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마르시아 AXA다이렉트 사장

년 가을, 서울 시내 전역의 버스정류장 옆면에 유독 눈길을 끄는 광고가 걸렸다. 파란 눈인데도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생긴 한 외국인 아저씨가 “자동차 보험료를 많이 낸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외국인은 바로 기 마르시아 AXA다이렉트 사장이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탄 그는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마르시아 사장은 10월부터 다시 광고 모델로 나선다. 교보AXA손해보험이란 사명을 ‘AXA다이렉트’란 이름으로 리브랜딩하는 게 계기다. 2년 전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한 뒤 ‘교보AXA’란 브랜드를 써왔던 이 회사는 교보생명와의 브랜드 사용 계약 만료로 이제 ‘AXA’란 이름으로 다시 출발한다.AXA는 AIG의 몰락 이후 세계 1위를 다투는 보험그룹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약점을 익숙한 ‘얼굴’로 만회하겠다는 게 마르시아 사장의 계획이다. “지분 100%를 가진 AXA가 ‘AXA’란 이름을 쓰는 것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마르시아 사장은 “브랜드는 바뀌지만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계속된다. 고객들이 내 얼굴을 보면 ‘교보AXA가 AXA구나’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마르시아 사장은 인터뷰 내내 다소 억센 프랑스 억양의 영어를 쓰면서 전혀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회사에 대한 자신감과 강한 신뢰감이 바탕이다.“AXA는 세계적인 보험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AXA 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입니다. 언젠가는 AXA라는 이름을 써야 했는데 이제 바꾼 것입니다. AXA로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우리가 AXA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혁명이라기보다는 진화입니다. 물론 변화엔 위험이 따릅니다. 그러나 브랜드 변경에 큰 리스크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브랜드도 있지만 좋은 상품과 경쟁력 있는 서비스로 커왔습니다. 우리 회사가 온라인 보험 업계 1위인 것은 이름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잘해왔기 때문이지요. 사명 변경은 역사의 진전입니다. AXA그룹의 글로벌 전략 중 하나가 한국 법인을 아시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한국법인은 반드시 AXA다이렉트란 이름을 써야 합니다. 모든 아시아 법인들이 ‘AXA다이렉트’라는 브랜드를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리스크는 조절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죠. 우리는 리브랜딩에 대비해 지난 6개월 동안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재 신문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고 등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또 새롭게 리뉴얼한 홈페이지를 통해 AXA브랜드와 AXA그룹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곧 모든 곳에서 AXA란 브랜드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계획입니다. 또 전국의 각 센터의 상담원 및 보상 직원에게 우리의 브랜드 변경과 의미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 안내장과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새 브랜드를 알려 나가고 있습니다.”“이름을 바꾸는 것은 AXA의 글로벌 전략과 함께 합니다. 수많은 보험사들은 그동안 식상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많은 약속을 해왔죠. 우리는 약속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행(딜리버)합니다. AXA는 지난해 10월에 ‘Proof by AXA’라는 슬로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슬로건은 AXA가 보험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각오로 만든 겁니다. 즉 AXA는 증명합니다. 더 이상 꿈과 희망, 사랑 같은 추상적인 약속이 아닌 실질적이고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 이를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도 1 대 1 보상서비스, GPS위치추적 서비스, 멤버십 카드 도입을 통해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선도해왔습니다. 민원 처리도 가장 적극적으로 잘하는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이 같은 차원에서 새 브랜드를 쓰면서 다시 최고 경영자인 제가 광고모델로 나섭니다. 브랜드엔 영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새롭게 바뀌지만 사람들은 절 압니다. 조사해 보면 75%가 교보AXA를 알고 70%가 저를 압니다. 같은 메시지를 들고 제가 익숙한 얼굴로 다시 광고에 나가는 겁니다. 제가 AXA다이렉트 모델로 나선다면 사람들은 교보AXA가 AXA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큰 변화로 느끼지 않을 겁니다. 전 올해 새로 5년간 사장 연임 계약을 했습니다. 경영스타일도 이어질 겁니다.”“AXA는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사입니다. 1455조 원의 자산과 8000만 명의 고객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162조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현재 전 세계 56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그룹입니다. AXA엔 브랜드 교체의 역사가 있습니다. 1985년 AXA를 쓰기 시작했죠. 당시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모두가 다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간단한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A로 시작하면 알파벳 순서로 나열할 때 맨 앞에 오는 장점도 있죠. 본사도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법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사의 앙리 드 카스트르 회장은 한국법인의 실적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 4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습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 전체 자동차보험으로 봐도 5%의 점유율을 가진 강자입니다.”“AXA다이렉트로의 브랜드 교체는 교보와의 관계가 나빠져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AXA로 바꿔야 했고 이제 그 적절한 시점을 찾은 것입니다. 교보와 합작으로 설립한 교보AXA자산운용은 조만간 교보생명 빌딩으로 이사를 합니다. 