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살 때가 맞긴 맞는 것 같아요. 영국 금융시장에 있는 지인이 그동안 컬렉션한 와인을 사달라는 요청을 해온 걸 보면요. 다른 나라에서도 와인이 조금씩 나오는데, 역으로 이런 시기가 와인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거죠.”‘올 댓 와인’의 저자이자 와인 경매사로 유명한 조정용 비노킴즈 고문의 말이다. 그동안 침체됐던 와인시장에 대해 그는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와인 시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게 사실이다. 2008~2009년 와인 수입액을 보면 2009년 상반기 수입액은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줄었다.최근의 환율 안정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악화일로를 걷던 와인 시장에 봄볕 같은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와인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데다, 계절적으로 와인 성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와인 업계에서는 저가 제품 위주로 소비가 살아난 후 중고가 와인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와인 시장이 살아나면서 와인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현재 와인 투자를 고심하는 애호가라면 우선 와인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와인의 가치는 브랜드와 수확연도, 와인의 상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프랑스 와인은 세계 투자용 와인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다. 프랑스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위상을 얻게 된 데는 희소성에 기인한 바도 크다.경제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의 원칙은 와인에도 그래도 적용된다. 귀한 만큼 값진 대접을 받는 것이다. 특히 투자등급 와인에게는 숙성력 다음으로 희소성이 중요하다. 코카콜라처럼 대량 생산되는 와인은 투자 목적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한정된 수량이 시장에 나와야 그 값을 유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값이 오르기도 한다.“와인이 실물 투자의 대상으로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와인에 투자를 하려면 한계가 있어요. 당장 와인을 수입할 때 붙는 무거운 세금을 감당해야 하거든요.”조 고문의 말이 아니라도 국내 와인 시장은 투자처로 보기에 시장 규모도 작고, 제재도 많다. 국내 와인 투자의 역사는 고작해야 20여 년. 1987년 와인 수입이 허용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와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다. 특히 2007년 2월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1945 빈티지 한 병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31만700달러(2억8800여만 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와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었다.이후 와인 컬렉션이 애호가들의 사이에 붐처럼 일었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5년 전 경매에서 1병에 400만 원에도 잘 팔리지 않던 로마네 콘티가 몇 년 사이 1500만 원 뛰었다. 그나마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워커힐 경매에서 580만 원에 팔린 라뚜르 61년산도 현재 가격은 1500만 원 수준이다.그러나 국내 와인 투자가 프랑스를 위시한 와인 선진국의 수준으로 시장이 확대되기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68%에 달하는 세금이 문제다. 해외에서 국내에 와인을 들여오려면 와인 가격과 운임, 보험료를 모두 더한 금액의 6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도매상, 소매상의 마진을 붙으면 얼추 현지 가격의 2배가 된다. 외국에 출장을 가서 몰래 들여오지 않는 한 처음부터 2배의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와인 업계 종사자들은 세금만 줄여도 와인 투자가 지금보다는 훨씬 살아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가까운 일본과 홍콩만 해도 투자 환경이 좋다. 일본은 종량제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덜하고, 홍콩은 최근 아예 세금을 아예 없앴다. 와인이 면세 대상이 되자 홍콩항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와인 창고가 들어서고 있다. 홍콩의 와인 애호가들이 그동안 해외에 사뒀던 와인을 들여오기 시작한 것이다.홍콩 와인 경매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실시된 소더비 와인 경매에서 희귀 빈티지 와인이 790만 달러어치가 팔려나가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시장을 추월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중국 부유층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1982년산 샤또 페트뤼스 임페리얼 와인을 9만3077달러에 낙찰받은 이도 중국의 와인 감정사였다.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목받는 홍콩과 비교하면 국내 와인 투자는 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른다. 수익률만 따진다면 아직은 와인이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 그러나 와인을 즐기면서 투자는 덤이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조 고문은 이렇게 조언한다. “와인 투자의 시작은 와인을 즐기는 것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와인은 100% 실패가 없는 완벽한 투자처입니다. 오랫동안 숙성이 가능한 희소 와인은 늘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진다면, 마시면 되거든요. 그만큼 안전한 투자가 어디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