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체로키

국 크라이슬러가 만드는 지프는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다. 국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지프차’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SUV와 같이 폭발적인 힘을 요구하는 차량에는 가솔린보다 디젤엔진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프는 디젤보다는 가솔린 엔진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시장을 공략해왔다. 미국 차들이 디젤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디젤유 배기가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미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디젤엔진을 장착한 경우는 불과 10% 미만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디젤 차량들은 자체 매연방지 필터를 장착,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솔린엔진보다 훨씬 낫다. 연료 가격도 싸 경제적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에 시승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 디젤 S-리미티드는 ‘디젤=SUV, SUV=지프’라는 등식의 삼각 고리를 완벽하게 결합시켜준다는 의미가 있다.지프 그랜드 체로키 디젤 S-리미티드는 여러 면에서 기존 그랜드 체로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엔진부터 살펴보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 디젤 S-리미티드에는 커맨더 3.0과 똑같은 6기통 DOHC 24밸브 CRD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 벤츠사에서 만든 것으로 이러기까지는 한 때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였다가 지금은 메르세데스 벤츠로 자리를 옮긴 디터 체제 회장의 공이 컸다. 이 엔진은 배기량이 2987cc로 최고출력 218hp/4000rpm, 최대토크는 52.0kg·m/1600rpm를 발휘한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차량의 힘을 말해주는 토크가 수준급이다. 이 정도의 토크는 가솔린엔진으로 치면 6000cc급에 해당한다.그래서 시승코스도 일반 승용차로는 오르기 힘든 의정부 천보산 등산코스를 선택했다. 정상에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도로는 닦여 있지만 군용트럭, 지프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는 오르기 힘든 길을 달려봤는데 가속페달에서부터 힘이 느껴졌다. 디젤엔진은 승차감이 떨어지고 소음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 부분도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랜드 체로키 디젤 S리미티드 시승으로 알게 됐다. 천보산을 내려와 임진강 강가에서 자갈길을 달려봤는데 달릴 때마다 “역시 지프”라는 감탄사가 나온다.그랜드 체로키는 1992년 출시 이후 지난 17년간 전 세계 SUV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지프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차량이다. 전면 그릴과 도어 사이드 몰딩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내부 편의장치는 간결한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이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장치만 적용돼 있다. 대신 전 좌석에 가죽시트를 채택해 품격은 높였다. 심지어 사이드 브레이크와 운전자석 팔걸이도 가죽으로 덮어 씌웠다. 차량크기도 꽤 크다. 길이가 475㎝, 가로 넓이는 187㎝, 높이는 178㎝다. 동급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면서 연비는 리터당 9.6㎞까지 나온다. 전자식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고 차량 무게 등은 감안할 때 그다지 연비가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트렁크 크기도 적당하다. 기어박스 바로 옆에 4륜구동 스위치가 있다. 군데군데 수납공간이 있는 것도 눈에 띤다. 뒷좌석 의자 밑에서 컵 홀더가 나오는 것은 꽤 재미 있는 발상이다. 에어컨 온도조절과 바람세기, 풍향 등은 기계식 다이얼로 조정하는데 이는 지프가 도심형보다 오프로드 차량이라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고해상도 DMB TV와 대용량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오디오 시스템과 블루투스 기능이 적용된 핸즈프리 및 오디오 스트리밍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주차가 편리하도록 후방카메라도 장착됐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6120만 원이며 내비게이션을 포함하면 6420만 원이다.<사진 설명>1. 그랜드 체로키는 급경사 오르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2. 에어백 테스트 상황3. 전 좌석에 가죽 시트를 채택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