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동부증권 사장

부증권이 달라졌다.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KT와 제휴해 결합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중형 증권사로는 드물게 ‘happy +(해피플러스)’라는 통합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김호중 사장이 지난 2007년 6월 취임한 후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무색무취하고 특색 없던 동부증권이 김 사장의 취임 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나며 제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이다.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김 사장 취임 직전인 지난 2006회계연도에 매출 2526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 순이익 100억 원을 나타냈던 회사는 올 1분기(4~6월)에만 매출 1586억 원, 영업이익 129억 원, 순이익 138억 원을 거두며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4개 지점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9월 강남구청역 지점을 개설, 30개였던 지점이 45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07년 말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도 5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김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강조했듯이 질적으로 한국 최고의 일류 증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앞으로도 수수료 경쟁과 같은 제 살 깎기보다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브로커리지 잘하는 회사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사에 입사하고 싶은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회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도 내비쳤다.“취임 당시 동부증권은 어떤 목표를 세워서 추진하기에는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많이 취약했다. 우선 새롭게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회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능들을 하나씩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스템을 정립하는 일을 지금까지 했다. 이제 각 부문들이 틀은 대부분 갖춰졌다. 이젠 이 안을 어떻게 채우느냐를 고민할 때다.”“증권사는 좋은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파는 것이 목적이다. 즉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브로커리지고 둘째가 금융상품 판매, IB(투자은행)와 홀세일(Wholesale)은 그 다음이다. 예전엔 전체 30개 지점 가운데 서울에 있는 지점 숫자가 구청 숫자에도 못 미치는 13개에 불과했다. 또 인천에도 지점이 없었다. 서울부터 지점을 확대하고 지방도 거점별로 세우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또 영업점을 지원하기 위해 WM(웰스매니지먼트) 본부를 만들었다. 금융상품 판매 지원, 리서치 자료 공급 등을 맡겨 일선 영업점에선 고객응대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리서치센터에도 영업투자정보팀을 만들어 영업점에서 활용하기 좋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예전 우리 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의 명칭은 팝콘이었다. 팝콘은 한 번에 튀겨서 먹는 것 아닌가? 고객에게 안정적이면서도 위험이 잘 관리된 상품을 권해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증권사가 내세우기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마침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에 붙였던 ‘happy+(해피플러스)’라는 브랜드가 반응이 좋아 HTS 등 모든 상품에 쓰도록 했다. 또 그룹이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등 제조업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대신할 만한 이미지가 필요하기도 했다.”“경쟁을 이기는 핵심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주식의 경우 이미 거래의 80%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취약했던 개인고객을 늘리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궁극적으로 증권사 리테일은 PB(프라이빗 뱅킹)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동부증권의 영업력으로 별도의 PB점포를 만드는 것은 무리다. PB지점이 단지 점포만 그럴싸하게 만들고 이름만 붙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이 큰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고, 여러 콘텐츠를 속도감 있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PB점포는 회사가 좀 더 자리를 잡은 뒤인 2~3년 뒤에 만들 생각이다.”“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CB(전환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등 IB영업을 하려고 해도 기본적인 소매채널이 있어야 가능하다. 2년 동안 틀을 다져 이제 소매 쪽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홀세일과 IB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 시작해 지난 8월 말에 완료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년간은 이 분야를 정립할 예정이다. 홀세일사업부는 채권영업 인력을 대폭 확충해 강력한 조직을 구축해 가고 있으며, IB사업부는 기증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PEF(사모투자펀드)와 M&A(인수합병) 자문업무로 업무영역 확대를 준비 중이다.”“올 1월부터 전략적으로 트레이딩본부 강화를 추진했다. 장외파생상품(OTC)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선수를 영입하고 팀을 꾸렸다. 이번 사업연도까지는 준비기간이겠지만 내년부터는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자기자본 규모가 4800억 원 수준이다. 대형사가 되려면 1조 원은 돼야 한다. 기회가 되면 M&A를 그룹에 건의할 생각이지만 당장 추진할 계획은 없다. 지난 2007년에 2000억 원 증자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일단은 이 상태에서 꾸려가다가 1~2년 뒤 때가 되면 증자도 고려할 생각이다.”“아직 멀었지만 직원들이 질적인 가치를 우선하는 등 조직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금융상품을 팔아도 예전엔 영업점에서 200~300개를 팔았다면, 이젠 수익률이 좋고 리스크 관리도 되는 우량한 상품들만 골라서 판매하고 나머지는 거둬들이는 식이다. 브로커리지 영업도 소문에 사고팔지 못하게 하고, 리서치센터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게 한다. 특히 수수료 경쟁은 질색이다. 0.024%인 온라인 수수료율을 내려야 한다고 세 번이나 결재가 올라오기에 마지막엔 크게 혼을 냈다. 고객들에겐 정작 수수료 몇 푼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받을 만큼 받아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고객을 위하는 길이다. 데이트레이더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고객들에게 수수료 인하는 증권사들이 사기 치는 것일 뿐이다. 고객들이 수수료가 비싸도 동부증권과 거래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느끼게 만들겠다.”“증권사는 리스크가 있는 곳에 들어가서 그것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사업이다. 가장 큰 자산은 인력이다.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지만 이직률이 높은 탓에 제대로 교육을 시키는 증권사는 드문 형편이다. 우리 회사도 취임 초기엔 이직률이 25%에 달했다. 인재들을 뽑아 베스트 애널리스트면 타 증권사라도 강사로 불러 교육을 시켰다. 투자 관련 교육도 ‘시골의사’ 등 시장에서 유명한 분들을 모셨다. 이렇게 진행하다 보니 교육효과도 높아지고 이직률도 1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엔 본사 지하 1층에 사내 전문 연수원인 ‘드림빌’을 만들어 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해 27년간 근무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조직이라 그곳 직원들은 조직플레이에 익숙했다. 이곳에 와보니 조직플레이에는 익숙하지 않은 대신 개인 개인의 능력은 뛰어났다. 우리 직원들은 어디 내놓아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의식이 강하다. 대형사에서 잘한다던 사람을 작은 회사에 데려다 놓으면 혼자서는 능력발휘가 어렵지만, 우리 직원들은 다르다. 조직 플레이에 대한 능력만 갖추면 오히려 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힘을 함께 갖추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 성과급제도 등을 조직플레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고치고 있다.”“연말까지는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조금 조정을 받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배당투자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내년은 굴곡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모두가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돈을 풀고 있고, 출구전략이 멀어 보이지만 경제가 확실히 살아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내년엔 재정적자 등을 우려한 대응책들이 나오면서 증시는 아무래도 굴곡을 나타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률이 가능한 가치주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 증권사도 리서치 능력을 강화하는 등 더 큰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글 조재희·사진 이승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