만약 관계가 좋지 않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교보와의 전략적인 관계는 매우 장기적으로 보고 있습니다.”“AXA그룹은 아시아에서 다이렉트 모델이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경제적 상황을 볼 때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다이렉트 시장이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한국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은 올해 전체의 20%를 차지했습니다. 성장이 매우 빠르고 규모도 큰 편입니다. 이웃 일본만 해도 5%에 불과합니다. 물론 40%에 달하는 영국보다는 작지만 한국은 인터넷 환경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인터넷을 통해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것입니다. 금방 40%가 되진 않겠지만 25%, 30%는 조만간 가능할 겁니다. 가정에 다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돼 있고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있지요. 인터넷 보험의 강점은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인터넷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화로도, 만나서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1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노베이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첫 번째 크리에이터로 200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시작했습니다. 1 대 1 서비스, GPS서비스 등도 우리가 전부 최초로 도입했죠. 물론 이 같은 서비스는 다른 경쟁 업체에 의해 금방 모방이 되죠. 그러나 따라만 하는 회사는 결국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노베이터이고 이노베이션을 하는 회사는 살아남습니다. 우리가 계속 상품과 서비스 개선을 선도한다면 계속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저의 꿈은 AXA다이렉트라는 회사를 아시아의 리더로 만드는 겁니다. 작년부터 장기보험을 시작했습니다. 올해엔 여행자 보험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는 등 향후 상품 구성을 더욱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아직 판매 초기지만 지난 두 달간 목표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자동차보험과 더불어 회사의 매출과 이익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AXA그룹에 있어 한국은 매우 특별한 회사입니다. 현재 본사 회장인 앙리 드 카스트르의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 용사입니다. 중국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요. 5년 전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무공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카스트르 회장은 2년 전 이사회에서 저에게 ‘한국 관련 사업은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AXA그룹을 글로벌 그룹으로 키운, 사실상의 창업자인 끌로드 베베아 명예회장께서는 한국인 딸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AXA에게 한국은 매우 크고 성장이 빠른 시장일 뿐 아니라 이처럼 감정적으로도 가깝습니다.”“저는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사람입니다. 도전하는 것은 제 유전입니다. 저는 28살 때 산업생화학 박사를 딴 뒤 제약사인 사노피의 연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 일본 법인을 만든다는 소식에 자원해서 일본으로 갔습니다. 프랑스에서 30여 년을 살았으니 나머지 인생은 완전히 다른 곳에서 한번 살아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후 24년을 일본에서 살면서 직원 20여명 규모로 출발한 일본 사노피제약을 2000여 명 규모로 키웠습니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일본 사노피제약의 대표이사를 지낸 뒤 쉰 살 때인 1998년 신규 진출한 일본AXA손해보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6년 4월 회장 자리에 올랐고 2007년부터 한국으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매일 매일을 똑같이 살 순 없지 않습니까.”“미소와 경청, 그리고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사는 여러 명이 함께 뛰는 럭비와 같은 것인데 사장이 혼자 결정한다면 실패를 초래할 수밖에 없지요. 럭비의 스크럼처럼 좋은 사람에게 둘러싸이고 서로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아야 바람직한 의사결정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샤를르 드 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남긴 ‘솔직함이 멈추는 곳에서 배신이 시작된다’는 말을 사무실에 액자로 걸어놓고 되뇌곤 합니다. CEO는 직원의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동시에 직원 또한 CEO에게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일본인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기까지 몇 년이 걸렸습니다. 일본인에 비해 외향적인 한국인은 프랑스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좋습니다.”“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합니다. 족발 등 한국 음식을 사랑하지만 자꾸 먹어서 살이 찌는 게 고민입니다. 그래서 가끔 일본에 가면 낫겠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일본에선 살이 빠지는데 한국만 오면 살이 찝니다. 한국 음식이 맛있어서 저항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는 1년에 몇 차례씩 부산 대구 등 전국 콜센터를 돌면서 올 스태프 미팅(All staff meeting)을 갖는 데 그 때는 저녁에 직원들과 폭탄주를 함께 마십니다. 최근엔 막걸리도 먹습니다. 위스키만 마시면 두통이 있지만 폭탄주는 괜찮습니다.”“보험 부문에 국한해서 본다면, 모노 마켓을 지향하기보다는 글로벌 마켓을 염두에 둬야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장이 하나뿐이라면 그 시장이 어려울 때 회사도 어려워지지요. AXA의 경우 전 세계 56개국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한 나라가 좋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보충해서 균형을 맞춥니다. 이 같은 의미에서 한 시장 내에서만 치열하게 경쟁하는 건 좋지 않지요. 다른 국가에 투자해야 합니다. 국제적이 된다는 것은 혁신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혁신이 가치를 창출합니다.”글 김태완·사진 김기남 기자 twkim@hankyung.com기 마르시아AXA다이렉트 사장1949년 튀니지 스팍스 출생프랑스 몽펠리에대 산업생화학과 박사일본 사노피제약 사장일본 입생로랑(향수) 사장일본 AXA손해보험 회장교보AXA자동차보험 사장