차가 아니다. 진정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만든 좋은 차를 마셔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차를 즐기면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싶다면 20년 이상 자연 발효차를 구입하세요. 이런 차들은 맛과 향이 자연스럽습니다. 지푸라기 냄새가 강한 차는 피하는 것이 좋죠.”또한 차엽도 제대로 살펴봐야 하는데 차엽이 찢어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는 차가 좋은 차다. 중국 여행을 가서 무분별하게 차나 다구를 사오는 일도 피해야 한다.“차를 구입할 때 돈을 생각하면서 투자를 하면 안 됩니다. 본인이 직접 마셔보고, 맛과 향과 몸의 변화를 느껴보고, 그 가치를 알아야 제대로 된 차를 살 수 있거든요. 한두 번이 아니라 오래 마셔본 사람만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답니다. 남이 아무리 좋다 한들 뭐하겠어요. 몸에 좋다는 걸 본인 스스로 느끼고, 또 자신의 몸에 맞는 차를 구해야 하는 거죠. 차는 이론보다 실지로 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안목이 생기고 투자 역시 할 수 있는 겁니다.”차를 살 때는 그 가게에 곳에 차 전문가가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주인이 차에 대한 공부가 된 상태인지, 직접 그 차를 마셔보고 알고 있는지 살펴 봐야 하는 것. 차를 사는 것 자체가 공부로 사기 전 주인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차를 구입해야 한다.내가 마시려고 사뒀는데 오르면 기분이 좋고, 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차다. 10만 원을 주고 샀는데, 1만 원이 됐다고 해서 기분이 나빠진다거나, 귀하게 구했는데 마시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고 쟁여두었다가는 약이 아닌 화가 될 뿐이다.차와 더불어 요즘 컬렉터들이 생기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다기 역시 마찬가지다. 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문화재급 작가들이 만든 다구가 인기를 끌면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 이 역시 본인이 좋아서 모양대로 모아두고, 보는 즐거움과 사용하는 즐거움을 얻어야 하지, 돈을 생각하고 모아두어서는 제대로 즐길 수도 없고, 물건을 구입할 때 욕심과 사심이 배어 좋은 물건을 얻기도 어렵다.마지막으로 이 씨는 “보이차로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좋아서 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형성된 경우입니다. 차는 기다림이 있고,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는 대상입니다. 투자를 목적으로 사재기를 하다가는 제대로 즐길 수 없어요”라고 차 투자에서 주의할 것을 당부하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